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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집배원/문장 배달

[문장배달] 최범석, 「여행자의 옛집」 중에서 낭송 홍서준

 

  초등학교 동창인 기청이와 옛집이 있던 자리를 찾았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그곳을 떠난 저와는 달리 그 친구는 집이 헐릴 때까지 그곳에 살았었답니다. 그곳 지리가 훤한 친구를 쫓아 옛집까지 걸어올라갔지요. 조금씩 조금씩 옛 풍경들이 떠올랐습니다. 목욕탕이 있던 자리, 그 앞 선미네 집, 전파사와 문방구…… 장미나무 한 그루가 있던 옛집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그곳엔 아파트 시공사의 이름이 적힌 플래카드와 거대한 구덩이가 남아 있을 뿐이었지요. 우리는 한참 동안 포클레인이 땅을 파는 것을 지켜보았습니다. 우리가 다방구를 하던 전봇대와 비탈길, 막다른 골목집이 있던 자리를 알아맞힐 땐 누구랄 것도 없이 목소리가 커지기도 했지요. “집이 허물어질 땐 눈물도 안 나왔어. 얼마 뒤에 보니 흙속에 바가지가 반쯤 파묻혀 있는 거야. 내가 저녁마다 돌리던 훌라후프도 나뒹굴더라구. 그때야 찔끔 눈물이 나오는 거야.” 기청이의 이야기를 홀린 듯 들었습니다. 작가나 시인이 따로 없었습니다.
문학집배원 하성란

 

 ◆ 작가_ 최범석 - 서울에서 태어났으며, 도서관 사서, 축구 심판, 서점 직원, 영어 독일어 통역, 학원 강사, 대기업 해외지사 사원 등으로 일하며 저축한 돈으로 20대에 70여 개 나라를 여행함. 지은 책으로 『여행자의 옛집』, 『내추럴 트래블러』, 『반더루스트, 영원한 자유의 이름』 등이 있음.
 
◆ 낭독_ 홍서준 - 배우. 뮤지컬 <우리 동네>, <위대한 캐츠비> 등에 출연.
◆ 출전_ 『여행자의 옛집』(마음산책)
◆ 음악_ 김권한(COMPANY K)
◆ 애니메이션_ 민경
◆ 프로듀서_ 김태형  


< 문학집배원> 사업은 문학과 멀어진 국민들이 우리 문학의 향기를 더욱 가깝게 느끼며 문학적 감수성을 계발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독자들이 문학을 좀더 쉽고 가깝게 만나고 삶의 여유를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사업입니다.

지난 2006년 5월 8일 도종환의 시배달로 시작하여, 현재는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주2회) 신청하신 분의 이메일로 시와 문장을 발송해드리고 있습니다.

보다 자세한 사업 안내와 <문학집배원> 신청은 사이버문학광장 문장 홈페이지(letter.munjang.or.kr)를 이용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