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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집배원

[문화나눔 릴레이인터뷰] 제1탄. 시인 안도현 님 [문화나눔 릴레이인터뷰 영상] 시인 안도현 님 11월 26일 전주에서 열린 2011 전국청소년 시낭송축제에 초대손님으로 참석한 안도현 시인을 만났다. 워낙 유명한 시인이기도 하지만 단 세 행으로 구성된 ‘너에게 묻는다’라는 시는 시인의 이름을 모르더라도 한번쯤은 들어본 구절일 것이다. 너에게 묻는다 _안도현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정재분 시인은 안도현 시인에 대해 “낭만적 정서를 뛰어난 현실감으로 포착하여 유려한 시의 질감을 보여준 안도현 시인. 그는 언제나 작은 것에 대한 각별한 통찰력으로 삶의 깨달음을 시인 특유의 생뚱맞고도 능청스러운 입담을 통하여 질박하게 그려왔다”고 평했다. 아직도 한 달에 천편 정도의 시를 읽는다는 안도현 시인은 사람들의 시와.. 더보기
[시배달] 고정희, 「히브리전서(傳書)」 낭송 황혜영 고정희, 그녀는 저의 왼쪽 가슴을 이루는 제가 사랑한 많은 여자들 중 큰언니 뻘에 해당합니다. 그녀의 이름을 가만히 다시 부르는 것만으로도 통증이 옵니다. 당당한 전사이자 가장 섬세한 여자인 그녀를 사랑했어요. 1983년에 초판이 나온 시집에 들어있는 이 시를 30년 후에 읽으면서 마음이 서늘합니다. 예수는 대학에 다니지 않았지만, 예수를 믿는 사람들은 좋은 대학에 자녀를 보내기 위해 밤낮없이 그에게 기도를 계속하고 있지요. 예수는 부귀를 누리지 않았지만 예수를 믿는 사람들은 부귀를 누리게 해달라고 이 순간에도 그에게 매달려 부르짖기를 계속하고 있지요. 예수가 전한 사랑은 어디에 있는지. 오늘날 예수는 정말 누구인지. 십자가에서 피 흘리고 못 박힌 예수는 온 데 간 데 없고 세상에서 온갖 부귀영화 누리는.. 더보기
[문장배달] 최범석, 「여행자의 옛집」 중에서 낭송 홍서준 초등학교 동창인 기청이와 옛집이 있던 자리를 찾았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그곳을 떠난 저와는 달리 그 친구는 집이 헐릴 때까지 그곳에 살았었답니다. 그곳 지리가 훤한 친구를 쫓아 옛집까지 걸어올라갔지요. 조금씩 조금씩 옛 풍경들이 떠올랐습니다. 목욕탕이 있던 자리, 그 앞 선미네 집, 전파사와 문방구…… 장미나무 한 그루가 있던 옛집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그곳엔 아파트 시공사의 이름이 적힌 플래카드와 거대한 구덩이가 남아 있을 뿐이었지요. 우리는 한참 동안 포클레인이 땅을 파는 것을 지켜보았습니다. 우리가 다방구를 하던 전봇대와 비탈길, 막다른 골목집이 있던 자리를 알아맞힐 땐 누구랄 것도 없이 목소리가 커지기도 했지요. “집이 허물어질 땐 눈물도 안 나왔어. 얼마 뒤에 보니 흙속에 바가지.. 더보기
[시배달] 김이듬, 「서머타임」 낭송 김이듬 2011-06-30 “여 름은 젊음의 계절~ 여름은 사랑의 계절~” 이런 노래가 있지요, 제목이 뭐였더라… 여름은 이렇게 젊음/사랑 등의 수식어와 함께 하기 십상이지만요. 이 시에 등장하는 젊음 혹은 여름은 해맑은 찬가와는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어조는 명랑하지만 이 명랑의 화살이 꿰뚫고 가는 여름 하늘은 춥습니다. 위세척을 한 ‘아가’라 불리는 이 젊음 앞에서 우리는 불안하게 두리번거립니다. 세상의 위협 속에서 스스로 죽어가는 젊음들. 모닝콜로 자장가를 듣는 모순이 일상화된 추운 삶. 부유하고 멋쟁이 천지인 세상의 제물들인 우리는 왜 이토록 출구가 없는가요. 여름이 제일 추운 우리의 어떤 젊음들을 위해 오늘 이 동병상련을 배달합니다. 젊어서 죽은 제니스 조플린이 생각나는 날. 하루쯤은 커피도 술도 사랑.. 더보기
[문장배달] 샤를 바라, 샤이에 롱, 「조선기행」 중에서 낭송 김민성, 이현우 2011-06-30연 배가 좀 되신 분이라면 이들의 대화가 무엇을 두고 이루어지고 있는지 아시겠지요? 백여 년 전 조선을 여행한 프랑스인에게 비친 한양의 모습입니다. 요강이라는 것이 희한한 물건처럼 묘사되고 있는데요, 길거리에서 볼일을 봐 걷는 일조차 쉽지 않다는 프랑스에 비하면 오히려 청결하다는 느낌마저 줍니다. 지금처럼 화장실이 집안에 없던 시절에는 집집마다 요강이 있었습니다. 종류도 다양했고 엉덩이에 닿던 감촉도 다 달랐지요. 어린 시절, 외갓집 툇마루에도 밤이면 요강이 나와 앉았습니다. 한겨울이었습니다. 눈을 비비고 마루로 나와 요강에 걸터앉았지요. 밤새 한 데 나와 차가워질 데로 차가워진 요강에 엉덩이가 얼어붙을 것만 같았습니다. 쨍하고 차갑던 그 동그라미는 아직도 엉덩이가 .. 더보기
[문장배달] 강영숙, 「라이팅 클럽」 중에서 낭송 문지현 2011-06-23 어릴 적 보았던 드라마의 한 장면입니다. 극중에서 소설가 역을 맡은 배우가 마당으로 뛰쳐나옵니다. 소설을 쓰다 잠깐 잠이 들었는데 꿈속에서 전광석화처럼 떠오른 단어가 당최 떠오르지 않는 겁니다. 물론 시청자인 저는 알고 있었지요. 바로 메뚜기떼. 그 장면 때문일까요. 글을 쓴 뒤로는 잠을 잘 때도 머리맡에 종이와 연필을 놓고 자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잠들 무렵 떠오른 이야기들을 놓치지 않고 재빨리 종이에 적어두려는 거지요. 물론 지금도 행동에 옮기고 있습니다. 비몽사몽. 처음엔 단 한 글자도 알아볼 수 없었을 때가 많았습니다. 획도 정확치 않은데다 글자들이 마구 겹쳐 있었지요. 그 뒤로 생각한 것이 커다란 도화지를 펼쳐두는 일이었지요. 아무리 어두워도 아무리 괘발개발이어도 글자를 알아.. 더보기
[문학집배원] 신년늬우스(NEWS) 안녕하세요. 앵커 문화나누미입니다. 5, 4, 3, 2, 1… 땡! 네, 얼마 전 모두들 이렇게 큰 소리로 외치며 설레는 2011년을 맞이하셨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난 2010년 동안 여러분에겐 어떤 기억들이 남아있는지 새삼 궁금한데요. 2011년에도 문화나눔 소식들을 전하고자하는 문화나누미의 노력은 계속될 터이니, ‘혹시 이제 끝나는 거 아냐?’하고 아쉬워 하셨던 분이 계시다면 염려 붙들어 매셔도 괜찮습니다. 하핫! 그럼, 오늘 소식을 시작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첫 뉴스입니다. 최근 2011년 새해를 맞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복권기금 문화나눔 사업의 일환인 ‘문학집배원’에 대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문학집배원에 대한 궁금증, 나문화 기자가 풀어드립니다. 문학집배원 신년늬우.. 더보기
[시배달] 함민복, 「원(圓)을 태우며」 낭송 김근 | 나무의 삶이 기록되어 있는 나이테는 불에 타면서 음반처럼 삶의 기억을 하나하나 재생하여 자연으로 돌려보냅니다. 푸른 잎과 꽃의 기억을 연기에 담아 풀어버리고, 새소리와 달빛도 다 토해내고, 강렬한 햇빛과 독한 눈비바람도 계절에게 돌려줍니다. 나고 자라고 늙고 죽고 다시 자식으로 이어지는 삶과 죽음의 순환과정이 ‘원’이죠. 자연에서 빌린 삶을 그 원에 담았다가 남김없이 되돌려주는 나무의 마지막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활활 타는 통나무 곁에서 불을 쬐면서도 시인은 나무에 새겨진 그 '원'을 다비(茶毘)시키고 있었군요. 한 해가 저뭅니다. 묵은 나이테를 따라 돌고 있는 아픈 기억은 다 풀어버리고, 새해의 나이테에는 새로운 활력이 새겨지기를 바랍니다. 2010.12.27 문학집배원 김기택 함민복, 「원(圓)을 태.. 더보기
[웹툰 6편] 피어라 상상력, 즐겨라 문학! 문학 나눔 더보기
[문장배달] 프리모 레비, 「옛 길들」 중에서 (낭송 박경찬, 김근) 절박하게 굶주린 사람에게 생선을 선물한 게 왜 그리 부끄러웠을까요. 체사레가 로마의 벼룩시장에서 장사를 하던 타고난 상인이라서요? 나치 수용소에서 풀려나 러시아군에 의해 폴란드의 한 마을에 수용된 체사레, 그 마을의 시장에 자리까지 확보하고 물건을 사고팔지요. 여느 날과 다름없이 물을 주입해 무게를 불린 생선을 팔러 나간 체사레. 그가 걸려든 것은 소련군이 아니라 철두철미한 장사꾼인 그에게 법보다 더 무서운 것이었지요. 이익을 남기는 게 본분인 장사꾼으로 하여금 이득과 정반대되는 일을 하게 만든 무엇. 이 일이 체사레의 마음에 어떤 자취를 남겼을지 궁금해집니다. - 2010.12.23 문학집배원 이혜경 프리모 레비, 「옛 길들」 중에서 그러던 어느 날 체사레는 얼굴이 새카맣게 사색이 되어 돌아왔다. 수중..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