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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동! 문화나누미!

[생활문화공동체] 아트공방 '날고 싶은 자작나무'



날고 싶은 자작나무



# 오늘이 현판식인데……
 

아트공방의 현판식 즉 간판을 거는 의미 있는 날에 문화나누미인 내가 초대를 받았다. 6월 초부터 방문을 하려고 했으나 현판식이 미뤄지는 바람에 오늘 오게 되었다. 담당자님의 말씀이 주민들이 워낙 아트공방에 애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좀 걸려도 직접 간판도 만들고 아트공방의 리모델링에 참여를 원한다고 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변수가 오늘 생겼다. 아트공방의 주 이용자인 주민들의 대부분은 학부모인데 오늘 초등학교에 마라톤 대회가 있어 대다수의 주민들이 아트공방에 참여하지 못한 것이다. 또한 아트공방 앞에 연락처 없이 주차되어있는 자동차 때문에 현판식을 할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현판식은 금요일로 미뤄졌지만 아트공방 안으로 들어가 수업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관찰할 수 있었다. 오늘의 취재를 위해 한국문화원연합
회 생활문화공동체 만들기 사업담당 이서우 씨의 도움으로 사업계획서와 필요한 자료를 바탕으로 질문지를 만들었다.





# 생활문화공동체로 배우는 진정한 이.웃.사.촌


-현장담당자, 노주일(39세)

처음에 생활문화공동체 사업을 위해 두 가지의 프로그램을 기획하였다. 첫 번째 사업은 아트공방 사업이며, 두 번째 사업은 청소년 방과 후 프로그램이다. 아트공방이 있는 광주 서구의 임대아파트 골목은 아이들이 즐길 만한 문화가 없다. 그래서 아이들이 찾는 곳은 PC방밖에 없었다. 이를 안타깝게 생각한 마을주민들이 학생 쉼터를 만들고 청소년들이 방과 후에 자유롭게 쉼터에 모여서 밴드도 결성하고 카페처럼 이용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현재 아트공방 사업은 30~40대 주부가 많다는 점을 활용하여 이들에게 어떤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도움이 될까 고민을 하다가 만든 프로그램이었다.


“아무래도 젊은 주부들이 많다보니까 이분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뭐가 좋을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러다가 나온 생각이 바로 이 아트공방입니다. 청소년들에게 쉼터를 만들어서 모임장소를 제공했다면, 아트공방을 통해서 주부들이 만날 수 있는 공식적인 장소를 제공하는 거죠. 처음에 이 지역에 이사 오는 사람들 중에는 다른 곳보다 먼저 아트공방에 찾아오는 분들도 있어요. 지역주민들과 친해지려고. 사실 아트공방에 오면 아줌마들 수다 떨면서 서로 친해지고 애들 장난감이나 옷도 서로 물려 입고 그러거든요. 왜 옛말에 멀리 사는 친척보다 가까이 사는 이웃이 낫다고, 그래서 이웃사촌이라는 말 있잖아요. 아트공방이 이웃사촌의 만남이 있는 장소죠. 그리고 단순한 리폼에 대한 교육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만든 작품을 또 다시 외부사람들에게 팔고 그 수익금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있죠. 다른 지역 아파트는 서로 살기 바빠서 서먹하고 정이 없다는데 여기는 그렇지가 않아요. 진짜 정이 넘치죠. 넘쳐.”





# 프로그램 계획부터 실행, 이름 짓기까지 주민 스스로!


-문화반장, 김선아(35세)

아트공방의 이름 ‘날고 싶은 자작나무’를 지은 작명가 문화반장 김선아씨는 인터뷰에 수줍게 응해주셨다. 김선아 씨는 2기 문화반장을 하셨고 3기 문화반장으로 계속 활동을 하실 예정이다. “사실 저도 이 동네 이사 온 지 5년 밖에 안됐어요. 그래서 주민들이랑 친해지고 싶어서 주민공유 프로그램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계속 해왔어요. 그러다가 리폼 이야기가 나왔고, 이것을 주민들을 위한 전문적인 프로그램으로 개발하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이 나왔어요. 담당자도 긍정적인 반응이었고, 우리들 스스로 이 프로그램을 만들게 되었죠. 사실 간판부터 여기 규칙, 공방 이름 모두 저희 주민들이 스스로 한 거예요. 우리 손으로 하면 더 애착이 가잖아요. 그래서 더 열심히 하고 다들 바빠도 잠깐 잠깐 공방에 들려서 일하고 서로 얼굴보고. 그리고 나 같은 아줌마들은 자식들 학교 보내고 집안일 끝내면 집에서 우두커니 혼자 있거든요. 우리 같이 젋은 아줌마들이 혼자 집에서 보내며 시간을 보내는 게 너무 아깝고, 또 사적인 교육 받으려면 돈 들어가잖아요. 대한민국 아줌마들이 자신을 위해서 돈을 쓴다는 게 참 쉽지가 않거든요. 그래서 이렇게 공방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이웃들도 만나고 자식교육, 남편건강에 대한 정보도 교류하게 되고, 너무 좋은 프로그램인 것 같아요.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가 우리 재능을 팔아서 기부를 할 수 있다는 점이 참 좋아요. 요즘 뭐 재능기부 이런 말 많이 하는데 우리 아줌마들이 열심히 아트공방에서 리폼을 배워서 우리 재능을 많이 기부해보려고요. 엄마의 이런 모습을 보면 애들한테도 큰 도움이 되고 이게 다 교육의 과정 아니겠어요?”




# 단순한 리폼이 아닌, 스토리가 담긴 리폼



오늘 참관한 수업은 리폼공예의 첫 수업이었다. 공방에는 집에서 가져온 낡은 소품들이 있었고 이용자들은 책상에 앉아 글을 쓰고 있었다. 나는 그 모습에 의아한 생각을 가지게 됐다. 흔히 리폼이라고 하면 낡거나 유행에 뒤떨어진 소품을 다시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뭔가 색을 칠하고 있거나 만드는 과정, 즉 공예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눈앞에 아트공방을 이용하면 주민들은 페인트 대신 연필을 잡고 무언가를 열심히 작성하고 있었다.
“이거 연습장 좀 봐도 될까요? "뭘 이렇게 쓰신 거예요?"“오늘 리폼아트 첫 수업이라 스토리텔링 하고 있어요. 흔히들 리폼이라고 하면 낡은 것을 바꿔서 새 것으로 만든다고 생각하잖아요. 근데 그게 단순히 ‘물건 버리기 아까우니까’ 생각을 가지고 하면 금방 또 질리고 또 다시 바꾸게 되기 싶거든요. 하지만 리폼을 하기 전에 ‘이 물건이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나에게 오게 됐고 몇 년 동안 나랑 같이 지냈고 우리 가족에게 어떤 에피소드를 줬나’ 스토리텔링을 하다보면 물건에 자연스럽게 애착이 가게 되고 리폼을 어떻게 할이지 아이디어도 잘 떠오르거든요. 저는 집에서 의자를 가져왔는데 이 의자가 이렇게 볼품없이 생겼어도 저희 가족과 인연이 깊어요. 이 의자를 처음 본 건 학교 동아리방인데요. 이게 어쩌다보니 신랑 자취방에 있고 또 어쩌다보니 저희 집에 있었어요. 이 의자는 지금 저희 아들 전용 의자예요. 아이가 5살인데 한 살 한 살 먹으면서 엄마가 하는 일에 관심이 많은데, 요리를 하고 있으면 이 의자를 끌어다가 싱크대 옆에 두고 같이 요리도 해보고 설거지도 해보고 냉장고 윗 칸에 먹고 싶은 음식을 자기가 직접 꺼내먹기도 해요. 그럴 때마다 도움을 주는 다재다능한 의자죠. 근데 이 의자가 낡아서 안정성에 문제도 되고 걱정이 돼서 리폼을 해볼까 하고 가져왔어요. 제 리폼 컨셉은‘안전’이에요.”



주민과의 인터뷰를 통해서 이 의자의 스토리, 말 그대로 역사를 듣게 되었다. 날고 싶은 자작나무 공방에서 이루어지는 리폼은 단순 공예가 아니었다. 주민이 자신이 가져온 물건에 대해 스토리텔링 하거나, 컨셉을 말하고 공방 선생님의 피드백을 받아서 리폼의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게 된다. 이 날 공방 선생님께서는 “흠. 아이가 이 의자에 올라가지 않는 게 제일 안전할 것 같은데요?” 라고 말씀하셔서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대신 의자의 밑 부분을 자르고 등받이를 만들어 흔들의자를 만드는 것이 아이들에게 좋을 것 같다는 멋진 아이디어를 내주셨다. 오늘 공방에 모인 소품은 다들 이렇게 제 각각 사연을 가지고 있었다. 첫 아이 출산 기념으로 받은 스탠드, 시어머니가 직접 사주신 옷걸이가 그 사연의 주인공이었다. 이렇게 주민들은 각각 소품에 담긴 스토리텔링을 풀어내고 사람들 앞에서 발표를 하고 공방 선생님께서는 피드백을 해주는 과정을 거쳤다.




오늘은 아트공방의 첫 시간이었기 때문에 집에서 소품을 직접 챙겨왔지만 앞으로는 아파트 앞에 버려진 소품을 활용할 예정이다. 낡고, 깨지고, 부서져서 더 이상 가치를 잃은 소품을 직접 수거해 주민들의 리폼을 거쳐 소품에게 새 삶을 가져다주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소품은 전시판매를 할 계획으로 수익금 100%를 동네의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기부할 것이라고 했다. 주민들은 아트공방에서 정도 쌓고 정보도 공유하면서 리폼의 기술도 배우고 이 기술을 다시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쓴다니 정말 이것이 진정한 문화나눔의 선순환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또한 리폼은 쓰레기를 줄여주니 친환경 프로그램이기도 하지 않나.



문화 아이디어 하나가 지구까지 살릴 수 있다니. 정말 문화의 힘은 어디까지일지 궁금했다.




복권기금 문화나눔 문화나누미 김엄지 기자 (umji162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