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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희, 그녀는 저의 왼쪽 가슴을 이루는 제가 사랑한 많은 여자들 중 큰언니 뻘에 해당합니다. 그녀의 이름을 가만히 다시 부르는 것만으로도 통증이 옵니다. 당당한 전사이자 가장 섬세한 여자인 그녀를 사랑했어요. 1983년에 초판이 나온 시집에 들어있는 이 시를 30년 후에 읽으면서 마음이 서늘합니다. 예수는 대학에 다니지 않았지만, 예수를 믿는 사람들은 좋은 대학에 자녀를 보내기 위해 밤낮없이 그에게 기도를 계속하고 있지요. 예수는 부귀를 누리지 않았지만 예수를 믿는 사람들은 부귀를 누리게 해달라고 이 순간에도 그에게 매달려 부르짖기를 계속하고 있지요. 예수가 전한 사랑은 어디에 있는지. 오늘날 예수는 정말 누구인지. 십자가에서 피 흘리고 못 박힌 예수는 온 데 간 데 없고 세상에서 온갖 부귀영화 누리는 예수가 판치는 이 시절, 사라져버린 참된 교회들을 찾으며, 여전히 울고 있을 고정희가 사무칩니다. 그립고 아픕니다.
 
문학집배원 김선우
 
◆ 시_ 고정희 - 1948년 전남 해남에서 태어났으며, 1975년 《현대시학》에 시가 추천되어 작품활동 시작. 교수, 잡지사 기자 등을 거쳐 《또 하나의 문화》 창간 동인, 여성신문 초대 편집주간을 역임했으며, '목요시' 동인으로 오월 시인으로 활동함. 시집으로 『누가 홀로 술틀을 밟고 있는가』, 『실락원 기행』, 『초혼제』, 『이 시대의 아벨』, 『눈물꽃』, 『지리산의 봄』, 『저 무덤 위에 푸른 잔디』, 『광주의 눈물비』, 『여성 해방 출사표』, 『아름다운 사람 하나』 등이 있음. 1991년 6월 지리산에서 불의의 사고로 타계함.  
◆ 낭송_ 황혜영 - 배우. 연극 <타이피스트>, <죽기살기> 등과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 <하모니> 등에 출연.
◆ 출전_ 『이 時代의 아벨』(문학과지성사)
◆ 음악_ 임승태
◆ 애니메이션_ 강성진
◆ 프로듀서_ 김태형 

 

< 문학집배원> 사업은 문학과 멀어진 국민들이 우리 문학의 향기를 더욱 가깝게 느끼며 문학적 감수성을 계발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독자들이 문학을 좀더 쉽고 가깝게 만나고 삶의 여유를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사업입니다.

지난 2006년 5월 8일 도종환의 시배달로 시작하여, 현재는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주2회) 신청하신 분의 이메일로 시와 문장을 발송해드리고 있습니다.

보다 자세한 사업 안내와 <문학집배원> 신청은 사이버문학광장 문장 홈페이지(letter.munjang.or.kr)를 이용해주시기 바랍니다.



by 복권기금 문화나눔 2011.07.18 14:19
  • 알고나면 2011.11.30 12:02 신고 ADDR EDIT/DEL REPLY

    http://www.facebook.com/?ref=logo#!/alstjsgkgk/posts/295340090506402 공유완료~

 

  초등학교 동창인 기청이와 옛집이 있던 자리를 찾았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그곳을 떠난 저와는 달리 그 친구는 집이 헐릴 때까지 그곳에 살았었답니다. 그곳 지리가 훤한 친구를 쫓아 옛집까지 걸어올라갔지요. 조금씩 조금씩 옛 풍경들이 떠올랐습니다. 목욕탕이 있던 자리, 그 앞 선미네 집, 전파사와 문방구…… 장미나무 한 그루가 있던 옛집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그곳엔 아파트 시공사의 이름이 적힌 플래카드와 거대한 구덩이가 남아 있을 뿐이었지요. 우리는 한참 동안 포클레인이 땅을 파는 것을 지켜보았습니다. 우리가 다방구를 하던 전봇대와 비탈길, 막다른 골목집이 있던 자리를 알아맞힐 땐 누구랄 것도 없이 목소리가 커지기도 했지요. “집이 허물어질 땐 눈물도 안 나왔어. 얼마 뒤에 보니 흙속에 바가지가 반쯤 파묻혀 있는 거야. 내가 저녁마다 돌리던 훌라후프도 나뒹굴더라구. 그때야 찔끔 눈물이 나오는 거야.” 기청이의 이야기를 홀린 듯 들었습니다. 작가나 시인이 따로 없었습니다.
문학집배원 하성란

 

 ◆ 작가_ 최범석 - 서울에서 태어났으며, 도서관 사서, 축구 심판, 서점 직원, 영어 독일어 통역, 학원 강사, 대기업 해외지사 사원 등으로 일하며 저축한 돈으로 20대에 70여 개 나라를 여행함. 지은 책으로 『여행자의 옛집』, 『내추럴 트래블러』, 『반더루스트, 영원한 자유의 이름』 등이 있음.
 
◆ 낭독_ 홍서준 - 배우. 뮤지컬 <우리 동네>, <위대한 캐츠비> 등에 출연.
◆ 출전_ 『여행자의 옛집』(마음산책)
◆ 음악_ 김권한(COMPANY K)
◆ 애니메이션_ 민경
◆ 프로듀서_ 김태형  


< 문학집배원> 사업은 문학과 멀어진 국민들이 우리 문학의 향기를 더욱 가깝게 느끼며 문학적 감수성을 계발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독자들이 문학을 좀더 쉽고 가깝게 만나고 삶의 여유를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사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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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권기금 문화나눔 2011.07.18 13:54


2011-07-11



  일상의 어느 하루 구름극장에 가는 상상을 해보는 건 어때요? 우리의 일상이란 대개 딱딱한 틀 속에 고정되어 있잖아요. 사람은 자연인데! 이렇게 딱딱하게 굳어 살면 병이 나지요. 오늘 우리는 구름극장에서 만나기로 해요. 구름으로 된 의자에 앉아 구름들이 나오는 영화를 보죠. 팝콘을 쩝쩝거리다가 여기저기 밉상인 살을 조금씩 뜯어 옆자리 다른 구름들과 교환하기도 하구요. 아, 특히나 당신이라는 구름을 탐색하면서 나는 구름의 변신에 대해 골몰하지요. 나는 구름이니 오호, 신나라. 당신… 안녕하신가요? 당신은… 오직 당신인가요? 당신이란… 정말 무엇인가요? 신나는 구름극장. 태생부터 구름인 끊임없이 변화하는 인생이 나는 좋아요. 시인이 이 시에서 마침표, 쉼표, 행, 연 등을 일체 구분하지 않은 이유도 경계 없는 변화무쌍을 사랑해서인 듯해요.
 
문학집배원 김선우



 
◆ 시․낭송_ 김근 -1973년 전라북도 고창에서 태어났으며, 1998년 《문학동네》 신인상에 「이월」 외 4편의 시가 당선되어 작품활동 시작. 시집으로 『뱀소년의 외출』, 『구름극장에서 만나요』가 있음.
 
◆ 출전_ 『구름극장에서 만나요』(창비)
◆ 음악_ 심동현
◆ 애니메이션_ 박지영
◆ 프로듀서_ 김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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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권기금 문화나눔 2011.07.11 14:55
  • 쇼달 2011.11.30 22:11 신고 ADDR EDIT/DEL REPLY

    http://www.facebook.com/dasol.im/posts/250260035035206
    구름극장이라..^^ 왠지 재밌네요~~
    딱딱한 일상속에서 읽으면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시에요~ㅎㅎㅎ



2011-06-30


“여 름은 젊음의 계절~ 여름은 사랑의 계절~” 이런 노래가 있지요, 제목이 뭐였더라… 여름은 이렇게 젊음/사랑 등의 수식어와 함께 하기 십상이지만요. 이 시에 등장하는 젊음 혹은 여름은 해맑은 찬가와는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어조는 명랑하지만 이 명랑의 화살이 꿰뚫고 가는 여름 하늘은 춥습니다. 위세척을 한 ‘아가’라 불리는 이 젊음 앞에서 우리는 불안하게 두리번거립니다. 세상의 위협 속에서 스스로 죽어가는 젊음들. 모닝콜로 자장가를 듣는 모순이 일상화된 추운 삶. 부유하고 멋쟁이 천지인 세상의 제물들인 우리는 왜 이토록 출구가 없는가요. 여름이 제일 추운 우리의 어떤 젊음들을 위해 오늘 이 동병상련을 배달합니다. 젊어서 죽은 제니스 조플린이 생각나는 날. 하루쯤은 커피도 술도 사랑도 독한 것으로만 취하렵니다, 나는.
 
문학집배원 김선우



 
◆ 시․ 낭송_ 김이듬 - 경남 진주에서 태어났으며, 2001년 《포에지》 가을호에 「욕조a에서 달리는 욕조A를 지나」 외 6편의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 시작. 시집으로 『별 모양의 얼룩』, 『명랑하라 팜 파탈』, 『말할 수 없는 애인』이 있음.
 
◆ 출전_ 『명랑하라 팜 파탈』(문학과지성사)
◆ 음악_ 임승태
◆ 애니메이션_ 송승리
◆ 프로듀서_ 김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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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권기금 문화나눔 2011.07.11 14:47


2011-06-27


스물두 살 청년이 화자인 이 시엔 생의 힘겨움과 비애를 일찍 알아버린 소년시인의 애잔한 순수가 가득합니다. 지금은 지천명에 이른 한 작가의 글쓰기 가장 밑바닥 내밀한 곳을 보여주는 시지요. 세상의 모든 소외된 곳들에서 외롭게 칼잠 자는 ‘부르튼 구름의 발바닥’을 쉬게 하고픈 선함의 파동이 뭉클합니다. 그럴 때 생은 신비합니다. 인간이라는 동물이 지구상에 살아서 그래도 퍽 괜찮을 수 있는 희망의 가능성은 이런 서정, 이렇듯 존재의 안쓰러움에 민감한 마음의 무늬 때문일 겁니다. 이것은 이를테면 우정의 마음. 자기 자신을 포함하여 삶에 지친 존재들을 위로하고픈 소년마리아의 노래. 이런 위로가 세상 한편에 있는 한 우리는 아직 눈물 흘려도 좋습니다. 우리는 서로에게 사철나무 한그루 되어주고 싶습니다. 친구여, 길 가는 그대에게 사철나무의 꿈까지 들려주고 싶습니다.
문학집배원 김선우


◆ 시_ 장정일 - 1962년 경북 달성에서 태어났으며, 1984년 무크 《언어의 세계》 3집에 「강정간다」외 4편의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 시작. 시집으로 『햄버거에 대한 명상』, 『길안에서의 택시잡기』 등이 있으며, 희곡집 『긴 여행』, 『고르비 전당포』, 소설 『아담이 눈뜰 때』, 『너에게 나를 보낸다』, 『내게 거짓말을 해봐』, 『너희가 재즈를 믿느냐』, 『보트하우스』, 『구월의 이틀』 등이 있음.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함.
 
◆ 낭송_ 김산 - 1976년 충남 논산에서 태어났으며, 2007년 《시인세계》에 시가 당선되어 작품활동 시작.
◆ 출전_ 『햄버거에 대한 명상』(민음사)
◆ 음악_ 심동현
◆ 애니메이션_ 강성진
◆ 프로듀서_ 김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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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권기금 문화나눔 2011.07.11 14:29
  • 쇼달 2011.11.30 22:14 신고 ADDR EDIT/DEL REPLY

    http://www.facebook.com/dasol.im/posts/275473085838715

    우리는 서로에게 사철나무가 되어주고싶다는 구절이 맘에 참 와닿네요...


2011-07-07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인터넷에 자신의 사진 한 장이 떠돌아다닙니다. 그것도 은밀한 엉덩이 부분이지요. ‘엉덩녀’라는 이름이 붙은 것도 모자라 한 고아 소녀의 삶을 파탄으로 빠뜨린 철면피한 인간으로 몰린 겁니다. 물론 떠도는 건 엉덩이뿐입니다. 점 하나 박힌 엉덩이뿐이지요. 그런데도 안절부절입니다. “너지?” “너 아냐?” 많은 이들이 추궁하는 듯합니다. 비밀을 담아둘 수 없어 단짝 친구들에게 털어놓고야 마는데요. 다음날 엉덩녀의 정체에 대해 파다하게 소문이 퍼지고 맙니다. 이제 더는 비밀이 없습니다. 개인의 신상을 털어올리는 무슨무슨 닷컴, 잘 아실 겁니다. 이쯤 되면 어딘가에서 텔레스크린이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1984”가 경고하려고 했던 미래의 모습이 바로 이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모든 일들은 당신이 모르는 사이에 일어납니다. 이 한 장의 엉덩이 사진은 우리를 조롱하는 듯합니다. 당신들은 100퍼센트 안심해도 좋으냐고, 우리에게 엉덩이를 까보이고 있는 거랄까요.
 
문학집배원 하성란

◆ 작가_ 이청해 - 1948년 서울에서 태어났으며, 1990년 중편소설 「강」으로 KBS 방송문학상 수상. 이듬해 《문학사상》에 단편소설 「하오」가 당선되고, 《세계의문학》에 단편소설 「빗소리」를 발표하며 작품활동 시작. 장편소설로 『초록빛 아침』, 『아비뇽의 여자들』, 『체리브라썸』, 『오로라의 환상』, 『그물』, 『막다른 골목에서 솟아오르다』가 있으며, 소설집으로 『빗소리』, 『숭어』, 『플라타너스 꽃』, 『악보 넘기는 남자』, 장편동화로 『내 친구 상하』 등이 있음.
 
◆ 낭독_ 채세라 - 배우. 연극 <우리 읍내>, 뮤지컬 <루나틱> 드라마 <궁> 등에 출연.
◆ 출전_ 『장미회 제명 사건』(민음사)
◆ 음악_ 임승태
◆ 애니메이션_ 이지오
◆ 프로듀서_ 김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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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권기금 문화나눔 2011.07.11 14:17
 


2011-06-30



연 배가 좀 되신 분이라면 이들의 대화가 무엇을 두고 이루어지고 있는지 아시겠지요? 백여 년 전 조선을 여행한 프랑스인에게 비친 한양의 모습입니다. 요강이라는 것이 희한한 물건처럼 묘사되고 있는데요, 길거리에서 볼일을 봐 걷는 일조차 쉽지 않다는 프랑스에 비하면 오히려 청결하다는 느낌마저 줍니다. 지금처럼 화장실이 집안에 없던 시절에는 집집마다 요강이 있었습니다. 종류도 다양했고 엉덩이에 닿던 감촉도 다 달랐지요. 어린 시절, 외갓집 툇마루에도 밤이면 요강이 나와 앉았습니다. 한겨울이었습니다. 눈을 비비고 마루로 나와 요강에 걸터앉았지요. 밤새 한 데 나와 차가워질 데로 차가워진 요강에 엉덩이가 얼어붙을 것만 같았습니다. 쨍하고 차갑던 그 동그라미는 아직도 엉덩이가 기억하고 있습니다. 정신이 번쩍 났지요. 그제야 보았습니다. 밤새 내린 눈으로 세상이 온통 하얗게 변해 있었지요. 멀게만 보이던 앞산이 바로 사립문 밖에 있었습니다.

모든 경계가 사라진 세상엔 하얀 눈과 저와 그리고 요강뿐이었습니다.
 
문학집배원 하성란



◆ 작가_ 샤를 바라 - 프랑스의 여행가로, 지리학자이자 민속학자. 유럽과 아메리카, 북아프리카, 인도, 캄보디아 등의 동남아시아를 두루 여행하였으며, 특히 북부 러시아와 시베리아를 횡단함.
샤 이에 롱 - 미국 메릴랜드에서 태어났으며, 남북전쟁에서 대위로 제대한 후 이집트 주둔 영국군에서 대령까지 진급하지만 영국의 아프리카 정책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퇴역당함. 변호사로 이집트에서 활동하다가 1887년에서 1889년까지 미국의 한성 주재 총영사이자 공사관의 서기관으로 부임함. 1892년에서 1902년 사이 파리에 있는 동안 미국의 독립전쟁에 참전한 프랑스 군인들의 비망록을 만들어 1901년 레종도뇌르 훈장을 받음.
 
◆ 낭독_ 김민성 - 성우. 〈격동50년〉, 〈내셔널지오그래픽〉 등에 출연.
이현우 - 배우. 〈한 여름 밤의 꿈〉, 〈휘가로의 결혼〉, 〈택시드리벌〉 등에 출연
◆ 출전_ 『조선기행』(눈빛)
◆ 음악_ 권재욱
◆ 애니메이션_ 민경
◆ 프로듀서_ 김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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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권기금 문화나눔 2011.07.11 13:54


2011-06-23


어릴 적 보았던 드라마의 한 장면입니다. 극중에서 소설가 역을 맡은 배우가 마당으로 뛰쳐나옵니다. 소설을 쓰다 잠깐 잠이 들었는데 꿈속에서 전광석화처럼 떠오른 단어가 당최 떠오르지 않는 겁니다. 물론 시청자인 저는 알고 있었지요. 바로 메뚜기떼. 그 장면 때문일까요. 글을 쓴 뒤로는 잠을 잘 때도 머리맡에 종이와 연필을 놓고 자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잠들 무렵 떠오른 이야기들을 놓치지 않고 재빨리 종이에 적어두려는 거지요.
물론 지금도 행동에 옮기고 있습니다. 비몽사몽. 처음엔 단 한 글자도 알아볼 수 없었을 때가 많았습니다. 획도 정확치 않은데다 글자들이 마구 겹쳐 있었지요. 그 뒤로 생각한 것이 커다란 도화지를 펼쳐두는 일이었지요. 아무리 어두워도 아무리 괘발개발이어도 글자를 알아볼 수 있겠다는 일념으로. 하지만 일어나보면 여전히 알아볼 수 없거나 알아본다 해도 왜 써놓았는지 알 수 없는 단어들일 때가 많습니다. 어젯밤엔 분명 멋진 이야깃거리였는데 말이죠.
아무튼 글쓰기의 모드에 접속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언제 찾아올지도 모르구요. 그러니 늘 메모할 수첩과 연필을 준비해두세요. 입천장을 데일 듯, 찾아올 당신의 첫문장, 궁금합니다.
문학집배원 하성란

 
 ◆ 작가_ 강영숙 -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났으며, 1998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 「8월의 식사」가 당선되어 작품활동 시작. 2006년 첫 장편소설 『리나』로 한국일보문학상을, 2011년 단편 「문래에서」로 김유정문학상을, 같은 해 장편소설 『라이팅 클럽』으로 백신애문학상을 수상함. 소설집 『흔들리다』, 『날마다 축제』, 『빨강 속의 검정에 대하여』가 있음.
 
◆ 낭독_ 문지현 - 배우 및 성우. 연극 〈경숙, 경숙아버지〉 등에 출연.
◆ 출전_ 『라이팅 클럽』(자음과모음)
◆ 음악_ 박세준
◆ 애니메이션_ 강성진
◆ 프로듀서_ 김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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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6년 5월 8일 도종환의 시배달로 시작하여, 현재는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주2회) 신청하신 분의 이메일로 시와 문장을 발송해드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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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권기금 문화나눔 2011.07.11 13:31


무심히 살아가다 문득 발목 잡히는 순간들이 있어요. 이별 같은 큰일이 아니더라도, 그냥 사는 일이 하염없어지는 때. 그럴 때, 저는 책 속으로 도피하거나 주방으로 나가게 되더군요. 설탕을 듬뿍 넣고 과일 잼을 만들거나, 유자나 모과 따위를 잘게 썰어서 차를 담그거나. 그 단순한 동작을 반복하다 보면, 동동 떴던 마음에 발이 생겨서 다시 땅을 딛게 되더군요. 
실연당한 친구를, 일 년 전에 똑같은 일을 겪은 그녀가 위로해주고 있어요. ‘보잘것없는 것’에 집중하는 건 어쩌면, 마음을 통째로 삼키려 드는 아픔에 작은 물꼬를 틔워주는 일인 듯해요. 지금은 고통에 절어 말귀를 못 알아듣는 소설 속 친구도, 언젠가는 그걸 알게 되겠지요.


 -2011.01.06   문학집배원  이혜경



권여선, 「사랑을 믿다」 중에서








일 년 전 그녀는 어떻게 숨쉬었던가. 그녀에게도 살고 싶다는 희망이 있었던가. 물론 있었을 것이다. 결코 희망의 모습으로 존재하지 않아 그녀가 그것을 알아보는 데 시간이 걸렸을 뿐.
“모든 걸 잃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말이야.”
그녀의 말에 친구가 처연히 고개를 들었다. 
“가만히 주위를 돌아보면 여전히 뭔가 남아 있다는 걸 깨닫게 될 거야.”
“대관절 뭐가 남아 있다는 거야?”
“글쎄, 그걸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별로 보잘것없는 것들이긴 하지.”
“그러니 무슨 상관이야? 엄청나게 대단한 것이 남아 있다고 해도 난 상관없어.”
친구가 한 손으로 과장되게 허공을 그렸다. 
“아니! 보잘것없어! 정말 보잘것없는 것들만 남아 있지!”
친구는 멍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 눈빛에는 그녀가 구원의 메시지를 주리라는 기대와 어떤 것도 자신을 구원할 수 없으리라는 체념이 안주 반반처럼 섞여 있었다.
“하지만 그 보잘것없는 것들이 상황을 바꿔놓거든. 거의 뒤집어놓는다고도 할 수 있어.”
친구가 갑자기 상체를 앞으로 쑥 내밀었다. 
“내가 어떻게 해야 상황이 뒤집힐 수 있다는 거야?”
친구는 그녀의 말을 오해하고 있었다. 상황이 뒤집힐 수 있다는 의미를 어떻게든 애인이 다시 돌아오게 만들 비법이 있다는 식으로 해석해선 곤란했다. 그녀는 냉정하게 말할 필요를 느꼈다. 
“이를테면 친척집에 심부름을 간다든가, 업무 파트너의 경조사를 챙긴다든가 하는 것들. 그런 일들을 받아들여.”
순식간에 친구의 눈빛에 배신감이 차올랐다. 친척집? 경조사? 친구는 그녀가 자기를 진지하게 대하지 않는다고, 심지어 조롱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친구는 힘없이 상체를 뒤로 물렸다.
“나는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모르겠다. 차라리 할 말이 없으면 가만히 앉아 있어주든지.”



작가/ 권여선
1965년 경북 안동에서 태어났으며, 1996년 『푸르른 틈새』로 제2회 상상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작품활동 시작. 소설집으로 『처녀치마』『분홍 리본의 시절』『내 정원의 붉은 열매』가 있고, 장편소설로 『푸르른 틈새』가 있다. 이상문학상을 수상함.


낭독/ 김신용 - 배우. <격정만리> <바람의 정거장> 등 출연. 
   박경미 - 성우. 라디오 드라마 <파한집>, 마당극 <신흥부놀부뎐> 등 출연.
   금빛나 - 인도고전무용가. 인도에서 <먼쩌쁘레베서> 공연, 국립극장에서 <인도의 사랑과 신화> 공연 등.


출전/『내 정원의 붉은 열매』(문학동네)

음악/ 권재욱

애니메이션/ 민경

프로듀서/ 김태형


<문학집배원> 사업은 문학과 멀어진 국민들이 우리 문학의 향기를 더욱 가깝게 느끼며 문학적 감수성을 계발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독자들이 문학을 좀더 쉽고 가깝게 만나고 삶의 여유를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사업입니다.

지난 2006년 5월 8일 도종환의 시배달로 시작하여, 현재는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주2회) 신청하신 분의 이메일로 시와 문장을 발송해드리고 있습니다.

보다 자세한 사업 안내와 <문학집배원> 신청은 사이버문학광장 문장 홈페이지(letter.munjang.or.kr)를 이용해주시기 바랍니다.





by 복권기금 문화나눔 2011.01.08 22:58

어떤 자리에선가, “가장 좋아하는 게 뭐예요?” 하는 물음을 받은 적이 있어요. 좋아하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닌데다 그때그때 달라서 선뜻 대답할 수 없었어요. 잠깐 생각을 거친 뒤  “밥.“이라고 대답함으로써 ‘소설가의 취향’을 궁금해하던 이들을 실망하게 했지요. 
식당 밥을 즐기는 편이 아니라서, 전에는 손님에게 찬이 없어도 밥을 지어 대접해 버릇했어요. 그런데 언제부턴가 저도 집이 아닌 식당에서 밥을 사고 있더군요. 내 솜씨보다 더 낫고 찬도 다양하니까,라고 스스로 핑계를 대면서요. 천지에 골고루 내리는 눈처럼, 새해엔 따뜻한 밥상이 모든 사람의 나날에 함께하기를 빌어봅니다. 


-2010.12.30   문학집배원  이혜경




박완서, 「식사의 기쁨」 중에서








이 나이에 아직도 극진히 공대해야 할 웃어른이 남아 있는 건 아니지만 환대하고 싶은 사람, 우의를 표하고 싶은 사람까지 주위에 없는 건 아니다. 그런 사람한테도 밥 한번 같이 먹자는 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잘하는 편이다. 그때 밥은 식당밥도 햇반도 아니고 집밥이다. 평소에 흉허물 없이 무심하게 대하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착하고 불쌍해 보일 때가 있다. 위로해주고 싶어서 한다는 소리도 집에서 밥 한번 같이 먹자는 소리다. 마음에 남는 친절한 대접을 받고 나서 답례로 한다는 소리도 같은 소리이다. 나는 아마도 밥을 여린 마음, 다친 마음 등, 마음에는 무조건 잘 듣는 만병통치약쯤으로 아나 보다. 그러나 그런 격식 차리지 않는 나의 초대에 선뜻 응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빈말로 알아듣거나 정말로 알아들었다고 해도 거북한 듯 비켜간다. 초대라면 의례히 진수성찬을 연상하고 부담 주기 싫어서일 것이다. 하긴 누가 나한테 집밥을 먹으러 오라고 초대해도 그렇게 비켜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요새 세상에 자기네 먹는 밥상에 숟가락 하나만 더 놓는 초대일 리는 없으니까. 그래도 말로라도 그런 초대를 받으면 기쁠 것 같다. 
내가 믿는 ‘집밥’의 효능을 믿어주는 건 그래도 피붙이밖에 없는 것 같다. 따로 사는 손자가 오늘 할머니한테 가서 저녁 먹고 싶다고 전화를 걸어올 때가 가끔 있다. 하는 일이 피곤한가, 뭐가 뜻대로 안 되나, 녀석의 목소리가 지친 듯 가라앉아 있다. 그럴 때 나는 막 신이 난다. 마치 내가 지은 더운밥 한 그릇이 녀석에게 새로운 기라도 불어넣을 수 있다고 믿는 것처럼 가슴이 설레고 으스대고 싶어지기까지 한다. 내가 생각해도 정말 못 말리는 늙은이다.



 

작가/ 박완서

1931년 경기도 개풍에서 태어났으며, 1970년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에 당선되어 작품활동 시작. 지은 책으로 『너무도 쓸쓸한 당신』『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꼴찌에게 보내는 갈채』『잃어버린 여행가방』『호미』 등이 있음. 동인문학상, 이상문학상, 황순원문학상 등을 수상함.

 

낭독/ 천정하 - 배우. <청춘예찬>, <남도1> 등 출연.

출전/『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현대문학)

음악/ 권재욱

애니메이션/ 홍예실

프로듀서/ 김태형



<문학집배원> 사업은 문학과 멀어진 국민들이 우리 문학의 향기를 더욱 가깝게 느끼며 문학적 감수성을 계발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독자들이 문학을 좀더 쉽고 가깝게 만나고 삶의 여유를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사업입니다.

지난 2006년 5월 8일 도종환의 시배달로 시작하여, 현재는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주2회) 신청하신 분의 이메일로 시와 문장을 발송해드리고 있습니다.

보다 자세한 사업 안내와 <문학집배원> 신청은 사이버문학광장 문장 홈페이지(letter.munjang.or.kr)를 이용해주시기 바랍니다.


by 복권기금 문화나눔 2011.01.08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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