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고정희, 그녀는 저의 왼쪽 가슴을 이루는 제가 사랑한 많은 여자들 중 큰언니 뻘에 해당합니다. 그녀의 이름을 가만히 다시 부르는 것만으로도 통증이 옵니다. 당당한 전사이자 가장 섬세한 여자인 그녀를 사랑했어요. 1983년에 초판이 나온 시집에 들어있는 이 시를 30년 후에 읽으면서 마음이 서늘합니다. 예수는 대학에 다니지 않았지만, 예수를 믿는 사람들은 좋은 대학에 자녀를 보내기 위해 밤낮없이 그에게 기도를 계속하고 있지요. 예수는 부귀를 누리지 않았지만 예수를 믿는 사람들은 부귀를 누리게 해달라고 이 순간에도 그에게 매달려 부르짖기를 계속하고 있지요. 예수가 전한 사랑은 어디에 있는지. 오늘날 예수는 정말 누구인지. 십자가에서 피 흘리고 못 박힌 예수는 온 데 간 데 없고 세상에서 온갖 부귀영화 누리는 예수가 판치는 이 시절, 사라져버린 참된 교회들을 찾으며, 여전히 울고 있을 고정희가 사무칩니다. 그립고 아픕니다.
 
문학집배원 김선우
 
◆ 시_ 고정희 - 1948년 전남 해남에서 태어났으며, 1975년 《현대시학》에 시가 추천되어 작품활동 시작. 교수, 잡지사 기자 등을 거쳐 《또 하나의 문화》 창간 동인, 여성신문 초대 편집주간을 역임했으며, '목요시' 동인으로 오월 시인으로 활동함. 시집으로 『누가 홀로 술틀을 밟고 있는가』, 『실락원 기행』, 『초혼제』, 『이 시대의 아벨』, 『눈물꽃』, 『지리산의 봄』, 『저 무덤 위에 푸른 잔디』, 『광주의 눈물비』, 『여성 해방 출사표』, 『아름다운 사람 하나』 등이 있음. 1991년 6월 지리산에서 불의의 사고로 타계함.  
◆ 낭송_ 황혜영 - 배우. 연극 <타이피스트>, <죽기살기> 등과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 <하모니> 등에 출연.
◆ 출전_ 『이 時代의 아벨』(문학과지성사)
◆ 음악_ 임승태
◆ 애니메이션_ 강성진
◆ 프로듀서_ 김태형 

 

< 문학집배원> 사업은 문학과 멀어진 국민들이 우리 문학의 향기를 더욱 가깝게 느끼며 문학적 감수성을 계발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독자들이 문학을 좀더 쉽고 가깝게 만나고 삶의 여유를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사업입니다.

지난 2006년 5월 8일 도종환의 시배달로 시작하여, 현재는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주2회) 신청하신 분의 이메일로 시와 문장을 발송해드리고 있습니다.

보다 자세한 사업 안내와 <문학집배원> 신청은 사이버문학광장 문장 홈페이지(letter.munjang.or.kr)를 이용해주시기 바랍니다.



by 복권기금 문화나눔 2011.07.18 14:19
  • 알고나면 2011.11.30 12:02 신고 ADDR EDIT/DEL REPLY

    http://www.facebook.com/?ref=logo#!/alstjsgkgk/posts/295340090506402 공유완료~



2011-07-11



  일상의 어느 하루 구름극장에 가는 상상을 해보는 건 어때요? 우리의 일상이란 대개 딱딱한 틀 속에 고정되어 있잖아요. 사람은 자연인데! 이렇게 딱딱하게 굳어 살면 병이 나지요. 오늘 우리는 구름극장에서 만나기로 해요. 구름으로 된 의자에 앉아 구름들이 나오는 영화를 보죠. 팝콘을 쩝쩝거리다가 여기저기 밉상인 살을 조금씩 뜯어 옆자리 다른 구름들과 교환하기도 하구요. 아, 특히나 당신이라는 구름을 탐색하면서 나는 구름의 변신에 대해 골몰하지요. 나는 구름이니 오호, 신나라. 당신… 안녕하신가요? 당신은… 오직 당신인가요? 당신이란… 정말 무엇인가요? 신나는 구름극장. 태생부터 구름인 끊임없이 변화하는 인생이 나는 좋아요. 시인이 이 시에서 마침표, 쉼표, 행, 연 등을 일체 구분하지 않은 이유도 경계 없는 변화무쌍을 사랑해서인 듯해요.
 
문학집배원 김선우



 
◆ 시․낭송_ 김근 -1973년 전라북도 고창에서 태어났으며, 1998년 《문학동네》 신인상에 「이월」 외 4편의 시가 당선되어 작품활동 시작. 시집으로 『뱀소년의 외출』, 『구름극장에서 만나요』가 있음.
 
◆ 출전_ 『구름극장에서 만나요』(창비)
◆ 음악_ 심동현
◆ 애니메이션_ 박지영
◆ 프로듀서_ 김태형

< 문학집배원> 사업은 문학과 멀어진 국민들이 우리 문학의 향기를 더욱 가깝게 느끼며 문학적 감수성을 계발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독자들이 문학을 좀더 쉽고 가깝게 만나고 삶의 여유를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사업입니다.

지난 2006년 5월 8일 도종환의 시배달로 시작하여, 현재는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주2회) 신청하신 분의 이메일로 시와 문장을 발송해드리고 있습니다.

보다 자세한 사업 안내와 <문학집배원> 신청은 사이버문학광장 문장 홈페이지(letter.munjang.or.kr)를 이용해주시기 바랍니다.


by 복권기금 문화나눔 2011.07.11 14:55
  • 쇼달 2011.11.30 22:11 신고 ADDR EDIT/DEL REPLY

    http://www.facebook.com/dasol.im/posts/250260035035206
    구름극장이라..^^ 왠지 재밌네요~~
    딱딱한 일상속에서 읽으면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시에요~ㅎㅎㅎ



2011-06-30


“여 름은 젊음의 계절~ 여름은 사랑의 계절~” 이런 노래가 있지요, 제목이 뭐였더라… 여름은 이렇게 젊음/사랑 등의 수식어와 함께 하기 십상이지만요. 이 시에 등장하는 젊음 혹은 여름은 해맑은 찬가와는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어조는 명랑하지만 이 명랑의 화살이 꿰뚫고 가는 여름 하늘은 춥습니다. 위세척을 한 ‘아가’라 불리는 이 젊음 앞에서 우리는 불안하게 두리번거립니다. 세상의 위협 속에서 스스로 죽어가는 젊음들. 모닝콜로 자장가를 듣는 모순이 일상화된 추운 삶. 부유하고 멋쟁이 천지인 세상의 제물들인 우리는 왜 이토록 출구가 없는가요. 여름이 제일 추운 우리의 어떤 젊음들을 위해 오늘 이 동병상련을 배달합니다. 젊어서 죽은 제니스 조플린이 생각나는 날. 하루쯤은 커피도 술도 사랑도 독한 것으로만 취하렵니다, 나는.
 
문학집배원 김선우



 
◆ 시․ 낭송_ 김이듬 - 경남 진주에서 태어났으며, 2001년 《포에지》 가을호에 「욕조a에서 달리는 욕조A를 지나」 외 6편의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 시작. 시집으로 『별 모양의 얼룩』, 『명랑하라 팜 파탈』, 『말할 수 없는 애인』이 있음.
 
◆ 출전_ 『명랑하라 팜 파탈』(문학과지성사)
◆ 음악_ 임승태
◆ 애니메이션_ 송승리
◆ 프로듀서_ 김태형


< 문학집배원> 사업은 문학과 멀어진 국민들이 우리 문학의 향기를 더욱 가깝게 느끼며 문학적 감수성을 계발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독자들이 문학을 좀더 쉽고 가깝게 만나고 삶의 여유를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사업입니다.

지난 2006년 5월 8일 도종환의 시배달로 시작하여, 현재는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주2회) 신청하신 분의 이메일로 시와 문장을 발송해드리고 있습니다.

보다 자세한 사업 안내와 <문학집배원> 신청은 사이버문학광장 문장 홈페이지(letter.munjang.or.kr)를 이용해주시기 바랍니다.


by 복권기금 문화나눔 2011.07.11 14:47


2011-06-27


스물두 살 청년이 화자인 이 시엔 생의 힘겨움과 비애를 일찍 알아버린 소년시인의 애잔한 순수가 가득합니다. 지금은 지천명에 이른 한 작가의 글쓰기 가장 밑바닥 내밀한 곳을 보여주는 시지요. 세상의 모든 소외된 곳들에서 외롭게 칼잠 자는 ‘부르튼 구름의 발바닥’을 쉬게 하고픈 선함의 파동이 뭉클합니다. 그럴 때 생은 신비합니다. 인간이라는 동물이 지구상에 살아서 그래도 퍽 괜찮을 수 있는 희망의 가능성은 이런 서정, 이렇듯 존재의 안쓰러움에 민감한 마음의 무늬 때문일 겁니다. 이것은 이를테면 우정의 마음. 자기 자신을 포함하여 삶에 지친 존재들을 위로하고픈 소년마리아의 노래. 이런 위로가 세상 한편에 있는 한 우리는 아직 눈물 흘려도 좋습니다. 우리는 서로에게 사철나무 한그루 되어주고 싶습니다. 친구여, 길 가는 그대에게 사철나무의 꿈까지 들려주고 싶습니다.
문학집배원 김선우


◆ 시_ 장정일 - 1962년 경북 달성에서 태어났으며, 1984년 무크 《언어의 세계》 3집에 「강정간다」외 4편의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 시작. 시집으로 『햄버거에 대한 명상』, 『길안에서의 택시잡기』 등이 있으며, 희곡집 『긴 여행』, 『고르비 전당포』, 소설 『아담이 눈뜰 때』, 『너에게 나를 보낸다』, 『내게 거짓말을 해봐』, 『너희가 재즈를 믿느냐』, 『보트하우스』, 『구월의 이틀』 등이 있음.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함.
 
◆ 낭송_ 김산 - 1976년 충남 논산에서 태어났으며, 2007년 《시인세계》에 시가 당선되어 작품활동 시작.
◆ 출전_ 『햄버거에 대한 명상』(민음사)
◆ 음악_ 심동현
◆ 애니메이션_ 강성진
◆ 프로듀서_ 김태형


 

< 문학집배원> 사업은 문학과 멀어진 국민들이 우리 문학의 향기를 더욱 가깝게 느끼며 문학적 감수성을 계발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독자들이 문학을 좀더 쉽고 가깝게 만나고 삶의 여유를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사업입니다.

지난 2006년 5월 8일 도종환의 시배달로 시작하여, 현재는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주2회) 신청하신 분의 이메일로 시와 문장을 발송해드리고 있습니다.

보다 자세한 사업 안내와 <문학집배원> 신청은 사이버문학광장 문장 홈페이지(letter.munjang.or.kr)를 이용해주시기 바랍니다.

by 복권기금 문화나눔 2011.07.11 14:29
  • 쇼달 2011.11.30 22:14 신고 ADDR EDIT/DEL REPLY

    http://www.facebook.com/dasol.im/posts/275473085838715

    우리는 서로에게 사철나무가 되어주고싶다는 구절이 맘에 참 와닿네요...


동백은 겨울에 피는 꽃이지요. 얇은 꽃잎으로 한겨울 추위를 견디는 붉은 꽃을 보고 송찬호 시인은 이렇게 쓰기도 했습니다. “마침내 사자가 솟구쳐 올라 꽃을 활짝 피웠다”(「동백이 활짝」). 생명을 위협하는 겨울과 싸우다 뚝뚝 떨어지는 동백은 여성에 비유되는 꽃이 아니라 “짐승을 닮은 꽃”입니다. 꽃을 밀어내려고 “허리 뒤틀며 안간힘 다하는” 동백나무에서도 짐승의 신음소리가 나올 것 같죠? 
헤쳐 나가기 힘든 일을 겪을 때면 나는 자신에게 이렇게 말하곤 했죠. "이 시간은 반드시 지나간다." 그냥 지나갈 것 같지 않은 그 어려운 시간들을 지나, 올가미 같은 시간을 지나, 다시 새해가 떠올랐습니다. "세차게 가지를 찢고 나온" 동백꽃의 기운을 받아 새해를 힘차게 시작해 보시지요.


- 2011.01.0   문학집배원  김기택





송찬호, 「관음이라 불리는 향일암 동백에 대한 회상」









무릇 생명이 태어나는 경계에는
어느 곳이나
올가미가 있는 법이지요
그러니 생명이 탄생하는 순간에
저렇게 떨림이 있지 않겠어요?
 
꽃을 밀어내느라
거친 옹이가 박힌 허리를 뒤틀며
안간힘 다하는 저 늙은 동백나무를 보아요
 
그 아득한 올가미를 빠져나오려
짐승의 새끼처럼 
다리를 모으고
세차게 머리로 가지를 찢고
나오는 동백꽃을 이리 가까이 와 보아요
 
향일암 매서운 겨울 바다 바람도
검푸른 잎사귀로
그 어린 꽃을 살짝 가려주네요
그러니 동백이 저리 붉은 거지요
그러니 동백을 짐승을 닮은 꽃이라 하는 것 아니겠어요?

 



시/ 송찬호

1959년 충북 보은에서 태어났으며, 1987년 『우리 시대의 문학』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활동 시작. 시집으로 『흙은 사각형의 기억을 갖고 있다』『10년 동안의 빈 의자』『붉은 눈, 동백』『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 등이 있음. 김수영문학상, 미당문학상 등을 수상함.

 

낭송/ 홍서준 - 배우. <뮤지컬>, <우리 동네>, <위대한 캐츠비> 등 출연.

출전/『붉은 눈, 동백』(문학과지성사)

음악/ 최창국


애니메이션/ 송승리

프로듀서/ 김태형




<문학집배원> 사업은 문학과 멀어진 국민들이 우리 문학의 향기를 더욱 가깝게 느끼며 문학적 감수성을 계발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독자들이 문학을 좀더 쉽고 가깝게 만나고 삶의 여유를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사업입니다.

지난 2006년 5월 8일 도종환의 시배달로 시작하여, 현재는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주2회) 신청하신 분의 이메일로 시와 문장을 발송해드리고 있습니다.

보다 자세한 사업 안내와 <문학집배원> 신청은 사이버문학광장 문장 홈페이지(letter.munjang.or.kr)를 이용해주시기 바랍니다.




by 복권기금 문화나눔 2011.01.08 22:34

나무의 삶이 기록되어 있는 나이테는 불에 타면서 음반처럼 삶의 기억을 하나하나 재생하여 자연으로 돌려보냅니다. 푸른 잎과 꽃의 기억을 연기에 담아 풀어버리고, 새소리와 달빛도 다 토해내고, 강렬한 햇빛과 독한 눈비바람도 계절에게 돌려줍니다. 
나고 자라고 늙고 죽고 다시 자식으로 이어지는 삶과 죽음의 순환과정이 ‘원’이죠. 자연에서 빌린 삶을 그 원에 담았다가 남김없이 되돌려주는 나무의 마지막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활활 타는 통나무 곁에서 불을 쬐면서도 시인은 나무에 새겨진 그 '원'을 다비(茶毘)시키고 있었군요.
 
한 해가 저뭅니다. 묵은 나이테를 따라 돌고 있는 아픈 기억은 다 풀어버리고, 새해의 나이테에는 새로운 활력이 새겨지기를 바랍니다.


2010.12.27 문학집배원 김기택





함민복, 「원(圓)을 태우며」







불타는 나무토막이
불꽃으로 
푸르던 시절 제 모습을 그려 본다
불꽃으로
뿌리내렸던 산세를 떠올려 본다
 
살며 쪼였던 태양빛을 토하며
조밀한 음반
기억의 춤 나이테를 푼다
 
새의 날갯짓 활활
눈비바람 꺼내 불바람
흔들림에 대한 기억으로 흔들리며
불꽃은 타오른다
 
출렁출렁
빛 그림자
달빛도 풀린다
 
젖은 나무는 
연기도 피워 보지만
 


재가 
가볍다



시/ 함민복

1962년 충북 중원에서 태어났으며, 1988년 『세계의 문학』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활동 시작. 시집으로 『우울氏의 一日』『자본주의의 약속』『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말랑말랑한 힘』등이 있음.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등을 수상함.

 

낭송/ 김근 - 시인. 1998년 문학동네신인상에 시가 당선되어 작품활동 시작. 시집으로 『뱀소년의 외출』『구름극장에서 만나요』 등이 있음.


출전/『말랑말랑한 힘』(문학세계사)

음악/ 권재욱

애니메이션/ 정정화

프로듀서/ 김태형




<문학집배원> 사업은 문학과 멀어진 국민들이 우리 문학의 향기를 더욱 가깝게 느끼며 문학적 감수성을 계발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독자들이 문학을 좀더 쉽고 가깝게 만나고 삶의 여유를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사업입니다.

지난 2006년 5월 8일 도종환의 시배달로 시작하여, 현재는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주2회) 신청하신 분의 이메일로 시와 문장을 발송해드리고 있습니다.

보다 자세한 사업 안내와 <문학집배원> 신청은 사이버문학광장 문장 홈페이지(letter.munjang.or.kr)를 이용해주시기 바랍니다.










by 복권기금 문화나눔 2011.01.08 22:22


 

햇빛의 가닥가닥 줄기에서 “팔천 가닥의 면발”을 이끌어내는 힘은 오랜 기억 속의 배고픔이겠죠. 어릴 적 시인의 사남매는 이미 “문틈으로 들어오는 달빛 한 가닥씩 물고 쩝쩝거리던” 경험이 있으니까요.
다 먹을 수 없을 만큼 많아서, 넘치는 양념 때문에 빛깔과 냄새가 화려하고 요란해서, 요즘 음식은 맛있어 보이지만 금방 질리죠. 밀려드는 음식은 전혀 배고플 틈을 주지 않아 마음까지 비만으로 만들죠. 추억 속의 배고픔이야말로 우리가 잃어버린, 다시는 맛볼 수 없는 별미일 것입니다. 가난을 악착같이 기워 추위와 배고픔을 막으려던 어머니의 기억까지 더해져 더욱 그리워지는 별미. 아무리 유명한 맛집을 찾아다닌들 이제 어디서 이 별미를 맛볼 수 있을까요?

- 2010.12.20  문학집배원  김기택



신덕룡, 「만월」





 

밀반죽 한덩이로
팔천 가닥의 면발을 뽑아내는 사내가 있다.
반죽을 치대고 늘이고 꼬고 두들기며
가업을 이은 지 이십여 년,
투박한 손끝에선 거미줄 같은 면발이 흘러나왔다.
차지고 질긴 면발 가닥 가닥엔
엉겨 붙은 삶의 옹이를, 옹이의 속살까지 보듬고 걸어온 이의 담담한 눈빛이
이른 봄의 달빛처럼 환하게 찰랑거렸다.
 
풀치재 터널을 빠져나오는, 순간
눈이 부셨다. 처음부터 투명한
맑은 빛이 잘랑잘랑 따라왔던 셈인데
터널을 지나서야 알아챈 것이다.
누가 이 고요를 흩뜨리는가
문틈으로 들어온 달빛 한 가닥씩 물고 쩝쩝거리던 우리 사남매
주린 배를 달래주던 꿈속 같구나.
흔흔해서 눈 감으니
젊은 어머니, 밤새워 돌리는 재봉틀 소리 결마다 곱다.





시/ 신덕룡
경기도 용문에서 태어났으며, 2002년 『시와시학』에 시가 당선되어 작품활동 시작. 지은 책으로 『진보적 리얼리즘 소설 연구』『문학의 이해』『문학과 비평의 언어』『문학과 진실의 아름다움』『환경위기와 생태학적 상상력』 등과 시집으로 『소리의 감옥』이 있음.

 
낭송/ 박경찬 - 배우. <밑바닥에서>, <로미오와 줄리엣> 등 출연.

출전/ 『아주 잠깐』(서정시학)

음악/ 심태한

애니메이션/ 민경

프로듀서/ 김태형


 


<문학집배원> 사업은 문학과 멀어진 국민들이 우리 문학의 향기를 더욱 가깝게 느끼며 문학적 감수성을 계발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독자들이 문학을 좀더 쉽고 가깝게 만나고 삶의 여유를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사업입니다.

지난 2006년 5월 8일 도종환의 시배달로 시작하여, 현재는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주2회) 신청하신 분의 이메일로 시와 문장을 발송해드리고 있습니다.

보다 자세한 사업 안내와 <문학집배원> 신청은 사이버문학광장 문장 홈페이지(letter.munjang.or.kr)를 이용해주시기 바랍니다.








by 복권기금 문화나눔 2010.12.20 10:29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는데, 이 감나무는 아무리 바람이 잦고 바람이 강해도 오히려 가지들이 제멋대로 까불고 흔들리면서 바람과 함께 놀고 있네요. 연약한 실가지가 강한 댓바람에도 끄떡하지 않고 오히려 댓바람더러 더 세게 불라고 놀리면서 바람을 즐기고 있네요.
우듬지와 실뿌리 사이 ‘땅심’이 드나드는 이 놀랍고 자유로운 소통의 세계. 땅의 질서와 하늘의 조화가 한 그루 나무속에 완벽하게 집약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우주를 축소시킨다면 바로 이 나무의 모습일 것 같습니다. 실뿌리는 땅의 중심에 닿아 있고 우듬지는 하늘의 무한한 넓이로 뻗어 있는 세계. 그래서 이 세상 생명은 아무리 하찮은 것도 필요하지 않은 것이 없고 모두가 제 ‘깜냥껏’ 삶을 누리는 세계.


- 2010.12.13   문학집배원  김기택




고재종, 「나무 속엔 물관이 있다」


 

 

잦은 바람 속의 겨울 감나무를 보면, 그 가지들이 가는 것이나 아예 실가지거나 우듬지거나, 모두 다 서로를 훼방놓는 법이 없이 제 숨결 닿는 만큼의 찰랑한 허공을 끌어안고, 바르르 떨거나 사운거리거나 건들대거나 휙휙 후리거나, 제 깜냥껏 한세상을 흔들거린다.
 
그 모든 것이 웬만해선 흔들림이 없는 한 집의
주춧기둥 같은 둥치에서 뻗어나간 게 새삼 신기한 일.
 
더더욱 그 실가지 하나에 앉은 조막만한 새의 무게가 둥치를 타고 내려가, 칠흑 땅 속의 그 중 깊이 뻗은 실뿌리의 흙살에까지 미쳐, 그 무게를 견딜 힘을 다시 우듬지에까지 올려보내는 땅심의 배려로, 산 가지는 어느 것 하나라도 어떤 댓바람에도 꺾이지 않는 당참을 보여주는가.
 
아, 우린 너무 감동을 모르고 살아왔느니.



시/ 고재종
1957년 전라남도 담양에서 태어났으며,『실천문학』에 「동구밖집 열두 식구」외 7편의 시를 발표하며 작품활동 시작. 시집『바람부는 솔숲에 사랑은 머물고』『새벽 들』『사람의 등불』『날랜 사랑』『앞강도 야위는 이 그리움』『그때 휘파람새가 울었다』『쪽빛 문장』등이 있다.

 

낭송/ 박후기
1968년 경기도 평택에서 태어났으며, 2003년 『작가세계』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 시작. 시집으로 『종이는 나무의 유전자를 갖고 있다』『내 귀는 거짓말을 사랑한다』 등이 있음. 신동엽창작상을 수상함.


출전/『그때 휘파람새가 울었다』(시와시학사)

음악/ 교한

애니메이션/ 강성진

프로듀서/ 김태형




<문학집배원> 사업은 문학과 멀어진 국민들이 우리 문학의 향기를 더욱 가깝게 느끼며 문학적 감수성을 계발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독자들이 문학을 좀더 쉽고 가깝게 만나고 삶의 여유를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사업입니다.

지난 2006년 5월 8일 도종환의 시배달로 시작하여, 현재는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주2회) 신청하신 분의 이메일로 시와 문장을 발송해드리고 있습니다.

보다 자세한 사업 안내와 <문학집배원> 신청은 사이버문학광장 문장 홈페이지(letter.munjang.or.kr)를 이용해주시기 바랍니다.



 

by 복권기금 문화나눔 2010.12.13 10:21


잠그면 바로 벽이 되는 문. “열리지 않으려고 안쪽 손잡이를 꼭 붙잡고” 있는 문. 드나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차단하기 위해 있는 문. 사람들은 바로 그 문을 닮았군요. 그래서 벽을 맞댄 이웃과의 사이가 ‘국경’만큼 멀어지게 이르렀습니다.
문이 벽이 되면 외부의 위험을 막아주기도 하겠지만 문 안에 있는 사람도 갇히게 될 것입니다. 인터넷 아이디 속에서 익명이 되어 병적으로 소리치는 것도 제 문에 제가 갇혀 숨이 막히니까 마음껏 숨 쉬고 싶어 그런 것 아닐까요?
사람의 마음은 그 문처럼 생겼을 겁니다. "인간이 만든 것은 인간을 닮았다/ 핵무기도 십자가도/ 콘돔도/ 이 비오는 밤/ 열심히 공갈빵을 굽는 아저씨의/ 그 공갈빵 기계도."(김영승, 「반성 743」)

- 2010.12.06   문학집배원  김기택





박주택, 「국경」








이웃집은 그래서 가까운데

벽을 맞대고 체온으로 덮혀온 것인데
어릴 적 보고 그제 보니 여고생이란다
눈 둘 곳 없는 엘리베이터만큼 인사 없는 곳
701호, 702호, 703호 사이 국경
벽은 자라 공중에 이르고 가끔 들리는 소리만이
이웃이라는 것을 알리는데
벽은 무엇으로 굳었는가?
왜 모든 것은 문 하나에 갇히는가?
 
문을 닮은 얼굴들 엘리베이터에 서 있다
열리지 않으려고 안쪽 손잡이를 꽉 붙잡고는 굳게 서 있다
서로를 기억하는 것이 큰 일이나 되는 듯
더디 내려가는 엘리베이터를 쏘아본다
엘리베이터 배가 열리자마자
국경에 사는 사람들
확 거리로 퍼진다




시·낭송/ 박주택
-1959년 충남 서산에서 태어났으며, 1986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작품활동 시작. 시집 『꿈의 이동건축』『방랑은 얼마나 아픈 휴식인가』『시간의 동공』 등이 있음.  현대시작품상, 소월시문학상 등을 수상함.

 

출전/ 『문학과사회』, 2010년 여름호

음악/ 권재욱

애니메이션/ 이지오

프로듀서/ 김태형


 

 

<문학집배원> 사업은 문학과 멀어진 국민들이 우리 문학의 향기를 더욱 가깝게 느끼며 문학적 감수성을 계발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독자들이 문학을 좀더 쉽고 가깝게 만나고 삶의 여유를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사업입니다.

지난 2006년 5월 8일 도종환의 시배달로 시작하여, 현재는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주2회) 신청하신 분의 이메일로 시와 문장을 발송해드리고 있습니다.

보다 자세한 사업 안내와 <문학집배원> 신청은 사이버문학광장 문장 홈페이지(letter.munjang.or.kr)를 이용해주시기 바랍니다.




by 복권기금 문화나눔 2010.12.06 10:03

이렇게 슬픔이 잘 익은 시, 너무 잘 익어서 다디단 즙이 확 터져 나올 것 같은 시, 온몸으로 단맛이 핏줄을 따라 짜릿하게 스며들 것만 같은 시를 오랜만에 읽어보는 것 같습니다. 사방이 모두 막혀 있어서, 제 마음 말고는 숨 막히는 슬픔을 처리할 길이 없을 때, 소월 같은 시인은 슬픔을 탐스럽고 먹음직하게 키웠지요. 끝내 터뜨리지는 않고 터지기 직전까지 탱탱하게 키우기만 했지요. 감염력이 큰 그 자학적인 슬픔의 아름다움으로 현실의 고통을 즐기려고 했지요.
얼굴을 맞대고는 도저히 쳐다볼 수 없는 커다란 슬픔. ‘등 뒤’로 느껴도 그 격렬함이 온몸을 뒤흔드는 슬픔. 그것은 마음이 깨끗하게 청소되어 맑아지는 환희의 순간의 다른 이름일 것입니다.

-2010.11.29  문학집배원  김기택


조은, 「등 뒤」





등 뒤가 서늘하다
뒤처져 걷는 네가
울고 있다!
 
파장이 느껴진다
들먹거리는 어깨가 느껴진다
눈물이 양식인 듯
입속으로 자꾸 흘러 들어간다
네 말은 끊길 데가 아닌 데서
끊어진다
 
너는 검은 웅덩이처럼
세상을 밖으로만 끌어안았다
내가 그 속을 보았다면
우린 벌써 끝났을지도 모른다
 
나는 숨을 고르고
수면을 때리는 돌멩이처럼
기습하듯 뒤를 돌아본다
 
얼굴 가득
바위의 이음새 같은 주름이 접힌
너는 눈물을 감추려
얼른 등을 보인다
 
네 등 뒤도
서늘할 것이다


시/ 조은
1960년 경북 안동에서 태어났으며, 1988년 『세계의 문학』에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 시작. 시집으로 『사랑의 위력으로』 『무덤을 맴도는 이유』 『따뜻한 흙』 『생의 빛살』 등이 있음.

낭송/ 이영주
시인. 1974년 서울에서 태어났으며, 2000년 『문학동네』 신인상에 당선되어 작품활동 시작. 시집으로 『108번째 사내』『언니에게』가 있음.


출전/ 『생의 빛살』(문학과지성사)

음악/ 권재욱

애니메이션/ 정정화

프로듀서/ 김태형



 

<문학집배원> 사업은 문학과 멀어진 국민들이 우리 문학의 향기를 더욱 가깝게 느끼며 문학적 감수성을 계발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독자들이 문학을 좀더 쉽고 가깝게 만나고 삶의 여유를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사업입니다.

지난 2006년 5월 8일 도종환의 시배달로 시작하여, 현재는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주2회) 신청하신 분의 이메일로 시와 문장을 발송해드리고 있습니다.

보다 자세한 사업 안내와 <문학집배원> 신청은 사이버문학광장 문장 홈페이지(letter.munjang.or.kr)를 이용해주시기 바랍니다.






by 복권기금 문화나눔 2010.11.29 11:14
| 1 2 3 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