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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동! 문화나누미!

[문화나누미] 2010 전국청소년시낭송축제 "詩가 흐르는 밤" 그 현장을 가다


[문학나눔]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詩가 흐르는 밤” 그 현장을 가다.



 안녕하세요. 바야흐로 감성이 좌르르- 무르익는 가을입니다. 여러분은 보통 낙엽 하면 어떤 것이 떠올려지시나요?


 



빨간 단풍?


아니면




노오란 은행?



다!
맞지만!
오늘 언급할 것은 바로, 詩


물론 가을이 독서의 계절이라는 건 모두가 알고 계신 사실이겠지만

그 수많은 독서의 분야 중 우리의 마음을 가장 아름다운 언어로 싱숭생숭 울리는 것이 있다면
그게 바로 ‘시’가 아닐까 해요.

이상하게 10월의 가을이라는 배경과 ‘시’는 다른 어떤 것보다도 더 잘 어울리기도 하구요.

 

마침, 복권기금 문화나눔사업 중 「문학나눔」에서는 2010 전국청소년시낭송축제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잠깐! 전국청소년시낭송축제는 시를 어려워하고 낯설어하는 청소년들이 직접 다양한 형식과 내용으로 시를 낭송하면서 시의 아름다움과 문학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라고 보시면 된답니다.)


그래서 그 현장에 찾아가보았습니다.

 

개. 봉. 박. 두!

 


10월 14일(목), 오후 7시 경!
 마포구에 위치한 성미산학교의 주최로 축제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저는 ‘축제’라고 해서 굉장히 큰 규모의 행사라고 생각을 했는데요.
막상 당일이 되어 시낭송 축제가 열린다는
<성미산 마을극장>으로 찾아가 보니
생각보다 작은 공간에서 많은 이들이 행사를 위해
분주하게 준비를 하고 있더군요.


 

 

▲ 성미산 마을극장의 입구 :)                                             극장 입구 앞 게시판, 예쁘게 꾸며진 <제 4회 시가 흐르는 밤>



성미산 마을극장은 마치 대학로나 홍대입구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소규모의 공연장 혹은 소극장의 분위기를 지니고 있더군요.


기다림의 시간도 얼마 지나지 않아,
드디어 <시가 흐르는 밤>이 시작되었습니다.


시가 흐르는 밤은, 그 이름답게
‘시 낭송’이 곁들어진 오프닝 영상으로
그 따뜻한 막을 올렸습니다.


 

 


 

“나의 옛 나는 어디로 갔을까
고무신 밖으로 발등이 새카맣던 어린 나는
어느 거리를 떠돌다 흩어졌을까….”라는
여운을 남기는 마지막 시구를 끝으로,
사진과 함께 곁들여졌던 오프닝 영상이 끝나고,

곧이어 귀여운 성미산 학교의 1학년 아이들이 나와
시낭송을 합니다.


 

▲ 분홍색 티를 옹기종기 맞춰 입고, <성미산은>을 낭송하는 성미산 학교의 1학년 어린이들.


이 귀여운 아이들의 시를 들으면서,

저 역시 ‘순수’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이들의 순수함은 누구에게나 마음 깊숙한 곳으로부터
본연의 동심을 자극하는 힘이 있는 것 같아요.
이 아이들을 시작으로
성미산 학교의 2, 3, 5학년 학생 등
너무도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이 줄지어 나와
예쁜 목소리로 혹은 약간은 수줍은 태도로
자신이 쓴, 혹은 자신이 감명 깊게 읽은 시를 낭송하였습니다.


 

▲ 2학년 오연재, 오세은, 양서정 학생이 <물과 바람>시를 낭송중입니다.


+

아차-
저 뒤에 두 남학생의 기타연주, 보이시나요?

생생하게 귀에 들리는 잔잔한 기타연주와 맑은 시들을 듣고 있자니, 마음이 한껏 정화되는 기분입니다.


 

 

 

▲ 계속, 좋은 시들을 학생들이 낭송해주었습니다.
더불어 저 역시 계속, 마음이 풍요로워지는 기분입니다.





▲ 1부의 공연이 끝나고, Try to remember라는 곡으로
‘해금연주’가 시작되었어요.

서양의 음악을 우리의 악기로 연주하니,

정말 색다른 매력이 있더군요. 진정 ‘퓨전’이라고나 할까요. :)



성미산 마을 극장의 작은 공연장에서는

왁자지껄 웃음소리가 가득하게 들려오기도 하고,
2부 공연에서 낭송을 준비하는 친구들은
자신의 순서를 되짚어보기도 하는 등
다양한 모습이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열심히 그들의 분주함을 구경하다보니
휴식시간 10분이 쏜살같이 지나가더군요.


2부에는 ‘그림낭송’으로 그 막이 올려졌습니다.
사실 1부처럼 ‘시 낭송’이 나올 줄 알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1부와 다르게 2부는 시 낭송과
학생들의 가지각색 끼를 엿볼 수 있는
무용, 인형극 등의 공연 순서가 많이 섞여있었어요.


 

 

▲ 안와르 페이잘의 <우리가 하나임을 기억하세요> 연극을 하는 학생들.
총 6명의 학생이 힘을 합쳐,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심오한 연극을 보여주었습니다.


연극이 끝난 후,

<배꼽나무>라는 인형극이 이어졌습니다.
목소리 연기를 하는 학생들이
등장인물이었던 할머니나 공사아저씨 등의 흉내를 너무 잘 내서
흥미진진하게 인형극을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 인형극에 한창인 모습.



 

▲ 다시 시작된 시 낭송.



▲ 시 낭송이 있을 땐, 꼭 낭송자의 옆과 뒤에서
학생들의 기타연주가 있었습니다.


기타소리와 시. 정말 잘 어울리더군요.

정말 황홀한 시간이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2부의 하이라이트는 아무래도 초대시인이었던 ‘송경동 시인’의 시낭송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아마 송경동 시인을 이미 알고계신 분들도 많을 거라 생각되는데요.

 2001년 실천문학을 통해 등단하신 송경동 시인은 대추리, 용산, 기륭전자 등 소외받고 탄압받는 이들의 투쟁의 현장에서 시를 쓰는 분입니다.

그는 이렇게 민중투쟁에 함께 하면서 단순히 시를 쓰는 것이 아니라, 그 투쟁의 현장에 소수자들의 삶을 써 내려갑니다.

그의 시를 들으며 우리는  궁극적으로 우리의 발이 어디를 향하고 있어야 하는 가에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게 되곤 하지요.

‘시가 흐르는 밤’에서 낭송해주셨던 시 <이 냉동고를 열어라>는 용산참사와 관련있는 시였는데요.

정말 얼굴이 빨개지시도록 목청껏, 실감나게, 또 상당히 투쟁적으로 시를 낭송해주셨던 시인님 덕분에 저도 다시 한 번 사회의 부조리 등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초대시인이었던 송경동 시인의 시를 끝으로 이렇게 제 4회 시가 흐르는 밤은 끝을 맺었습니다.


음. 떨리고 따뜻했던 당시의 순간들을 뭐라고 표현을 해야 좋을까요? 누구보다 제가 ‘시가 흐르던 밤’에 누구보다 흠뻑 빠져있어서 인지, 시의 향기가 가득했던 축제가 끝나가는 것이 너무도 아쉽게만 느껴졌어요.

그래도 이 날 받았던 책자 속의 시를 다시 한 번 되뇌며 작지만 따뜻했던 공간에서의 커다란 감동을 가슴에 온전히 담아가겠습니다.

.

마지막으로,
여러분들에게 제가 시가 흐르는 밤을 통해 접했던 수많은 시들 중에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성미산 학교 3학년 고예원 학생이 지은 시를 소개드리면서 글을 마치려고 해요.


 

우리가 살아가는 법

3학년 고예원 지음


모두 살아가기 위해 배우는 법이 있다.

원숭이는 나무를 타는 법을
물고기는 헤엄치는 법을
사자는 사냥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런 것을 두고 진리라고 하는 걸까?

사람이 배워야 하는 법은 뭘까?
밥을 먹는 법일까? 아니면 잠을 자는 법일까?

그럴 수도 있지만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 배우는 법은
바로 배려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게 자리를 양보해드리는 배려,
질서를 지키는 것도 모두 배려다.

배려할 줄 모르는 사람은
진짜로 행복한 사람이 아니다.





고예원학생의 시를 읽고 많은 생각을 해볼 수 있었습니다.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배워야 할 법은 정말로 ‘배려’가 아닐까요? (^^)


그렇다면, 이 문화나누미는 많은 분들이 서로 ‘배려’함으로써 더욱 ‘행복’해지기를 바랍니다!
그 ‘배려’의 시작이 바로 ‘나눔’이라고 생각해요 :) 그 나눔에, 여러분도 많이 동참해주실 거죠?

지금까지 시가 함께여서 행복했던, 성미산에서의 밤에서 문화나누미, 최서영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