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문학도서] 2010년 4분기, 평론 부문 : 「흩어진 중심」,「바로 그 시간」 2편 선정
복권기금 문화나눔2011. 1. 6. 14:15
흩어진 중심 - 한국문학에서 주목할 장면들
김형수 지음
자음과모음 (서울) | 2010년 7월 30일 출간
선정평
90년대 이후 한국문학사의 중요한 사건, 주제들을 폭넓게 다루고 있다. 남북문제로부터 문학행정에 이르기까지, 이 평론집은 한국문학이 존재하고 있는 중요한 조건들을 두루 점검하고 있다. 문학 내부로 편향되는 경향이 두드러지는 최근의 평론에 비해 볼 때 폭넓은 시야와 문학 환경 전반에 대한 통찰이 돋보인다. 그러면서도 진지한 자기반성과 문학에 대한 섬세한 사유를 동반하고 있어 문학의 안과 밖을 두루 아우르며 고민할 기회를 제공한다.
문학이 내적 망명에서 돌아오는 길
당대 한국문학의 길을 묻다!
“당시의 환경과 지금의 상황을 비교하면서 현실에 대한 근본적 성찰과 대안을 모색하는 것은 여러 가지로 의미 있는 일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추억을 회고하는 것과 시대적 변화를 소화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일 수 있다.
시대가 달라지면 주인공도 달라진다. 문학의 내용, 형식, 정신도 달라진다. 그럼에도 옛이야기를 전하는 것은 문학이 내게 그날의 기억과 열정으로 당대 세계의 지평에 참여하라고 촉구하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한국문학 다시 보기
소설가이자 시인, 또 평론가로서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활발한 작품활동과 치열한 논쟁을 통해 새로운 담론을 생산해온 김형수 작가의 문학노트. 199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문학사적 의의와 정황에 대해 고민하며 여러 계간 문예지에 발표했던 특집 원고들을 모아 책으로 엮었다.
1990년대와 2000년대를 지나오면서 당대 최고의 이슈가 되었던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 그 과정에서 한국문학이 품고 있는 가능성과 문제점을 지적하고 그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치열한 고민이 담겨 있다. 더불어 앞으로 우리 문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당대 한국문학의 길을 묻다
이 글은 일반적인 문학평론도 문학이론도 아니다.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현재 진행 중인 당대 문학사에 대한 정황을 설명한 글이다. 어느 한 장르에 묶이는 것이 아니라 작품론, 작가론, 시론, 문학론, 언어에 대한 연구 등의 다양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무엇보다 고은, 서정주, 김지하, 김남주, 이영진 등 한국 대표 작가들에 대한 이야기에서 한국 작가들을 향한 저자의 무한한 애정을 엿볼 수 있다. 동시에 남북작가대회, 아시아 ? 아프리카 작가 연대 등의 이야기에서는 한국문학이 국내에서뿐만 아니라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며 우리 문학에 대한 애착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그리고 민족문학작가회의 청년위원장 시절의 일화와 남북작가대회 이후의 좌담 등을 통해서는 남과 북의 문학적 교류에 대한 당위성을 역설하고 세계문학과 한국문학이 소통하는, 이른바 “새로운 연대”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또한 저자는 비주류적 삶과 문학에 특히 관심이 많다. 저자가 비주류, 변두리에 주목하는 이유는 작가 개인의 정신적 독립성이라 일컫는 정신을 작가정신의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개체의 독립정신 같은 것이라 할 수 있는데, 이런 정신을 저자는 주류보다는 비주류, 중심보다는 변두리에 서 있을 때 더 많이 느끼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저자의 성장기가 그쪽에서 이루어져서 그런 것임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러한 비주류, 변두리를 저자는 가치지향성의 문제라 해석하고 이를 토대로 비주류 문화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저자는 언어에 대한 고민도 놓치지 않는다. 문학이라는 것은 언어에서 시작하는 것임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만큼 언어는 문학뿐 아니라 우리 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저자는 모국어에 대한 문제제기를 통해 작가와 모국어의 관계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서 저자는 1990년대 중반부터 현재에 이르는 한국문학의 문학사적 의의와 정황들을 날카롭게 포착해내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현재 진행형의 문학사적 자료라 할 만한다. 다시 말해 1990년대와 2000년대를 아우르는 문학총론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김형수
1959년 전남 함평에서 태어났다. 1985년 『민중시 2』에 시로, 1996년 『문학동네』에 소설로 등단했으며, 1988년 『녹두꽃』을 창간하면서 비평활동을 시작했다.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정열적인 작품활동과 치열한 논쟁을 통한 새로운 담론 생산은 그를 1980년대 민족문학을 이끌어온 대표적인 시인이자 논객으로 불리게 했다.
작품으로 시집 『가끔씩 쉬었다 간다는 것』, 『빗방울에 관한 추억』, 장편소설 『나의 트로트 시대』, 소설집 『이발소에 두고 온 시』, 평론집 『반응할 것인가 저항할 것인가』, 그리고 『문익환 평전』 등이 있다.
바로 그 시간
전성욱 지음
산지니 (부산) | 2010년 9월 30일 출간
선정평
한국문학의 현재를 읽는 젊은 평론가의 야심찬 시선이 활기차다. 비판하되 그로부터 성찰하고, 공감하되 그로부터 이탈하려 하는 비평적 자의식이 활달하게 한국문학의 ‘바로 그 시간’에 개입하고 있다. 그간 주류문단에서 잘 다루어지지 않은 지역문학의 성과들을 비평의 대상으로 끌어올림으로써 한국문학의 한 편향을 교정하고자 하는 시도가 돋보인다. 지역문학에서부터 세계문학에 이르기까지 구체적 문제의식과 거시적 시야가 긴장과 균형을 이루고 있는 것도 미덕이다.
“특이성(내면성)의 탐구를 통해 공통성(사회정의)에 이르는 방법을 모색한다.”
비평이란 타자와의 교섭이며 교감이다. 그러나 타자는 내가 아니므로 그 교감의 시간들은 쉽게 불화로 얼룩진다. 비평은 타자와의 어긋남, 바로 그 불일치로부터 시작된다. 그래서 이 책의 저자는 타자와의 순정한 만남을 낭만적으로 이상화하는 ‘공감의 비평’에 반대한다. 비평은 사실 소통의 중개자라기보다 갈등과 분쟁의 당사자다. 그래서 비평이란 그 공평무사의 이상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이전투구다. 사실 지금의 비평들은 타자를 향한 연민이나 공포, 환대나 멸시도 아닌 다만 자기에 대한 더없는 사랑의 표현이 되어가고 있다. 그러므로 오늘의 비평에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자애로운 사랑이 아니라 자기로부터의 망명이다. 자기로부터의 망명은 곧 자기성찰(내면성의 탐구)이며 이를 통과해야만 세계에 대한 자애로운 사랑(사회정의)에 도달할 수 있다. 이 책의 저자에게 비평은 적대 속에서도 환대와 연대를 꿈꾸는 일종의 정치적 실천이다.
문학은 세계의 변화를 그 내용과 형식으로 표현한다. 문학의 변화를 읽고 그 변화에 대해 사유하는 것은 곧 세계의 변화에 대한 성찰과 대응이라고 할 수 있다. ‘바로 그 시간’이라는 이 책의 표제는 옥타비오 파스의 시 제목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바로 그 시간’은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이지만 반드시 도래해야 할 미래의 시간이다. 그런 의미에서 바로 그 시간은 현실성의 시간이 아니라 잠재성의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그 미래의 시간에 대한 간절한 염원을 담고 있다. 그러므로 전성욱 평론가의 비평은 바로 그 시간의 도래에 대한 강력한 요청과 촉구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현 시기는 종언과 파국의 풍문으로 소란스런 이행의 시기다. 여기 실린 글들은 그 급박한 변화에 대한 사유를 통해 모순 가득한 이 세계와 적대하면서 새로운 세계를 꿈꾸고 있다. 또한 모든 비루한 인간마저도 자기의 삶 속에서 세상과 적극적으로 교섭할 수 있다는 희망을 피력하고 있다. 이 책은 주로 소설을 읽고 쓴 글들로 채워져 있다. 소설은 잡스럽고 난삽하여 그 이름 자체에 천한 태생의 흔적이 새겨져 있지만, 역설적이게도 소설은 이 세계의 어떤 비천함에 대해 가장 위대한 증언을 제공한다. 그러므로 이 책이 세계의 비천함을 견디며 사는 모든 이들에게 읽혀 그 비천함과 맞설 수 있는 사유의 촉발을 불러오기를 저자는 바라고 있다.
전성욱
문학평론가. 1977년 경남 합천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태어났다. 열두 살 때부터 지금까지 부산에서 살고 있다. 동아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07년 봄 계간 『오늘의문예비평』을 통해 비평가의 길로 들어섰다. 지금은 몇 개의 대학에서 강의를 하며 『오늘의문예비평』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