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학 집배원/문장 배달

[문장배달] 이청해, 「나는 네가 지난여름 한 일을 알고 있다」 중에서


2011-07-07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인터넷에 자신의 사진 한 장이 떠돌아다닙니다. 그것도 은밀한 엉덩이 부분이지요. ‘엉덩녀’라는 이름이 붙은 것도 모자라 한 고아 소녀의 삶을 파탄으로 빠뜨린 철면피한 인간으로 몰린 겁니다. 물론 떠도는 건 엉덩이뿐입니다. 점 하나 박힌 엉덩이뿐이지요. 그런데도 안절부절입니다. “너지?” “너 아냐?” 많은 이들이 추궁하는 듯합니다. 비밀을 담아둘 수 없어 단짝 친구들에게 털어놓고야 마는데요. 다음날 엉덩녀의 정체에 대해 파다하게 소문이 퍼지고 맙니다. 이제 더는 비밀이 없습니다. 개인의 신상을 털어올리는 무슨무슨 닷컴, 잘 아실 겁니다. 이쯤 되면 어딘가에서 텔레스크린이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1984”가 경고하려고 했던 미래의 모습이 바로 이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모든 일들은 당신이 모르는 사이에 일어납니다. 이 한 장의 엉덩이 사진은 우리를 조롱하는 듯합니다. 당신들은 100퍼센트 안심해도 좋으냐고, 우리에게 엉덩이를 까보이고 있는 거랄까요.
 
문학집배원 하성란

◆ 작가_ 이청해 - 1948년 서울에서 태어났으며, 1990년 중편소설 「강」으로 KBS 방송문학상 수상. 이듬해 《문학사상》에 단편소설 「하오」가 당선되고, 《세계의문학》에 단편소설 「빗소리」를 발표하며 작품활동 시작. 장편소설로 『초록빛 아침』, 『아비뇽의 여자들』, 『체리브라썸』, 『오로라의 환상』, 『그물』, 『막다른 골목에서 솟아오르다』가 있으며, 소설집으로 『빗소리』, 『숭어』, 『플라타너스 꽃』, 『악보 넘기는 남자』, 장편동화로 『내 친구 상하』 등이 있음.
 
◆ 낭독_ 채세라 - 배우. 연극 <우리 읍내>, 뮤지컬 <루나틱> 드라마 <궁> 등에 출연.
◆ 출전_ 『장미회 제명 사건』(민음사)
◆ 음악_ 임승태
◆ 애니메이션_ 이지오
◆ 프로듀서_ 김태형



< 문학집배원> 사업은 문학과 멀어진 국민들이 우리 문학의 향기를 더욱 가깝게 느끼며 문학적 감수성을 계발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독자들이 문학을 좀더 쉽고 가깝게 만나고 삶의 여유를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사업입니다.

지난 2006년 5월 8일 도종환의 시배달로 시작하여, 현재는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주2회) 신청하신 분의 이메일로 시와 문장을 발송해드리고 있습니다.

보다 자세한 사업 안내와 <문학집배원> 신청은 사이버문학광장 문장 홈페이지(letter.munjang.or.kr)를 이용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