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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문화공동체만들기] 우리 아파트에서 놀 사람 여기 붙어라!



우리 아파트에서 놀 사람 여기 붙어라!

                                                                                                          

                                                                                                          최주희 (등촌 주공아파트 11단지 거주)



내가 어릴 때부터 결혼하기 전까지 살았던 친정집은 조그마한 단독주택이었다.  내가 초등학교 2학년 때 아빠께서 손수 지으신 그 집은 우리 동네에서 제일 멋지고 좋은 집이었다. 적어도 내가 보기엔...


학교를 마치고 골목길에서 “우리 집에서 놀 사람 여기~여기 붙어라!”하고 엄지손을 치켜세우면 아이들이 나에게로 뛰어와 내 엄지손가락 위로 차례차례 손가락 탑을 쌓아 올렸던 기억이 난다. 그러면 나는 아이들 모두를 우리 집으로 데려와 신나게 놀곤 했었다. 그 때는 거실 옆에 붙어있는 입식 주방도, 수세식으로 된 화장실도 나에게는 크나큰 자랑거리였다. 학교를 마치면 모두들 나와 함께 다방구며 ‘꼼꼼히’, ‘얼음땡’,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 놀이를 하고 여자아이들은 나뭇잎을 따 소꿉놀이를 했다.


근사한 놀이터에 그네 하나 없었지만 동네 골목골목, 집 앞 마당, 옥상까지... 너무나도 재미있는 놀이터가 주변에 많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렇게 자랑스럽고 멋있게만 보였던 우리 집이 내가 크면 클수록 초라해 보이고 불편하게 느꼈졌다. 아마 주변에 점점 아파트들이 들어서고 아파트로 이사 간 아이들이 많아지면서부터 인 것 같다.


친구 집에 놀러가 보면 20층까지 눈 깜짝할 새에 오르락내리락 하던 신기한 엘리베이터와 한겨울에도 반팔을 입고 생활할 정도로 따뜻한 집, 콸콸 나오는 온수가 너무나도 부러웠다. 그렇게 놀다 집에 가면 철없던 나는 우리 집은 왜 이리 춥냐고 투덜거리거나 아파트로 이사 가면 안 되냐고 조르고, 왜 뜨거운 물도 안 나오냐며 심통을 부리기도 했다. 하지만 부모님들은 그때나 지금이나 당신들은 불편한 거 없다며 오히려 우리 집이 살기 편하다고 하셨다.


그렇게 유년시절을 보내고 결혼하기 전까지 살았던 그 집과는 결혼을 하면서 작별을 하게 되었다.




나는 결혼과 함께, 그렇게 바라던 ‘아파트’라는 주거공간에서 살게 되었다. 그땐 뭐 신혼 때라 더 좋았겠지만 20년이 된 낡은 주택에서 살며 느껴졌던 불편함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첫째는 주차공간이 넓으니 주차를 자유롭게 할 수 있어서 좋았다. 따뜻한 물이 꽐꽐 나오는 화장실과 아담한 욕조. 그리고 넉넉한 수납공간의 부엌 덕분에 살림할 맛이 났다.


그렇게 결혼 후 8년이라는 시간을 아파트에서 살았다. 생활의 편리함을 누리고 살았지만 반면에 마음은 참 외로웠다. 결혼 후 첫째와 둘째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힘이 들기 시작했다.


지금 사는 이곳으로 이사 온 지 5년이 되었는데도 같은 라인에 사는 분들과 눈인사만 할 뿐이지 전혀 왕래를 하지 않았다. 차 한 잔 나누어 마신 적이 없었다. 아이들에게 친구를 만들어 주려고 놀이터에 나가도 사람없이 텅 비어있었다. 아이와 함께 지나가는 엄마만 봐도 눈을 크게 뜨고 쳐다보았다.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길고 긴 육아의 어려움과 사람들과의 소통 없는 시간들이 너무나도 길고 가슴 아프게 느껴졌다. 나의 내성적인 성격 탓일까... 그렇게 지금 큰아이는 초등 1학년생, 둘째는 5살이 되었다.


이렇게 무료하고 힘들기만 했던 육아의 터널 끝에 요즘 조금씩 즐거움과 활기가 느껴진다. 우리 아파트 1층 상가, 4년 동안 꼭꼭 잠겨있던 그곳에 도서관이 생겼다. 큰아이와 작은아이가 모두 무료로 수업을 받는다. 큰아이는 우리 아파트에 사는 같은 학교 친구들, 형들과 수업을 받는다며 좋아하고, 5살인 둘째는 금요일마다 미술을 배운다. 그곳에서 또래 친구들도 만나고 저녁식사도 함께 한다. 반찬 1개와 쌀만 준비해 가도 함께 상을 차려놓으면 진수성찬이 따로 없다. 아이들은 친구들과 같이 밥을 먹으니까 좋고, 엄마들은 저녁준비 안 해도 되니 좋다. 또한 비가 오면 지나가다 잠깐 비를 피해 놀이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서 정말 좋다.


우리 아이들은 <만나요, 우리 도서관>을 통해 또래친구도 알게 되었고, 요즘 친구와 노느라 정신이 없다. 1층 도서관이 생기고, 조용하기만 했던 우리 아파트에도 또한 우리 가정에도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아파트란 공간의 편리함과 따뜻한 이웃과의 소통으로 행복하다. 이웃 간에 소통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되어준 도서관이 앞으로 많이 생겨나고 발전했으면 좋겠다.




* 이 글은 ‘보통미술 잇다’가  기획한 <‘아(파)트야, 놀자! 사생대회 및 주민 글 공모’>에  참여한 글을 게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