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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에 없는 집

[우수문학도서] 2010년 4분기, 시 부문 : 「아픈 천국」, 「뺨에 서쪽을 빛내다」등 7편 선정 아픈 천국 이영광 지음 (주)창비 (경기) | 2010년 8월 30일 출간 선정평 이영광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아픈 천국』은 남성적 발성법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각별한 주목을 요한다. 이영광 시인의 시는 요즘 우리 시의 한 아쉬움이기도 한 유약한 여성적 어조와 서정으로부터 좀 떨어진 거리에 있다. 물론 그의 시도 비련의 사랑을 노래하거나 죽음을 처연하게 바라볼 때가 종종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시는 특유의 몸이 탄탄한 사내의 육성을 빌어 사회정치적인 상상력을 펼쳐 보인다. “시를 쓰면서 사나워졌습니다 / 타협을 몰라서 그렇습니다”라고 단언하는 그는 시를 통해 불치의 이 시대를 매섭게 호통치고, “아픈 천국의 퀭한 원주민”을 위무한다. 아픈 세상의 편에서 타오르는 단단한 시정신 묵직한 사색을 바탕으.. 더보기
[시배달] 곽효환, 「지도에 없는 집」 (낭송 정인겸) 답답하다고 숨 막힌다고 아무 때나 아무 곳으로나 훌쩍 떠날 수 있나요? 생각만 해도 숨이 크게 쉬어지는 곳, 심장이 두근거리고, 기운이 솟는 곳이 마음속에 있다면 어떨까요? 투명인간이 되어 잠시 세상에서 잠적하고 싶을 때, 죽은 듯 이 세상에서 잠시 없어지고 싶을 때, 시공간의 제약 없이 바로 떠날 수 있는 그런 곳 말입니다. 현실도피라고요? 백석 시인은 눈 오는 밤 나타샤와 함께 깊은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며 차라리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이라고 했습니다. 마음도 하나의 생태계라면 세상이 감히 끼어들 수 없는 깨끗하고 순수한 공간이 필요하지요. 물론 이 공간은 허구이지만 바로 그렇게 때문에 자유로운 곳이죠. 시는 그런 곳에 집 짓는 일을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