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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장배달 Best 20] 루쉰,「아Q정전」 (낭송 이영석, 강신구, 강지은) 문호(文豪)의 작품이라고 해서 재미가 없는 게 아닙니다. 대표작이라 해서 엄숙하게 큰 줄거리만 이야기할 뿐 세세한 묘사를 소홀히 하는 것도 아닙니다. 어떤 작품이든 작은 물방울 하나에서 출발하는 게 아닐까요. 물방울이 모여 샘이 되고 샘물이 개울물이 되며 개울물이 강물이, 강물이 바닷물이 되고 마침내 수증기가 되고 저 높은 곳에서 구름으로 떠돌듯 소설도 아주 기본적인 것에서 출발해서 만인을 감득시키는 걸작이 되겠지요. 그렇게 함부로 재단을 하다니, 뼈다귀가 근질근질하냐고 누군가 묻는 것 같군요. 허나 그대여, 군자는 말로 할 뿐 손을 쓰지 않는 법이라오! 양지쪽에 앉아 뭘 하든 좋을 시절이군요. 저 부러운 시절 속으로 나가 보시지요, 부드럽게. 2008. 4. 3 문학집배원 성석제 루쉰,「아Q정전」 (낭.. 더보기
[문장배달 Best 20] 심상대,「양풍전」 (낭송 심상대, 염혜란) 소설의 어머니는 이야기입니다. 이 작품에서는 소설의 젊은 목소리가 계모니 칼이 어쩌느니 저쩌느니 따지는군요. 어머니는 모르는 척 하며 너그럽게 아들을 끌어안습니다. 그런데 이 어머니의 이야기가 소설보다 훨씬 중독성이 높겠군요. 생명력 역시 길 것이고요. 마지막 부분에서 어머니 이야기와 아들 소설은 ‘끝’이라는 공통점으로 만납니다. 헤어지는 건 언제나 슬픈 법일까요? 더 이상 이야기를 들을 수 없게 되었다는 것, 소설을 이만 덮어야 한다는 사실이 코끝을 알싸하게 만드는군요. 모두 잘 먹고 잘 살았다는데도. 2008. 4. 24. 문학집배원 성석제 심상대,「양풍전」 (낭송 심상대, 염혜란) 옛날에 어떤 집에, 옛날에 양풍이 집에, 아버지가 작은집 하나 뒀는데, 이 여자가 하도 지독스러워 가지고- 엄마는 살았.. 더보기
[시배달] 마종기, 「내 동생의 손」 (낭송 김미정) 몸과 마음으로 처리할 수 없는 가족의 죽음을 견뎌야 할 때, 슬픔은 난폭합니다. 일 한다고 사람 만난다고 봐주지 않고 아무 때나 울음을 터뜨려 망신시키죠. 그 슬픔의 폭력을 어떻게 다스려야 할까요? 시인은 고인의 손을 주머니에 넣고 다니겠답니다. 어떻게 죽은 손을 주머니에 넣고 다니죠? 형의 손바닥에는 동생의 손에 대한 수많은, 생생한 기억이 있습니다. 그 손에는 체온과 웃음과 눈물과 형제애가 가득 달려 있겠죠. 이 촉각의 기억으로 죽은 손을 되살리는 겁니다. 죽었으나 죽지 않은 손을 주머니에 넣고 만지면, 그때마다 죽은 동생이 살아나 오히려 형을 위로할 것입니다. 2010.5.10 문학집배원 김기택 마종기, 「내 동생의 손」 (낭송 김미정) 내 동생의 손 마종기 생시에도 부드럽게 정이 가던 손, 늙지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