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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집배원/문장 배달

[문장배달] 샤를 바라, 샤이에 롱, 「조선기행」 중에서 낭송 김민성, 이현우

 


2011-06-30



연 배가 좀 되신 분이라면 이들의 대화가 무엇을 두고 이루어지고 있는지 아시겠지요? 백여 년 전 조선을 여행한 프랑스인에게 비친 한양의 모습입니다. 요강이라는 것이 희한한 물건처럼 묘사되고 있는데요, 길거리에서 볼일을 봐 걷는 일조차 쉽지 않다는 프랑스에 비하면 오히려 청결하다는 느낌마저 줍니다. 지금처럼 화장실이 집안에 없던 시절에는 집집마다 요강이 있었습니다. 종류도 다양했고 엉덩이에 닿던 감촉도 다 달랐지요. 어린 시절, 외갓집 툇마루에도 밤이면 요강이 나와 앉았습니다. 한겨울이었습니다. 눈을 비비고 마루로 나와 요강에 걸터앉았지요. 밤새 한 데 나와 차가워질 데로 차가워진 요강에 엉덩이가 얼어붙을 것만 같았습니다. 쨍하고 차갑던 그 동그라미는 아직도 엉덩이가 기억하고 있습니다. 정신이 번쩍 났지요. 그제야 보았습니다. 밤새 내린 눈으로 세상이 온통 하얗게 변해 있었지요. 멀게만 보이던 앞산이 바로 사립문 밖에 있었습니다.

모든 경계가 사라진 세상엔 하얀 눈과 저와 그리고 요강뿐이었습니다.
 
문학집배원 하성란



◆ 작가_ 샤를 바라 - 프랑스의 여행가로, 지리학자이자 민속학자. 유럽과 아메리카, 북아프리카, 인도, 캄보디아 등의 동남아시아를 두루 여행하였으며, 특히 북부 러시아와 시베리아를 횡단함.
샤 이에 롱 - 미국 메릴랜드에서 태어났으며, 남북전쟁에서 대위로 제대한 후 이집트 주둔 영국군에서 대령까지 진급하지만 영국의 아프리카 정책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퇴역당함. 변호사로 이집트에서 활동하다가 1887년에서 1889년까지 미국의 한성 주재 총영사이자 공사관의 서기관으로 부임함. 1892년에서 1902년 사이 파리에 있는 동안 미국의 독립전쟁에 참전한 프랑스 군인들의 비망록을 만들어 1901년 레종도뇌르 훈장을 받음.
 
◆ 낭독_ 김민성 - 성우. 〈격동50년〉, 〈내셔널지오그래픽〉 등에 출연.
이현우 - 배우. 〈한 여름 밤의 꿈〉, 〈휘가로의 결혼〉, 〈택시드리벌〉 등에 출연
◆ 출전_ 『조선기행』(눈빛)
◆ 음악_ 권재욱
◆ 애니메이션_ 민경
◆ 프로듀서_ 김태형



< 문학집배원> 사업은 문학과 멀어진 국민들이 우리 문학의 향기를 더욱 가깝게 느끼며 문학적 감수성을 계발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독자들이 문학을 좀더 쉽고 가깝게 만나고 삶의 여유를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사업입니다.

지난 2006년 5월 8일 도종환의 시배달로 시작하여, 현재는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주2회) 신청하신 분의 이메일로 시와 문장을 발송해드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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