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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의 감동/문화나눔 톡!톡!

[문화바우처] 아이들의 희망 공작소


 

아이들의 희망 공작소 “문화바우처”


                                                                                                            - 김진경(오현중학교 지역사회교육전문가)



교사의 기쁨은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것입니다. 방학이 끝난 후 키와 몸이 쑥쑥 자라 학교로 돌아온 아이들을 보노라면, 마치 어제 아침에 본 길가의 꽃망울이 오늘 아침 활짝 피어있는 것을 볼 때와 같이 가슴 뛰고 설레는 일입니다.


올해 오현중학교에 근무한지 4년째. 제가 학교에서 주로 만나는 친구들은 소위 ‘소외계층’ 가정의 친구들입니다. 이 녀석들 중학교 남학생이라 그런지, 아니면 누나뻘로 밖에 보이지 않는 선생님의 얼굴을 보기 쑥스러운 건 지 쉽게 마음을 내어주지 않습니다. 선생님이나 어른보다는 동성 또래관계를 더 중요시 하는 시기라는 것도 아이들이 쉽게 선생님에게 마음 열기를 하지 못하는 이유일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이 친구들과 상담을 하거나 깊은 이야기를 나누려 할 때면 여자친구 보다 더 많은 기술과 노력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이런 저에게 이런 친구들과의 벽을 허물고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우연히 찾아왔습니다. 바로 제주문화예술재단이 추진하고 있는 “문화바우처” 사업입니다. 문화체험 기회가 적은 우리 친구들에게 ‘문화바우처’는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었습니다. 멋진 공연과 문화 체험의 기회를 통해 아이들이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습니다. 함께 공연을 보고, 문화체험을 한다는 것 자체를 망설이던 아이들이 이젠 문화예술 여행을 즐기고 있습니다.


 



신기하고 재미있는 공연을 보고 나오면,  이 친구들이 먼저 다가와 공연에 대한 질문을 합니다. 어떤 녀석은 깔깔대고 웃기도 하고, 진지하게 작품을 감상하곤 합니다.


뭐 공연 하나, 체험 한 번이 우리 아이들을 얼마나 변화시키겠는가라고 물어보면 저는 당당하게 이야기해주고 싶습니다. 어른들이 보기에는 단순한 연극 관람, 체험 프로그램일지 몰라도 이 시기의 친구들은 쭉쭉 물을 빨아들이는 스펀지처럼 하나의 공연을 봐도 며칠 밤을 설레어 생각하고 미래의 자기 모습에 비춰보기도 한다는 걸요. 이 친구들이 성장하는데 가장 훌륭한 교과서라고 감히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은 3학년이 된 한 친구를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1학년 때부터 ‘4차원’이라는 별명을 가진 친구입니다. 그는 친구들과 대화를 하면 동문서답하고 약간 어눌해 보여서 놀림도 받았던 친구였는데 성적도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습니다. 그렇다고 사교육을 받을 형편도 되지 못해 학교에서는 약간 아웃사이더 같은 존재였습니다. 이 친구와 함께 문화바우처 지원으로 2~3편의 공연을 함께 봤었는데, 글쎄  ‘라디오스타’라는 뮤지컬을 보고서는 “가슴이 방망이질 하는 것 처럼 쿵쾅댄다”고 하는 겁니다. 그래서 그 느낌을 글로 한 번 써보라고 툭 던졌는데,  정말 다음 날 종이를 내미는 거였습니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읽다가 제 눈을 멈추게 한 글귀가 있었는데 “흘러가는 시간을 보내면 주인공처럼 되는 것이고, 그 흘러가는 시간을 잡을 수 있는 용기가 있으면 나는 반드시 뮤지컬을 만드는 감독이 되어 있을 것 같다”라고 쓰여져 있었습니다.


이 학생의 담임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수업태도도 많이 좋아지고, 성적도 꾸준히 향상되고 있다는 말과 함께 원하는 고등학교로 진학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사실을 전해 듣게 되었습니다. 이때의 기분은 아마 아침에 활짝 핀 꽃봉오리의 모습을 본 그날의 느낌보다 더 강하고 행복하며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저는 우리아이들에게 문화바우처의 지원으로 받는 모든 문화예술적 혜택을 당당하게 "문화라고 쓰고 성장이라 읽는다"라고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문화예술적 경험의 중요성이 바로 아이들이 자신의 꿈을 그려나갈 수 있는 희망공작소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저는 요즘 교사로서 긍지와 행복감을 함께 느끼고 있습니다.




문화바우처 사업은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문화 예술활동에 제약을 받는 기초생활수급자, 법정차상위계층(차상위자활, 차상위장애인, 차상위의료급여, 차상위한부모가족)에게 공연·전시·영화·도서 등 다양한 문화예술프로그램의 관람료 및 CD, 도서 등 구입비를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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