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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의 감동/문화나눔 톡!톡!

[예술과의 즐거운 만남] 전통나눔 음악회

[전통나눔]

                             
                           전통나눔 음악회


                                                                                                                                        - 서은애 (대구 대명동) 
 


늦가을이라 해야 할지 초겨울이라 해야 할지 헷갈리는 날씨인 가운데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주최하는 전통 나눔 음악회에 초대받게 되었다. 전통이란 말도, 나눔이란 말도, 왠지 어딘가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이 들었기에 다른 생각 하지 않고 선뜻 공연장으로 가게 되었다.
 
항상 공연을 하러 가기만했지, 오랜만에 가까운 곳이 아닌 시외로 공연을 보러 간다는 자체만으로도 마음이 들뜨고 부풀어 올랐다. 너무 들뜨고 부풀어 올랐는지 생각한 것 보다 한 시간 반 이상 일찍 안동에 도착해버려 잠시 난감했지만 혼자 이렇게 낯선 곳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에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얼마 멀지 않다는 안동문화예술의 전당에 당당히 혼자 걸어서 공연장에 찾아가기로 했다. 낯선 길, 낯선 사람들, 낯선 말투는 오랜만에 찾은 공연보다 더 나를 신선하게 만들어 줬던 것 같다.

이 쪽 길인가 저 쪽 길인가 헷갈리게 생긴 도로로 십여 분 걷다보니 아주 늠름하게 생긴 공연장이 보였다. 누구의 도움 없이 무엇인가를 해냈단 성취감에 빠져 공연장을 둘러보니 한적한 카페가 있었다. 먼저 공연장 앞에 가서 팜플렛을 들고 카페로 가 우아하게 커피 한잔을 하며 우아한 시간을 가졌다. 사실 시간이 한 시간이나 남아 정말 난감한 차에 카페가 눈에 들어와 어찌나 반가웠던지... 그리고 혼자 멀뚱하게 앉아 있을 시간에 무엇이든 할 수 있게 만들어준 전통나눔음악회의 팜플렛은 나에게 아주 큰 선물이었다. ^^ 따뜻한 커피 한잔과 우아하게 앉아 공연 시간을 기다리던 중 팜플렛을 읽고 '아 그래서 전통나눔음악회구나’라는 생각을 가졌다. 우리가 커피를 사 먹고 과자를 사 먹고 한푼 두푼 남는 잔돈으로 무심코 산 복권.. 그냥 단순히 복권당첨이란 큰 부푼 꿈을 안고 사서 일주일간 이런 상상 저런 상상.. 즐겁고 행복한 상상을 하다 주말이 되면 ‘그럼 그렇지’ 라고 끝났던 복권이 이런 곳에 쓰여졌구나... 내가 하는 작은 일에서도 남을 위해 하는 일이 누군가에게 꿈과 희망이 된다고 생각하니 조금은 뿌듯했고 왠지 모르게 이 일을 추진하고 주최하는 사람들에게 감사함을 느꼈다. 그렇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공연시간이 훌쩍 다가왔다.  
  
 
 

 
아무래도 이 공연은 소외지역이나 문화생활이 힘든 쪽을 찾다 보니 다양한 연령층이 관객으로 와 있었다. 엄마 손을 잡고 온 꼬마부터 친구 또는 언니 오빠와 함께 온 학생, 연인, 외국인 그리고 한 평생 앞만 보고 열심히 살아오신 할머니 할아버지들... 나는 표를 받고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면서 공연을 기다리는데 혼자 앉아 약간은 뻘쭘하던 찰나 엄마와 자리 지정을 따로 받아 따로 앉은 초등학생 남자 아이가 내 옆에 멀뚱히 앉아 있었다. 괜히 그 아이보다 나이 많은 누나랍시고 이리 저리 말을 걸어 봤지만 이 아이에겐 나는 아무런 관심이 되지 않는지 자신이 가져온 장난감으로 공연 시간을 기다렸다. 다시 한 번 팜플렛을 펼쳐 오늘의 공연팀, 곡명들을 봤다. 오늘의 공연팀은 ‘공명’ 이란 단체인데 한국 전통음악을 바탕으로 창작과 재구성으로 우리 음악의 다양성과 새로운 소리로 사람들에게 다가오는 팀이라고 쓰여져 있었다. ‘공명’이란 단체.. 들어는 봤는데 공연 관람은 처음이라 기대가 많이 됐다. 여러 조명들과 갖가지 타악기들로 공연이 시작되었다. 

 

약간은 몽롱한 느낌으로 시작된 공명의 무대. 보물섬. 기린자리. 하얀달. 워커바웃. 스페이스 벰무. 놀자... 조금씩 공명스러운 공연을 이어갔다. 그러던 찰나 해바라기라는 곡부터 나의 마음. 나의 기분이 조금씩 게이지가 올라가기 시작하였고 엄마와 떨어져서 앉아 그런지 원래 이런 곳엔 관심이 없는 건지 의아하던 초등학생 남자아이도 등을 의자에 붙이지도 못하고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박자에 맞춰 꼭 공명의 한 일원인 것 마냥 함께 호흡하며 공연을 관람하는 모습이 너무나 예뻐서... 그리고 너무나 재밌어서 한참을 남자아이와 공명을 번갈아 관람하였다. ^^

  
 
그러면서 나도 조금씩 공명이라는 단체에 빠져들고 있었다. 그냥 나에겐 대나무일 뿐이었는데 공명팀에서 아름다운 악기로 제작하여 연주하고 너무나도 신기하고 또 신났다. 공연 중 작은 퍼포먼스로 어린 학생들을 무대로 올라오게 하여 악기체험도 하고 공명팀의 연주에 춤도 추게끔 하고 공연이 흘러가면 흘러갈수록 점점 더 흥미진진해 졌다. 저 큰 무대에서 4명이란 작은 인원수로 이렇게 많은 관객을 다 빠져들게 만들 수 있는지 너무나도 대단해 보였다. 시간이 흘러 공명팀이 준비한 모든 음악이 끝나고 관객들은 아쉬운 마음에 앵콜이라고 시원하게 외쳤다. 너무나 감사히 공연 중 가장 좋았던 해바라기라는 곡으로 앵콜을 하고 공연은 막을 내렸다.
 
사실 무슨 공연인지도 어떤 취지인지도 아무 관심도 없이 공연장에 온 것이 어쩜 더 큰 감동을 안겨 준지도 모른다. 비싼 돈이 아니더라도 사람들 시선 맞추느라 평소에 입지 않는 정장 꺼내 입지 않아도, 좋은 사람들과 공연 보는 내내 같은 느낌으로 같은 생각으로 했다는 것에 마음 한 켠에 왠지 모를 뿌듯함으로 내 마음은 따뜻해져가고 있는 듯 했다. 그리고 집에 돌아오면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은 생각으로 또는 어렵고 힘든 삭막한 세상.. 앞만 보고 힘겹게 달려가는 사람들이 공연 한 프로로 인해 따뜻한 마음으로 이 추운 겨울 훈훈하게 겨울을 보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또, 내일 복권사야지~ 하는 생각도 함께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