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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집배원/문장 배달

[문장배달] 찰스 디킨즈, 「올리버 트위스트」 중에서 (낭송 김세동, 홍서준, 박후기)



거칠 것 없어 보이고 듬직하던 한 선배에게서 뜻밖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그 선배에게도 피하는 사람이 있다고요. 상대방이 뻔히 사실을 알고 있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거짓을, 그것도 큰소리로 말하는 어떤 이의 ‘결정적 장면’을 목격한 뒤에 그 사람이 보이면 피해 간다더군요. 그토록 듬직한 선배조차 감당 못하는 사람이 있다는 게 이상하게도 위안이 되었어요. 참새가슴을 가진 사람들이야, 감당 안 되는 사람을 피하는 게 당연한 거겠지요.  

올리버 트위스트에게 언어 폭력과 물리적 폭력을 마구 퍼붓던 노어가, 밟히다 못해 꿈틀한 올리버 트위스트를 고발하는 대목이에요. 거짓은 참 힘이 세지요. 거짓의 기세가 거세어진 세상, 그에 휘둘리지 않고 맞설 힘이 절실해지는 요즘이에요.

-2010.12.09   문학집배원  이혜경




찰스 디킨즈, 「올리버 트위스트」 중에서







노어 클레이폴은 가장 빠른 걸음걸이로 단 한순간도 숨을 돌리지 않고 길거리를 내달려 구빈원 문에 다다랐다. 여기서 1,2분 쉬면서 몇번 흐느껴 울어 눈길을 끌 만큼 눈물어리고 공포에 질린 모습을 만든 다음 쪽문을 크게 두드렸다. 그가 문을 연 늙은 극빈자에게 얼마나 구슬픈 얼굴을 보였는지, 가장 좋은 시절에도 구슬픈 얼굴들만 보고 지내온 그 사람조차 놀라서 뒷걸음질을 칠 정도였다.
“아니, 얘가 왜 그러나!” 늙은 빈민이 말했다.
“범블 선생님, 범블 선생님!”노어가 얼마나 그럴듯하게 당황한 체하며 크고 흥분한 투로 외쳤는지 그 소리는 매우 가까이 있던 범블 씨의 귀에 들렸을 뿐 아니라 그를 깜짝 놀라게 해서 그는 삼각모자도 쓰지 않은 채 마당으로 달려나왔다. 이것은 매우 진기하고도 놀랄 만한 일로서, 심지어 말단 교구관마저도 급작스럽고 강한 충격을 받으면 순간적으로 침착함과 체통을 잃는 증세에 시달린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 범블 선생님.” 노어가 말했다. “올리버가요…… 올리버가요……”
“뭐야, 뭐야?”범블 씨가 그의 쇠붙이 같은 눈에 어렴풋이 기뻐하는 기색을 보이며 끼어들었다. “달아난 건 아니지? 혹시 달아났어, 그래, 노어?”
“아녜요, 선생님. 아니에요. 달아난 게 아니고요, 아주 악독해졌어요.” 노어가 대답했다. “걔가 날 죽이려 했고요, 그다음엔 샬롯, 그다음엔 마님을 차례로. 어휴! 얼마나 아픈지! 너무나 심한 고통이에요, 선생님, 진짜로요!”노어는 이 대목에서 미꾸라지같이 지극히 다양한 형태로 몸을 쥐어짜고 비틀어서, 올리버 트위스트의 광폭하고 살벌한 공격으로 심하게 다쳐 바로 이 순간 가장 격심한 통증에 시달리고 있음을 범블 씨에게 보여주었다.



작가/ 찰스 디킨즈
1812년 영국 포츠머스에서 태어났으며, 1833년 잡지에 투고한 단편이 실리면서 작품활동 시작. 1836년 단편집 『보즈의 스케치』가 출간되었고, 곧이어 발표한 『올리버 트위스트』로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인정받으며 작가의 지위를 확립함. 지은 책으로 『위대한 유산』『데이비드 코퍼필드』『두 도시 이야기』『크리스마스 캐럴』 등이 있음.

 

낭독/ 김세동 - 배우. <밑바닥에서> 등 출연.
         홍서준 - 배우. <뮤지컬>, <우리 동네>, <위대한 캐츠비> 등 출연.
         박후기 - 시인. 시집으로 『종이는 나무의 유전자를 갖고 있다』『내 귀는 거짓말을 사랑한다』 등이 있음.

 

출전/ 『올리버 트위스트』(창비)

음악_ 자닌토

애니메이션_ 민경


프로듀서_ 김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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