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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집배원/문장 배달

[문장배달] 강영숙, 「라이팅 클럽」 중에서 낭송 문지현



2011-06-23


어릴 적 보았던 드라마의 한 장면입니다. 극중에서 소설가 역을 맡은 배우가 마당으로 뛰쳐나옵니다. 소설을 쓰다 잠깐 잠이 들었는데 꿈속에서 전광석화처럼 떠오른 단어가 당최 떠오르지 않는 겁니다. 물론 시청자인 저는 알고 있었지요. 바로 메뚜기떼. 그 장면 때문일까요. 글을 쓴 뒤로는 잠을 잘 때도 머리맡에 종이와 연필을 놓고 자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잠들 무렵 떠오른 이야기들을 놓치지 않고 재빨리 종이에 적어두려는 거지요.
물론 지금도 행동에 옮기고 있습니다. 비몽사몽. 처음엔 단 한 글자도 알아볼 수 없었을 때가 많았습니다. 획도 정확치 않은데다 글자들이 마구 겹쳐 있었지요. 그 뒤로 생각한 것이 커다란 도화지를 펼쳐두는 일이었지요. 아무리 어두워도 아무리 괘발개발이어도 글자를 알아볼 수 있겠다는 일념으로. 하지만 일어나보면 여전히 알아볼 수 없거나 알아본다 해도 왜 써놓았는지 알 수 없는 단어들일 때가 많습니다. 어젯밤엔 분명 멋진 이야깃거리였는데 말이죠.
아무튼 글쓰기의 모드에 접속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언제 찾아올지도 모르구요. 그러니 늘 메모할 수첩과 연필을 준비해두세요. 입천장을 데일 듯, 찾아올 당신의 첫문장, 궁금합니다.
문학집배원 하성란

 
 ◆ 작가_ 강영숙 -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났으며, 1998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 「8월의 식사」가 당선되어 작품활동 시작. 2006년 첫 장편소설 『리나』로 한국일보문학상을, 2011년 단편 「문래에서」로 김유정문학상을, 같은 해 장편소설 『라이팅 클럽』으로 백신애문학상을 수상함. 소설집 『흔들리다』, 『날마다 축제』, 『빨강 속의 검정에 대하여』가 있음.
 
◆ 낭독_ 문지현 - 배우 및 성우. 연극 〈경숙, 경숙아버지〉 등에 출연.
◆ 출전_ 『라이팅 클럽』(자음과모음)
◆ 음악_ 박세준
◆ 애니메이션_ 강성진
◆ 프로듀서_ 김태형

< 문학집배원> 사업은 문학과 멀어진 국민들이 우리 문학의 향기를 더욱 가깝게 느끼며 문학적 감수성을 계발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독자들이 문학을 좀더 쉽고 가깝게 만나고 삶의 여유를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사업입니다.

지난 2006년 5월 8일 도종환의 시배달로 시작하여, 현재는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주2회) 신청하신 분의 이메일로 시와 문장을 발송해드리고 있습니다.

보다 자세한 사업 안내와 <문학집배원> 신청은 사이버문학광장 문장 홈페이지(letter.munjang.or.kr)를 이용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