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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나누미] 문학나눔_문학집배원 / 김기택 시인 인터뷰


[문학나눔]




문학나눔_문학집배원/ 김기택 시인 인터뷰





장소: 대학로 스타벅스

주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화나눔부
시간: 9월.30일(목)  저녁 7시


9월 30일. 벌써 9월의 마지막 날이라니 도무지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여러분도 유독 9월이 휘리릭 지나갔다고 생각하시나요?
숨가쁘게 달려온 한 달이었지만, 9월의 마지막 날만큼은 무척 의미 있는 인터뷰를 하면서 마무리 했기에 더없이 행복했습니다.


제게 시인 김기택 선생님을 만난 것은 큰 행운이었습니다. 인터뷰 내용을 끝까지 읽어보시면 여러분도 그 이유를 짐작하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자, 인터뷰 들어갑니다.





1. 김기택 시인 인터뷰



이수진: 문학집배원이란 무엇이며 어떤 일을 하고 계신가요?
김기택 시인: 매 주 시를 한 편식 선정하고 해설을 합니다. 제가 선정한 시와 해설에 낭독, 음악, 그래픽이 더해집니다. 이렇게 완성된 시는 여러분들이 친근하게 즐기고 감상할 수 있도록 매 주 월요일 이메일로 배달됩니다.


이수진: 언제부터 문학나눔 시배달을 하셨나요?
김기택 시인: 올 해5월부터입니다. 저는 도종환, 안도현, 나희덕, 문태준씨에 이어 다섯 번째 시인으로 선정되어 활동하고 있습니다. 각자 1년간 활동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수진: 매 주 시 선정 기준은 무엇입니까?

김기택 시인: 먼저 일반인들이 쉽고 친근하게 읽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또 너무 쉬우면 독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하지 못해요. 좋은 시는 가슴이 두근거리고 자꾸 상상하게 만들고 체험하게 만들어야 하거든요. 너무 쉬운 시들은 좀 싱거워지죠. 쉽고 친근하게 읽되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는 시를 선정합니다. 다소 어려운 시도 해설을 참고하면 잘 감상할 수 있어요. 또한, 시의 길이가 너무 짧지 않고 청소년 독자들도 생각해 술, 담배 등의 소재는 지양합니다.


이수진: 시 선정까지의 과정이 궁금합니다.

김기택 시인: 정말 어떤 시를 고를까 한 달 내내 고민해요. 너무 쉬우면 심심하고, 너무 어려우면 독자들이 감상하기에 어려움이 있으니까요. 새 시집을 읽기도 하고 예전에 제가 좋아했던 시도 다시 읽으며 틈틈이 생각합니다. 친근하면서 상상력을 제공하는지, 계절적인 배경은 맞는지도 고려해 선정합니다.


이수진: 문학집배원 호응이 좋은가요?

김기택 시인: 40만 명 이상이 보는 건 엄청난 호응 아닌가요?(웃음) 독자들이 남겨주시는 댓글을 통해서도 반응을 짐작 할 수 있습니다.


이수진: 문학집배원을 하시면서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입니까?

김기택 시인: 독자가 달아 준 댓글을 보고 감동 받을 때가 많습니다. 지인들이 손수 전화를 해 격려해 주실 때도 보람을 느낍니다. 무엇보다 독자들이 제가 선정한 시를 통해 위로와 힘이 되었다는 댓글을 보면 힘이 많이 납니다.
사실 독자들의 댓글은 시를 더 살려줍니다. 집 속에 박혀있는 죽은 시가 아니라 독자들을 깨우고 활동하게 하며 소통하는 시가 되기 때문이죠. 독자들의 댓글에서 영감을 얻기도 합니다.


이수진: 혹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무엇입니까?

김기택 시인: 이윤학의 ‘버려진 식탁’을 소개했을 때 한 독자께서 자신의 처지와 너무 비슷하다며 댓글을 적어주셨는데 가슴이 찡했습니다. 새 식탁을 사서 처음에는 식탁에서 밥도 먹고, 차도 마시고, 사진도 찍었는데 조금 지나니깐 식탁에 책과 신문지가 쌓이고 나중엔 옷가지가 쌓이더니 어느새 잡동사니 창고 정도로 변해버렸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식탁 위를 깨끗하게 치웠더니 야유회 때 활짝 웃고 찍은 사진이 식탁 유리 안에 있던 겁니다. 뭔가 애잔하죠? 이 시 속의 식탁을 통해 우리네 삶이 점점 각박해지고 가족들이 단란하게 이야기 할 시간조차 없다는 것을 공감할 수 있습니다. 식탁이 우리의 삶 자체인 거죠. 시는 어떠한 면에서 보면 자기생활의 체험입니다. 시 속에서 자신의 삶을 볼 수 있으니까, 그 시를 보면서 감정이입을 할 수 있습니다.


이수진: 시 선정에서 독자들의 메일로 시가 배달되기까지의 과정은 어떻습니까?

김기택 시인: 시를 선정해서 해설을 달아 보내는 것까지가 제 역할입니다. 그런 후에 시인 혹은 성우께서 낭독을 먼저 하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 후에 영상을 만드는 분, 음악을 만드는 분의 수고를 거쳐 시가 여러분에게로 배달됩니다. 시 한편이 여러분에게 배달되기까지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고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시를 선정하는 것, 최대한 느낌을 살려 정확한 발음으로 낭독을 해야 하는 것, 시에 맞는 영상과 음악을 제공하는 것 모두 각각의 노력과 고민이 많을 것입니다.


이수진: 문학배달 외에 현재 하시는 일은 무엇입니까?

김기택 시인: 항상 창작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황순원 문학관 있습니다. 대학교에서 시 창작 강의도 하고 있습니다.





2. 문학나눔 사업관련 질문


이수진: 문학나눔(시배달)의 목적은 무엇이며 누구를 대상으로 한 활동인가요?

김기택 시인: 보다 많은 사람들이 쉽게 문학을 접할 수 있도록 하는 사업입니다. 대상은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입니다. 사람들이 어떻게 쉽고 적은 비용으로 문학을 즐길 수 있을까 항상 생각합니다. 특히 시는 독자들과 거리가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도록 문화나눔사업이 다리를 놔주는 겁니다. 작가와 독자가 따로 놀지 않도록 말입니다. 문화예술위원회의 복권기금이 다리 놔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죠.


이수진: 문학나눔은 언제부터 실시되었나요? 시작 당시와 현재 독자들 수나 호응에 많은 차이가 있나요?

김기택 시인: 문학나눔 시 배달편은 올 해로 5년째 입니다. 호응이요? 제가 현장에 없어서 피부로는 잘 못 느끼지만 사람들이 꾸준히 보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해 보입니다.


이수진: 문학나눔(시배달)의 향후 과제는 무엇입니까?

김기택 시인: 대부분의 일반인들은 교과서에 나오는 아주 유명한 시정도만 읽어요. 사실 정지용 김소월 등의 몇몇 유명한 시인들은 이미 작고하셨어요. 이런 시들도 좋지만 현역에서 문단으로 좋은 시를 쓰는 시인도 무척 많다는 사실을 기억해주세요. 젊고 좋은 시인들이 참 많은데 독자들이 모른다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정말 좋은 시나 시인들을 널리 소개하는 것이 과제입니다. 제가 꼭 소개하고 싶지만 이미 소개된 시인의 작품을 소개하지 못할 때는 정말 아쉽긴 합니다.


이수진: 문학나눔이 다른 문화나눔과 차별화될 수 있는 특징과 그 전략은 무엇이 있을까요?

김기택 시인: 문학나눔이 타 문화나눔과 차별화 될 수 있는 점은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양질의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공연이나 미술은 현장에 가야만 더 큰 감동을 얻을 수 있는 반면 문학은 현장이 중요하지는 않아요. 현장에 가지 않아도 인터넷을 통해 충분히 양질의 컨텐츠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입니다. 특히 시배달은 종이와 육성, 애니메이션을 통해 인터넷을 십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음악이나 미술은 아무래도 대중들과 더 가까워요. 공연과 전시회가 많으니까요. 하지만 문학은 매체 특성상 책과 인터넷으로 대중과 만날 수 있죠. 특히 시가 대중들과 접하는 기회가 많지 않습니다. 우수문학도서를 소외지역에 배포하고, 방송과 웹진, 인터넷을 통해서 더 많이 소개되었으면 좋겠습니다.




3. 복권기금 문화나눔 사업 관련 질문



이수진: 관객들이 복권기금의 일부로 무료로 김기택님의 시를 받아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요?

김기택 시인: 잘 알고 계실 겁니다. 매주 발송되는 메일에 복권기금으로 독자들이 문학나눔을 받아보고 있다는 사실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이수진: 복권기금 문화나눔 사업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김기택 시인: 창작하는 분들께 동기부여가 되고 일반인들에게는 좋은 작품을 더 많이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세요.




4. 기타 질문



이수진: 독자들에게 하고 싶으신 말씀 해주세요.

김기택 시인: 시도 많이 읽으면 읽을수록 독해능력이 늘어요. 처음부터 너무 어려운 시부터 읽으면 그 시인이 좋다 하더라도 훈련이 안된 독자에겐 어렵습니다. 비교적 쉬우면서도 깊이 있는 시들이 많아요. 그런 시부터 읽기 시작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스스로 시를 읽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가능하답니다. 시적 상상력이 또 다른 세계를 보여줄 경우가 많죠. 신세계를 체험할 기회가 많아요. 시가 매력적인 이유는 현실의 슬픔과 고통을 즐거움으로 바꿔주는 역할을 하는 것에 있다고 봅니다.


이수진: 저 같은 초보자들은 어떤 시를 먼저 읽는 것이 좋을까요? 추천 부탁 드립니다.

나희덕, 함민복, 안도현 씨의 작품을 추천해드립니다. 쉬우면서도 깊이 있는 시를 쓰시니까 일반 독자도 충분히 즐길 수 있어요. 그런데 요즘에는 조금 어려운 시도 많이 쉽다고들 하셔요. 그만큼 독자들의 수준이 높아진 것이겠죠?
그리고 시라는 것이 한번 읽을 때와 두 번 읽을 때, 한 달 후에 읽을 때와 일년 후에 읽는 느낌이 다 다릅니다. 많이 읽을수록 재미있는 시가 될 수 있어요. 물론 10년, 20년을 읽어도 어려운 시도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김기택 선생님과의 인터뷰를 마쳤습니다. 한 시간 반이 정말 순식간에 지나갔습니다. 선생님께 제가 미리 준비해 온 질문과 인터뷰 도중 생각난 질문을 합쳐 스무 개가 넘는 질문을 드렸습니다. 선생님께서는 모든 질문에 열정적이고 성의 있게 대답해 주셨습니다. 선생님의 “껌” 이라는 시집에 자필 사인까지 받았습니다. (감동 팍팍!) 정말 감사합니다.

아래는 인증샷 입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주 시(9.27) 박형준의 ‘사랑’ 에 대한 저의 간단한 감상 후기입니다.




사랑 

                                      박형준


오리떼가 헤엄치고 있다.
그녀의 맨발을 어루만져주고 싶다.
홍조가 도는 그녀의 맨발,
실뱀이 호수를 건너듯 간질여주고 싶다.
날개를 접고 호수 위에 떠 있는 오리떼.
맷돌보다 무겁게 가라앉은 저녁해.

우리는 풀밭에 앉아있다.
산너머로 뒤늦게 날아온 한떼의 오리들이
붉게 물든 날개를 호수에 처박았다.
들풀보다 낮게 흔들리는 그녀의 맨발.
두 다리를 맞부딪치면
새처럼 날아갈 것 같기만 한.

해가 지는 속도보다 빨리
어둠이 깔리는 풀밭.
벗은 맨발을 하늘에 띄우고 흔들리는 흰 풀꽃들,
나는 가만히 어둠속에서 날개를 퍼득여
오리처럼 한번 힘차게 날아보고 싶다.

뒤뚱거리며 쫓아가는 못난 오리,
오래 전에
나는 그녀의 눈 속에
힘겹게 떠 있었으나.



ㅇ 박형준 :  시인, 1966년 전북 정읍에서 태어났으며, 199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작품활동 시작.
                 시집 『나는 이제 소멸에 대해서 이야기하련다』 『빵냄새를 풍기는 거울』

                『물속까지 잎사귀가 피어 있다』『춤』등이 있음. 동서문학상, 소월시문학상 등을 수상함.





이 시에서는 짝사랑을 하는 한 사람이 자신을 못난 오리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짝사랑을 고백하는 것이 쉽지 않음을 잘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죠? 당사자에게는 사랑을 고백하는 것이 쑥스럽고 창피하겠지만 제 3자가 숨어서 지켜 볼 때는 왜 그리도 궁금하고 엿보고 싶은지요. 이 시를 읽으면서 저도 그 감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지은이는 자신의 짝사랑이야기를 오리의 이야기인 척 슬그머니 오리에게 떠넘겨 버립니다. 그렇게 해서 자신이 조금이라도 덜 창피하길 바랐을 것입니다. 오리에게 자신의 감정을 이입한 작가가 무척이나 귀엽게 느껴졌습니다. 사랑을 고백한다는 것은 자신의 마음을 발가벗는 느낌이기에 큰 용기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저라도 사랑 고백은 참 어려운 것 같아요. 오리 뒤에 숨어 자신의 사랑을 표현한 박형준 시인의 마음이 이해가 됩니다.^^


김기택 시인께서는 시는 감추면서 노출하는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셨습니다. 독자에게 시 속에 숨겨진 것을 엿보는 재미를 주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노골적으로 직접 보여주지 않으면 훔쳐보는 재미가 있다구요, 하하^^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더 할게요!
여러분! 문학나눔 사업은 상업적 목적으로 만들어진 사업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이 사업이 어떻게 가능하냐구요?
다 문화예술위원회의 복금기금 덕분에 가능한 것이랍니다.
여러분이 사신 복권기금의 일부가 문학나눔으로도 쓰이고 있다는 사실 꼭 기억해 주세요!!
그리고, 아직도 문학나눔 배달 신청 안 하신 분 얼른 해 주세요!!


방법은 간단합니다.


네이버 검색창에 “문학나눔” 을 입력해 주세요.

문학나눔 주소는 http://www.for-munhak.or.kr 입니다.

홈페이지 가셔서 사업안내 클릭 후 문학집배원 선택하시면 됩니다.

김기택의 시배달 혹은 이혜경의 문장배달 선택신청하기 누르시면 끝!

간단하죠? 그럼 매주 메일로 간편하게 문학의 즐거움을 만끽하시길 바랍니다.


저는 네 달 전부터 매주 월요일에는 시배달을, 매주 목요일에는 문장배달을 받아보고 있습니다.

짧은 시 한편과 문장으로 상상 그 이상의 마음의 평화 + 카타르시스 + 감동 + 웃음 + 재미 등을 맛보실 거예요. 저도 그랬거든요^^
강력 추천 합니다!!!

이상 문화나누미 이수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