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 지적 장애인 복지협회 북구지부의
발달장애인들과 함께하는 신나는 사물놀이 ♬
매주 목요일 광주광역시지적장애인복지협회 북구지부에서는 북치는 소리가 들린다. ‘지적 장애인들이 어떻게 사물놀이를 하지?’라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이내 사라졌다. 그들은 그 누구보다 더 열심히 사물놀이를 배우고 있었다.
#분출의 수단, 사물놀이
-북구장애인다원주간보호시설장 이애란
"지적장애인들이 사물놀이를 한다고 하니 많이 놀랍죠? 사실 저희도 처음에 사물놀이를 기획할 때 걱정을 많이 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12월에 결과발표회를 해야 한다는 중압감이 드는 건 사실이에요. 여기에 있는 아이들은 지적장애인이죠. 지적장애인이 뭔지는 아시죠? 숟가락 하나 들기기 힘들어서 밥도 못 먹는 아이들이 많아요. 그런 아이들이 리듬에 맞춰서 북을 두드린다는 것이 쉬운 게 아니에요. 하지만 우리가 사물놀이를 하려고 하는 이유는 아이들이 북이나 장구를 두드리면서 내면의 화를 분출할 수 있다는 거예요. 이 아이들도 자기 나름의 스트레스가 있고 화가 있는데 이것을 분출하는 방법을 몰라요. 그래서 계속 쌓아두고, 결국 이것이 병이 되면 자기 자신을 더 힘들게 하는 거죠. 일주일에 한 시간이지만 사물놀이를 하면서 아무생각 없이 북을 두드리고 소리를 지르기도 하죠. 비장애인들이 보면 놀라죠. 무슨 사물놀이를 이렇게 요란하게 배우냐고. 하지만 이건 장애인의 스트레스를 분출하는 수단으로 보면 됩니다.”
사물놀이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같이 수업을 듣는다. 비장애인들의 경우 수강생들이 아닌 발달장애인을 옆에서 도와주는 보호교사와 활동보조 코디네이터, 사회복무요원, 자활보조교사들이다. 이 분들은 참가자들이 수업에 집중하고 잘 따라올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주는 일을 한다. 발달장애인들의 경우 조금만 관심을 갖고 행동을 독려하면 그 만큼 노력을 하기 때문에 비장애인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이곳은 북구 장애인 다원 주간 보호시설과 북구 지적장애인 자립지원센터가 같이 운영되고 있다. 주간 보호시설은 유치원의 개념과 같다고 보면 된다. 20여명이 센터를 이용하는데 오전에는 간단한 직업훈련을 한다. 직업훈련은 발달장애인
내가 수업에 참여했을 때는 비장애인도 어렵다는 ‘굿거리 장단’을 배우고 있었다. 물론 박자가 조금씩 안 맞긴 했지만 하나의 소리를 내는 것은 분명했다. 또한 인상 깊은 것이 바로 ‘춤 테라피’였다. 굿거리 장단에 중간 중간 맞춰서 동요 ‘퐁당 퐁당’을 불렀다. 신기하게 퐁당 퐁당 리듬이 굿거리 장단과 맞아 반주를 피아노가 아닌 장구로 하게 되었다. 강사 선생님께서는 진도 아리랑에 맞춰 우리의 가락을 추게 했다. 참가자들은 부끄러워하지 않고 모두 어깨를 들썩이면서 우리의 전통 춤을 추었다. 참가자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즐겁고 해맑았다. 모두들 이 수업을 즐기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선생님께서는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아이들의 눈을 하나하나 마주쳐가며 수업에 참여하도록 유도하였다.
#오히려 제가 장애인들에게 배워요
-사물놀이 강사 김정훈(40세)
#꾸준한 사업의 필요성
-담당자 배우리(34세)
“사실 무슨 프로그램을 하든지 가장 중요한 것은 지속성입니다. 장애인 특성상 일회성 프로그램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아요. 그런 면에서 사물놀이는 발달장애인들에게 정말 필요한 프로그램이죠. 장애인들이 리듬을 전혀 못 맞출 거라는 선입견이 많은데 발달장애인들도 장애의 차이가 조금씩 있어요. 조금 전 수업을 보셔서 아시겠지만 일어서서 북을 치는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에 비해 지능이 높아요. 그렇게 때문에 일어서서 하는 활동에 무리가 없죠. 그런데 다운증후증을 중복장애로 가지고 있는 아이들은 1시간동안 가만히 앉아있는 것도 못해요. 저희가 4월 21일부터 수업을 시작했는데 5월 중순까지도 ‘이래서 어떻게 12월에 공연을 하지?’이런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그냥 공연에 집착하지 말고 즐기는 프로그램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점점 아이들이 장단에 맞춰 북을 치고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는 거예요. 그런 것을 보면서 저도 뿌듯하고 보호자들도 뿌듯하고 강사 선생님도 뿌듯하고…….
사실 장애인들이 문화의 사각지대에 있잖아요. 뭐 비장애인들이야 시간 없다고 문화생활 못하지만, 장애인들은 즐길 수 있는 문화적 환경 자체가 없으니까요. 근데 사물놀이를 하면 우리의 옛 것도 배우고 하나의 놀이처럼 아이들이 즐기는 것 같아요. 사실 저희는 도예프로그램도 참여하고 싶어요. 지적장애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손을 움직이는 것이거든요. 손이 제 2의 뇌라는 말도 있잖아요. 흙을 만지고 무엇인가 만들려고 노력하는 것도 하나의 교육인데 도예용 흙이 너무 비싸고 강사료도 너무 비싼게 현실이에요. 사실 전에도 사물놀이를 기획했는데 그때는 돈이 없으니까 저희가 악기를 구하지 못하고 화장지, 책 뭐 이런 걸 갖고 두드렸거든요. 서서 치는 북 보셨죠? 그게 난타로 나오는 북인데 300만원정도 하더라구요. 사실 문화를 향유하는데 돈이 드는 건 사실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장애인들이이 그 문화를 즐기지 못 하는 거고요. 하지만 돈 보다 중요한 것은 꾸준함 인 것 같아요. 뭐든지 길게, 오래, 꾸준히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한 것 같아요.”
이번에 참관한 사물놀이 수업은 내가 들었던 어느 사물놀이 수업보다 산만하고 시끄러웠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소란스러움 안에는 장애인의 순수함, 열정이 모두 담겨있었다. 초롱초롱한 눈으로 강사를 쳐다보고, 낯선 나에게도 관심을 보이며 예쁜 미소를 보내주었다. 그래서 괜한 선입견을 가지고 이곳을 온 건 아닌지 스스로 창피할 정도였다. 앞으로도 장애인을 위한 문화 프로그램이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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