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특집] 릴레이 인터뷰

[문화나눔 릴레이인터뷰] 제1탄. 시인 안도현 님



[문화나눔 릴레이인터뷰 영상] 시인 안도현 님







11월 26일 전주에서 열린 2011 전국청소년 시낭송축제에 초대손님으로 참석한 안도현 시인을 만났다. 워낙 유명한 시인이기도 하지만 단 세 행으로 구성된 ‘너에게 묻는다’라는 시는 시인의 이름을 모르더라도 한번쯤은 들어본 구절일 것이다.


너에게 묻는다     _안도현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정재분 시인은 안도현 시인에 대해 “낭만적 정서를 뛰어난 현실감으로 포착하여 유려한 시의 질감을 보여준 안도현 시인. 그는 언제나 작은 것에 대한 각별한 통찰력으로 삶의 깨달음을 시인 특유의 생뚱맞고도 능청스러운 입담을 통하여 질박하게 그려왔다”고 평했다.

아직도 한 달에 천편 정도의 시를 읽는다는 안도현 시인은 사람들의 시와 시인에 대한 오해에 대해 "시라는 것은 배우면 배울수록 맛있고 재미있어 지는 것이 아닌 어렵다는 오해, 시 속에는 특별하고 고상한 것이 들어 있을 것 같다는 오해, 시는 여자들이나 읽는 것이라는 남자들의 오해, 시인은 감성이 굉장히 풍부한 사람이라는 오해 등, 시에 대한 오해가 정말 많다"는 말로 시에 대한 오해가 많음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그 안도현 시인에게 문화나눔에 대한 생각과 지금 시를 읽어야 되는 이유 등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안도현 시인은 “자기가 좋아하는 음식을 찾아서 먹듯이, 시도 자기가 좋아하는 시를 찾아서 읽어야 한다. 자기가 좋아하는 노래를 스스로 선택해서 흥얼거리듯이 시도 그렇게 되도록 안내해야 한다. 시를 가르치는 사람이나 시를 쓰는 사람들이 그런 일을 해야 된다”는 것을 강조했다.

안도현 시인은 1961년 경상북도 예천 출생으로 1981년 <대구매일신문> 신춘문예에 시 ‘낙동강’이 당선되고 198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서울로 가는 전봉준」으로 등단했다. 원광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전북 장수군 산서고등학교 등에서 교편을 잡고 있다가 전교조 사태로 해직되었고, 2004년 9월부터 전주 우석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11 전국청소년 시낭송 축제

지승호(이하 지) - 2011 전국청소년 시낭송축제에 참여하셨는데요. 전국 108곳에서 열린 시낭송축제의 결과를 볼 수 있는 자리라고 들었습니다. 행사에 참여한 소감이 어떠셨나요? 요즘 학생들이나 젊은 층들이 시를 잘 안 읽고, 인터넷이나 디지털 영상으로 정보를 접하는 세대가 된 것 같은데요.

안도현(이하 안) - 중고등학생들이 시라는 것을 시험에 나오는 질문으로만 접하게 된 것 같습니다. 시를 처음부터 끝까지 그렇게 접하거든요. 시를 딱딱하고 분석해야 되고, 없는 의미를 억지로 찾아야 되는 식으로 인식을 하다보니까, 시를 배우면 배울수록 시하고 가까워지는 것이 아니라 멀어지는 현상들이 생겼죠. 중고등학교 때 그렇게 공부를 하니까 전국민이 시를 배우면 배울수록 시하고 멀어지는 안타까운 현상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시낭송 축제가 100여 군데가 넘는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것을 보면서 시라는 것이 단지 시험대비용으로만 공부해야 되는 대상이 아니고 시를 가지고 놀 수가 있는 거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청소년들이 문학을 즐길 수 있는 단초 이런 것들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 같아요. 시낭송 축제를 준비하고 실행하고 있는 선생님들이나 학생들을 만나 봐도 재미있다는 거예요. 입시 위주의 교육판에 적어도 숨구멍 같은 것이 마련되는 것 같아서 저도 여기에 약간 관여하고 있지만, 기분이 좋습니다.





시인이 시(詩)에서 얻는 감동

지 - 문화나눔과 관련해서 2007년 5월 7일부터 2008년 4월 말까지 매주 한편의 시를 소개하는 문학집배원으로 활동하셨는데요. 시작하실 때 1년 동안 배달할 시의 기준을 ‘감동’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선생님께서 시에서 얻는 감동은 어떤 것인가요?

안 - 저는 평소에 시를 많이 읽는 사람 중 하나입니다. 한 달에 천편 정도 읽는데요. 그 모든 시들이 제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아니고, 마음을 움직이는 시는 극히 적거든요. 우선은 쉽고 어렵고의 문제는 아닌 것 같고요. 시인이 시적 대상으로 삼은 것에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한 게 있다면, 그 발견의 의미가 독자에게 고스란히 잘 전해질 때 감동이라는 것이 생기는 것 같아요. 시인의 경험과 독자의 경험이 만날 때도 생기는 것 같고요. 무조건 쉽다고 감동이 있고, 어렵다고 감동이 없는 것은 아닌 것 같고요. 시라는 장르의 특성상 그런 것 같습니다. 저는 시라는 것이 없는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고, 있는 것을 찾아내는 것이 시라고 평소에 생각하는데요. 찾아내는 눈에 대해서 읽는 독자들이 고개를 끄덕여주면 거기서 감동이 생기는 거죠.

지 - 한 달에 천편을 읽으신다고 하셨는데, 그럼 살아오시면서 수십만 편을 읽으셨을 것 같은데요. 시에 대한 여러 가지 선입견이 있는데, 시는 음미하면서 읽어야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에 비춰보면 한꺼번에 시를 많이 읽으시는 편인 것 같습니다. 그게 직업이시니까 그런 건가요?


안 - 네. 직업의식 때문에 많이 읽기도 합니다. 시를 써야 되고 가르쳐야 되니까요. 날이 갈수록 읽어야 되는 시는 더 많이 생산되는데, 그걸 소비해주는 사람들은 드문 것 같아요. 교과서에 있는 것은 극히 한정된 편수이구요. 한때 시 외우기를 반 강요하다시피 권하는 그런 선생님도 계셨는데요. 외우는 것도 시를 감상하는 방법의 하나일 뿐이지, 그게 타의나 강요에 의해서 외우는 거라면 학생들 자체가 즐겁지가 않거든요. 자기가 좋아하는 음식을 찾아서 먹듯이, 시도 자기가 좋아하는 시를 찾아서 읽어야죠. 자기가 좋아하는 노래를 스스로 선택해서 흥얼거리듯이 시도 그렇게 되도록 안내하는 것, 시를 가르치는 사람이나 시를 쓰는 사람들이 그런 일을 해야 되는 것 같습니다.


일상에서 시를 즐기는 것

지 - 사람들에 점점 시를 읽지 않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시집이 밀리언셀러인 시대도 있었는데요.

안 -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가 시의 시대라기보다는 산문의 시대라고 봐야 되겠죠. 서사의 시대고, 짧고 강렬한 것들, 물론 짧고 강렬한 것은 우리 생활 중에서 광고도 있고요. 여러 가지 양식들이 있지만, 지금은 길게 무엇인가를 설명해야 설득이 되는 시대여서 시를 많이 안 읽는 것 같고요. 시가 옛날에 밀리언셀러가 된 적도 있지만, 시를 아주 대중적으로 널리 읽은 것은 아니거든요. 인터넷이 활성화됨으로써 시를 좀 멀리하게 하는, 시 뿐만 아니라 종이책 자체를 멀리하게 하는 그런 현상이 생겼는데요. 서점에 가지 않더라도 인터넷 속에는 수십만 편의 시가 들어있거든요. 그걸 얼마든지 즐길 수 있는 여건은 된다고 보고요. 다만 종이에 침을 묻혀서 시집을 넘길 때의 맛은 모니터 상에서는 없겠죠. 인터넷에 올린 시들이 시인의 의도와는 다르게, 행이 마음대로 바뀐다든지 부호가 마음대로 붙는다든지, 그런 약점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언제든지 책상 앞에서 시를 읽을 수 있다는 것을 활용해도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 - 말씀하신대로 원작자의 뜻에 맞지 않게 행을 바꾼다든가 어떤 경우에는 시 두개를 합쳐서 하나로 만드는 경우도 있는데요.

안 - 제 경우도 그런 게 많습니다. 시 두세 개가 합쳐져서 한편이 되는 경우도 있고요. 제가 쓰지 않은 시인데, 제가 쓴 것처럼 퍼져있는 시도 있고요.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이렇게 시작하는 것이 ‘너에게 묻는다’인데, 어느 날 제목이 연탄재로 바뀌어 있기도 하고, 발로, 라는 단어가 빠져 있기도 하구요. 그걸 저작권이나 이런 장치로 제어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거구요. 지금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지 - 그렇게라도 시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안 - 의미는 있는데요. 한편으로는 인터넷과 시를 쓰는 동호회 카페, 이런 것이 늘어나면서 나도 시를 쓸 수 있다는 자신감들을 가지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아주 기본적인 문장수업, 기본적인 시에 대한 공부가 없이 행을 바꿔서 쓰기만 하면 다 시가 되는, 그래서 주로 그런 시일수록 자기 넋두리에 가까운 시들이 많은데요. 그런 시들을 가지고, 시인으로 등단시키는 이름 모를 매체들이 많은 것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 - 선생님께서 워낙 유명한 시인이기도 하시지만, ‘너에게 묻는다’라는 삼행짜리 시는 누군가 한번쯤은 들어보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유명한 시인데요. TV 드라마 같은 데서도 본 적이 있을 것 같고요. 그래서 ‘연탄시인’이라는 별명까지 붙었는데, 그 별명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안 - 처음에는 좀 부담스러웠죠. 더 예쁜 이름으로 풀잎시인, 바다시인 이런 걸로 불렸으면 어땠을까, 생각했었는데요.(웃음) 그런데 지금은 아주 만족하고 있습니다. 연탄이 우리 실생활하고는 많이 떨어진 존재가 됐고, 지금은 삼겹살집이나 가야 나오는 연탄이지만요. 하찮은 연탄 속에도 어떤 의미가 숨어 있었다는 것을 말해줄 수 있었기 때문에 시인으로서 작지만 의미있는 일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지 - ‘연탄 한 장’이라는 시에서도 ‘삶이란 나 아닌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이라고 하셨고요. 그게 희생적인 존재가 되고 싶다고 생각할 때 사람들이 그 시구를 인용하는 것 같습니다. 연탄 사용하는 사람이 점점 없어지는 것에 대한 감회가 남다르시겠어요?

안 - 연탄나눔운동본부에서 일하는 분들하고도 가끔 연락을 합니다만, 최근 제가 가르치는 우석대 문창과가 한 학기가 끝나가잖아요. 보통 끝나면 대학생들 종강모임을 하는데, 각자 회비내서 밥 먹고, 술 먹고, 끝나고 방학을 맞이하는데요. 올 겨울에는 학생들을 불러서 밥은 각자 집에 가서 먹고, 그걸로 연탄을 좀 사서 힘든 사람들에게 나눠줘 보지 않을래, 이렇게 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연탄을 날라보고, 그런 동네도 가보고, 술이야 소주 한잔 후딱 먹으면 지나가지만, 학생들에게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서 구상 중에 있습니다.




문화나눔, 감동과 행복을 전하다

지 - 문학집배원 활동하실 당시 52편의 시를 소개하셨는데요. 시인이 본인의 시를 직접 낭송하시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던데요. 낭송자 선정은 어떻게 하셨나요?

안 - 지금은 문학집배원 낭송 방식이 바뀐 것 같아요. 시인들이 직접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지방에 계시거나 힘든 분들은 성우나 이런 분들이 한다고 정한 것 같고요. 저도 몇 번 했었습니다. 원로 시인들 같은 분들은 그 분들의 음성을 다시 들을 수 없는 날이 올지도 몰라서 그런 분들일수록 찾아뵙고라도, 녹음상태가 안 좋더라도 남겨두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서 몇 분을 한 것 같습니다.

지 - 함민복 시인의 <눈물은 왜 짠가?>를 첫 시로 선정하셨는데요.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안 - 유명한 시죠. 국밥 한 그릇을 놓고, 어머니가 자식을 생각하는 마음이 아주 순정하게 담긴 신데요. 의외로, 그 좋은 시, 감동적인 시를 모르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시인으로 좋은 시를 쓰도록 노력도 해야겠지만, 그런 좋은 시를 누군가한테 권한다는 것도 제가 할 역할이었던 것 같습니다. 함민복 씨의 그 시를 소개하고, 가슴이 울컥했다, 눈물이 핑 돌았다, 참 고맙다, 그런 얘기도 많이 들었습니다. 

지 - 한 주도 거르지 않고, 꾸준히 소개하셨던데요. 그것도 큰일이었을텐데, 지나고 보니 소개하지 못해서 아쉬운 시들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안 - 그런 시들이 있었죠. 시를 소개하고, 그 밑에는 해설이 조금씩 붙는데요. 그걸 길게 쓸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양이 정해져 있는 거라서 거기에 대한 아쉬움이 있고요. 문학집배원 사업도 널리 퍼뜨렸으면 좋겠어요. 끝나고 나서, 서울시인가 지하철에서도 봤다는 분들이 계시거든요. 기업하고 협약을 맺어서 그 기업의 종업원, 노동자들에게 보내준다고 하던데요. 그런 것들이 많이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지 - 영국에서 국가 지원으로 노숙자 분들에게 인문학 강좌도 하고, 문학강좌도 한다는 얘길 들었는데요. 당장 배가 고픈 것도 해결해줘야 되지만, 문화적 결핍도 채워줘야 될 텐데요. 한국은 예전보다 나아진 것 같지만, 배고픈 사람에게 밥을 주는 걸로만 해결하려고 하는 경향이 좀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밥이 기본이겠지만요. 문화를 통해서 나눔을 하고, 혜택을 주는 것이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안 - 문화라는 것 자체가 상위층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두루두루 나누는 것이고, 그 나눔이 삶 속으로 들어와서 그 삶이 조금 더 문화적인 것으로 변해가는 것이어야 되는데요. 그런 문화나 예술들의 경우 가진 사람들은 향유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만,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들에게는 강 건너 이야기일 수 있거든요. 그걸 강 건너 이야기로 두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아주 폭넓게 나누기는 힘들 것 같은데,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문화나눔 사업이 시작단계니까, 그걸 어떤 방식으로 찾아서, 누구한테 나눠주고, 같이 공유할 것인가를 앞으로 계속 고민해야 될 것 같습니다.

지 - 서울 같은 경우 예전 허리우드 극장 자리에 실버극장이라는 것을 만들어서 55세 이상 노인 분들에게 2000원에 영화를 관람하게 하는 그런 사업도 괜찮은 것 같은데요. 보통 우리나라에서 문화사업 하면 오페라 하우스 크게 지어놓고, 사람들이 접근하기도 힘들게 만드는 부분이 있는 것 같은데요.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도 곳곳에 무료로 영화를 볼 수 있거나, 문화 행사를 접하는 공간을 많이 만들면 좋을 것 같은데, 그런 것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안 - 그렇죠. 그래도 작은 도서관 사업들은 자치 단체에서 많이 관심을 가지고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10년 전에 비해서도 작은 도서관이 눈에 많이 띄는 것은 참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인천엔가 가서 봤는데, 창고를 개조해서 갤러리도 만들고, 공연장도 만들고 하는데, 참 보기 좋았습니다. 창고는 곳곳에 있거든요. 농협 창고도 있고.

지 - 안 쓰는 건물들이 많으니까요.

안 - 꼭 무슨 새로운 건물을 거창하게 지어서 500석, 1000석 들어가게 만들 것이 아니고, 그 마을, 그 동네에서 즐길 수 있는 문화, 세종문화회관에서 해야 될 것을 면사무소에서 할 필요는 없지만, 그 안에서 만들어지고, 그 지역에서 생산되고, 그 지역에서 즐길 수 있는 꺼리들을 찾으면 많거든요.

지 - 그런 게 많아지면 그런 일에 종사할 수 있는 예술가들도 많아지고, 풍요롭지는 않더라도 전국 곳곳에서 행사를 할 수 있을 텐데요.

안 - 요즘 보니까 사회적 기업 개념으로 접근하는 분들도 많이 봤고요. 제가 최근에 보니까, 도서관협회에서 하나요? 각 도서관에 문학 강사를 파견하는 사업들이 있더라고요. 참 좋은 프로그램 같아요. 예를 들면 초등학교의 선생님들이 읽기, 듣기, 쓰기, 국어 수업은 하지만, 선생님들이 교대에 다닐 때 글쓰기 지도를 따로 공부하지는 않았거든요. 실제로 글을 쓰고 있는 사람들이 방과 후 수업이라든지 이런데 가서 참여하는 방법, 이런 것이 실질적인 효과가 있는 사업이 아닐까 싶어요.


지 - 김경미 시인의 ‘야채사’에 대한 평을 하시면서 “이런 난데없는 엉뚱함이야말로 꽉 짜인 틀 속에 갇혀 사는 우리에게 적지 않은 충격과 활력을 주기 때문입니다”고 하셨는데요. 사실 예술의 역할이 상식도 깨고, 엉뚱한 것을 통해서 사람들의 상상을 자극하는 건데요. 어떻게 보면 지금 현실이 너무 난데 없다보니 시인, 예술가들이 너무 반듯해지고, 엉뚱할 틈이 없어진 것 같기도 합니다.(웃음)

안 - 사석에서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왜 요즘 시인들은 현실 문제에 대해서 옛날처럼 시를 쓰지 않냐, 그렇다고 현실이 태평성대 같은 것도 아닌데요. 오히려 거꾸로 가는 측면도 있는 우리 현실이지 않습니까? 70년대, 80년대까지만 해도 시인들이 현실 비판의 앞자리에 서 있었는데, 인터넷이라는 게 들어서면서부터 네티즌들한테 속도전에서 밀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시인들이 했던 현실 관련 발언들을 다음의 아고라 같은 곳에서 먼저하고 있다, 시인들이 빠르지 못하고, 유격전에서 뒤지는 것이 요즘인 것 같다’는 생각을 얘기한 적이 있습니다.

지 - 문학집배원을 마치면서 ‘시를 고르고 배달하는 수고보다 과외의 소득이 많았다’고 하셨는데요. 어떤 부분이 가장 보람 있으셨나요?

안 - 선정을 하기 위해서 제가 시를 더 많이 읽게 됐다는 거구요. 시가 그렇더라고요. 전에 읽었지만, 나한테는 오지 않았던 시가 새로 읽을 때 올 때가 있었거든요. 그런 것들이 좋았습니다.

지 - 소개받은 시들을 읽은 분들이 감동받기도 했고요.

안 - 반응들이 꽤 많았습니다. 시를 발표하면 그렇게 얘기하지 않는데요.(웃음) 좋은 시를 소개해줘서 고맙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그것도 문화를 나누는 일의 하나라고 한다면, 그때 그런 욕심이 좀 생기더라고요. 인터넷을 통해서 메일로 보내는 거였는데요. 제가 사는 지역에서라도 10, 20명이라도 모여서 정기적으로 시 읽는 모임, 내년부터는 그 모임을 하나 조그맣게 시작해볼까, 하는 생각이 있습니다.




왜 시를 읽어야 하는가

지 -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도 있었지만, 시를 배움으로서 행복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조금씩 생기는 것 같습니다. 왜 시를 읽어야 하는지에 대해 한 말씀 해주십시오.

안 - 참 어려운 질문인데요. 시가 줄 수 있는 것 중 하나로 아까 엉뚱함과 난데없음에 대한 얘기를 했었는데요. 보통 사람이 나이를 점점 먹어가고 안정된 현실에 안주하다 보면 그 안정된 길만 가려고 하거든요. 무엇을 새롭게 창의적으로 한다는 것에 대해서 두려움을 느낄 때가 많죠. 시라는 양식은 사람들의 생각을 한자리에 두지 않는 그런 양식이어서 창의적 사고, 창의적 사유를 필요로 하는 일을 하는 분들일수록 시를 좀 더 많이 읽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