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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의 감동/문화나눔 톡!톡!

[전통나눔] 2010 대한민국 정가축제 정가 드라마 “꽃을 잡고 - 선우일선”



 

공연의 완성도와 기획력, 통쾌한 승리를 거두다

2010 대한민국 정가축제 정가 드라마 “꽃을 잡고 - 선우일선”을 보고


 

주정훈 (문화유산활용연구소 연구원)

 


퇴근 무렵, 별다른 약속이 없는 내게 직장 선배가 공연 표 한 장을 내민다. 정가 드라마라. 낯설다. 에이, 고민 말고 가자. 그렇게 창덕궁 서편 북촌 한옥마을 들목에 자리 잡은 북촌 창우 극장을 예정 없이 찾는다. 예술경영을 전공하는 친구에게서 들은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5년에 한 번 연극을 보고, 30년에 한 번 무용공연을 본다고 하던데 정가는 몇 년 만에 한 번 보는 걸까, 이런 잡스런 생각 속에 매표소를 지나, 객석에 앉는다.

공연 시작 10분전. 예상 밖으로, 객석은 꽉 차 있다. 지난 세기 초의 것이 분명한 어느 여가수의 흘러간 옛 노래가 객석에 흐른다. 이윽고 객석의 불이 꺼지고 노랫소리는 커진다. 배경 막으로 쓰이는 무대 위 커튼에는 제목과 함께 영상이 흐른다.





“꽃을 잡고-선우일선” 정가드라마라는 새로운 장르의 공연... 평양 권번 출신의 신민요 가수 선우일선의 일대기가 눈 앞에서 그려진다. 뮤지컬 맘마미아가 그러하듯, 극 속에 나오는 ‘매화가’, ‘상사별곡’, ‘청조야’ 등 노래 가사의 엮임 속에서 드라마가 전개된다. 정가드라마에는 사실성과 양식성이 적절히 조합되어 있다.

배우들의 연기, 소품들은 사실적이요, 작은 절정마다 나오는 애달픈 정가는 양식미를 드러낸다. 요즘 소극장 뮤지컬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멀티 맨 (한 사람의 배우가 여러 역할을 소화하는 것)이 등장하여 극적 재미를 더한다. 멀티 맨 (김희성 分) 의 빼어난 연기력은 객석을 들었다 놓았다 한다. 영상을 적극적으로 사용함으로써 정가라는 전통예술에 현대적 감각을 덧입힌다. 자태 고운 주인공 여배우 (박민희 分) 는 소리꾼인지, 연기자인지 그 정체성이 혼란스러울 만큼 소리도, 연기도 일품이다. 공연 중간, 객석에 불이 들어오고, 정선아리랑을 관객이 함께 부르면서 무대와 객석의 경계는 허물어진다.


언제나 그렇듯, 악사들의 라이브 연주는 흥을 돋우고, 무엇보다 중요무형문화제 제30호 가곡 예능 보유자인 김영기님이 직접 들려주는 노래는 정가가 왜 선가인가를 깨닫게 한다. 제목에 나오는 꽃은 극중 인물인 선우일선에게 평생에 단 한 번 마음을 준 정인이자, 온 생애를 바쳐 매진한 예인의 길이었음에 동의하는 순간, 공연은 끝이 난다.


2010 대한민국 정가축제는 복권위원회의 후원으로 전통문화를 널리 알리고 계층 간의 문화격차를 해소하기 위하여 기획된 문화나눔 사업이다. 절제미의 정수라 할 수 있는 전통예술 ‘정가’를 현대적 공연양식에 녹여낸 정가드라마 “꽃을 잡고-선우일선”은 공연의 완성도 면에서, 그리고 기획의 공익적 측면에서 두 마리의 토끼를 제대로 잡아낸 신선한 시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