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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집배원/문장 배달

[문장배달] 무하마드 유누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은행가」 중에서 (낭송 박웅선, 신용진)



인도가 확보되지 않아서 위험한 시골길을 걸을 때, 툭 튀어나오거나 푹 꺼진 보도블록 때문에 발목을 접질릴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어요. 새로 길을 내거나 도로 공사를 하면 그 공사의 총책임자가 사랑하는 사람 가운데 가장 연약한 이와 함께 그 길을 걸어 보아야 한다는. 노모나 어린 딸, 혹은 몸이 불편한 지인과 조금만 걸어본다면 그 길이 보행자에게 얼마나 위협적인지 금세 알 테고, 지금보다는 나은 길이 되리라는 생각에요. 

방글라데시의 경제학자 유누스는 대학의 학과장이 되자마자 학과장실을 쪼개어 교수 연구실로 나누었다지요. 가난한 이들에 대한 편견을 깨고 마이크로 크레딧 운동을 벌여 빈민들에게 자립의 기반을 심어주었고요. 탁상행정과 거리가 먼 그의 해법은 참 간결하기도 하지요.

- 2010.10.28 문학집배원 이혜경



무하마드 유누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은행가」 중에서






세계은행의 강연장에서 한 미국 기자가 나에게 다가와 질문을 하였다. 그는 자기가 보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고 또 능률적인 세계은행을 붙잡고 내가 사사건건 시비를 건다는 듯 몹시 못마땅한 눈치였다.
그는 녹음기의 마이크를 들이대면서, 도전적인 말투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
“그렇게 비판만 하지 마시고, 만일 선생께서 세계은행 총재가 된다면 무슨 일을 하실지 한 말씀 해주시지요?”
그의 얼굴에는 나를 궁지로 몰아넣고 싶어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글쎄요, 한 번도 생각해 본 일이 아니라서.” 나는 뭐라고 답변해야 하나 궁리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제일 처음 할 일은 아마도 세계은행 본부를 다카로 옮기는 일일 겁니다.”
“어째서입니까?”
“글쎄요, 루이스 프레스톤 씨(당시의 세계은행 총재)가 ‘세계은행의 목표는 전세계의 가난과 싸우는 것’이라고 했듯이, 내 생각엔 그러려면 우선 가난이 극심한 나라에 세계은행의 본부가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매일 가난한 사람들을 접하며 지내다보면, 가난한 사람들을 정말로 도울 수 있는 가장 빠르고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내게 될 테니까요.”
내 말을 듣고 난 기자는 고개를 끄덕였는데, 조금 전의 태도보다 훨씬 누그러진 표정이었다.
“그래서 세계은행 본부가 다카로 이전을 하면, 지금 세계은행에서 봉급을 받는 5,000명의 직원들 상당수가 틀림없이 은행을 그만두게 되겠지요. 본부가 다카로 옮긴 후에도 계속 남아 있는 직원들에게도 다카에서 아이들을 키우는 일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니고, 또 사교 모임도 재미가 없을 겁니다. 따라서 직원들 중 또 상당수가 일찌감치 퇴직을 하거나 다른 직종을 찾아나서겠지요. 자, 이렇게만 된다면 이중으로 이익입니다. 우선 첫째로, 가난이란 문제에 정말로 관심이 없는 사람은 은행을 떠나는 대신에,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직원으로 뽑을 수가 있습니다. 두 번째로, 현지에서 직원을 뽑으면 생활비나 봉급 수준이 형편없이 낮기 때문에 굉장한 비용절감 효과를 가져옵니다. 다카의 물가는 워싱턴보다 무척 싸거든요.”




작가/ 무하마드 유누스
1940년 지금은 방글라데시 땅인 옛 동 벨공 치타공 시에서 태어났으며, 방글라데시의 그라민 은행 설립자이자 총재. 막사이사이 상과 세계식량상을 수상하였고, 1995년에는 아시아 위크 지가 뽑은 '위대한 아시아인 20인'에 선정됨. 지은 책으로 『가난 없는 세상을 위하여』『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은행가』『50년이면 충분하다』 등이 있음.


낭독/

박웅선 - 배우. 연극 <오셀로>, 영화 <한반도> 등 출연.
신용진 - 배우. <메데이아>, <라이어> 등 출연.


출전/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은행가』(세상사람들의 책)

음악/ 
좋은친구

애니메이션/
이지오

프로듀서/ 
김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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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6년 5월 8일 도종환의 시배달로 시작하여, 현재는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주2회) 신청하신 분의 이메일로 시와 문장을 발송해드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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