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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동! 문화나누미!

[공공박물관미술관 프로그램 문화나눔] 죽음은 삶의 또 다른 연장이자 진정한 쉼이다 - 「쉼 박물관」을 다녀오다

  



 박물관은 과거의 생활방식을 알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다. 쉼박물관에도 과거 우리 조상들이 사용하던 물건들이 즐비하다. 쉼 박물관은 삶과 죽음을 토대로 한 전시품이 주류를 이루며, 장례식에만 볼 수 있었던 상여도 이 곳에선 전시품으로 관림할 수 있다.

 

 

  쉼박물관 홈페이지 (http://shuim.org/)

 

▲옛 선조들의 장례식에 쓰였던 꽃상여.
죽음을 슬픔으로 간주하기 보다 진정한 휴식으로 여겨  상여를 아름답게 꾸민 선조들의 면모를 알 수 있다.  

 사택을 개조하여 만든 박물관이라는 점도 이색적이다. 2층으로 되어있으며 집안 곳곳에서 토속적인 장식품부터 독특한 현대예술품까지 다양한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쉼박물관에 들어서자마자 왼쪽 거실에 전시된 꽃상여는 이곳이 삶과 죽음을 주제로 하는 박물관이라는 특색을 한눈에 보여준다.
 
현재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복권기금 문화나눔 공공미술관·박물관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아 기획된 <아름다운 마침을 위한 준비> 기획전이 진행 중이었다. 인근 복지관의 어르신 여섯 분이 박물관을 방문하셔서 설립자 박기옥관장님의 설명을 들으면 관람 중이셨다.  전시되어 있는 상여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나무로 만들어진 상여보다도 훨씬 더 문양이 화려하고 크기가 컸다. 죽음을 또 다른 삶의 연장으로 바라보며 편안하게 쉴 수 있길 바라는 염원을 담아 축제처럼 망자를 보내주던 의식으로 장례를 치렀다고 한다. 상여에 꽃을 달고 화려하게 장식을 했었다고 한다              

                                         ▲이번 프로그램에 초청받아 참여한 꽃상여를 둘러보는 어르신들


어르신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설명을 들으면 전시를 관람하고 계셨다그 외에 망자가 저승길을 가는 동안 외롭지 않도록 나무에 사람 모양의 그림을 그려서 함께 넣는 꼭두장식영혼을 담아가는 가마 등을 통해 선조들의 상조 문화를 조금 이해 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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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에서는 현대미술과 유리인형과 같은 유럽의 장식품 등을 볼 수 있었으며, 탁 트인 테라스 밖으로 푸른 산을 볼 수 있어 주변경관의 아름다운 자연을 또한 만끽할 수 있었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노인 분들은 연신  "아름답다", "예쁘다"를 연발하며 감탄하셨다. 어르신들의 탄성처럼 문화예술의 힘은 바로 이 감탄에 있는 것이 아닐까늘 익숙한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어린 아이처럼 순수한 기쁨을 느낄 수 있다는 것 말이다.



                    ▲ 장례식에 죽은 사람의 영혼을 싣고 가는 가마. 옛 선조들은 육체와 영혼을 분리해서 생각하였다.



                                                ▲꼭두각시들. 꼭두는 상여와 함께 묻는 나무 인형을 뜻한다.
                          조선시대에는 이러한 목각 인형을 만들어서 생을 떠나는 사람들이 쓸쓸하지 않게 해주었다.  



  ▲왼쪽 사진의 꼭두는 지옥의 사자들과 아래에 있는 불은 지옥을 뜻한다.
 오른쪽에 물구나무를 선 꼭두들은 죽은 사람을 보내는 산 사람들이 깊이 
 슬퍼하지 않도록 우스꽝스러운 꼭두를 만들어 놓은 것이다.


관람이 끝나고 1층 잔디밭에 준비된 둥근 테이블에 둘러 앉아 박기옥관장님과 프로그램에 참여한 어르신들이 다과를 즐기며 함께 전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따뜻한 햇살과 푸른 잔디밭이 어우러져 편안하고 여유로웠던 시간이었다.



 마지막으로 휴게실에 들어가 쉼박물관에서 준비한 색색깔의 손수건에 하고 싶은 말을 적거나 그림을 그려보는 시간을 가졌다. 평소 그림을 그리는 일이 익숙하지 않은 터라 처음에는 주춤하셨지만, 시간이 지나자 그림을 그리고 배우자 분의 이름을 적으며 옆에 앉은 사람에게 자신의 작품을 보여주며 이야기를 나누셨다. 무언가를 그리고 표현한다는 것 자체에 쑥스러움을 느끼시는 것 같았지만 함께 있는 사람과 이야기하고 서로에 대해 더욱 잘 알 수 있었던 활동이었다.


                                     <박기옥 설립자 겸 이사장님 인터뷰>


1.어떠한 계기로 <아름다운 마침을 위한 준비>를 기획하게 되셨나요?

 

한국박물관협회에 프로그램을 신청하고, 쉼 박물관의 주제와 같이 죽음과 삶을 예술성으로 승화시킨 <아름다운 마침을 위한  한 준비>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전통 상여문화를 전시하는 쉼 박물관의 취지하고도 일치합니다.

우선 문화예술을 접하지 못한 사람들은 자기 표현 또한 적극적이지 못합니다. 특히 노인 분들이 그렇지요. 그래서 노인 분들도 도 함께 향유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바로 좋은 죽음을 위한 웰 다잉(Well-dying)입니다. 자기 죽음을 함 께 께 생각하는  여유가 있어지는 시기에 자기 주변을 돌아 볼 수 있게 만드는 것입니다.

 지원금을 받아 개인이 운영하기 때문에 베풀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지원금이넉넉한 편은 아니지만 노년층을 위해 지속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노인 분들도 처음에는 무엇을 만들고 새로운 것을 접하는 것에 겁을 내시지만 한 두 번 반복되면 익숙해집니다

 사실 죽음이 앞에 닥쳐온다는 것은 죽음에 대한 공포가 더욱 커지는 것과 같습니다. 죽음을 철학적으로 승화시키는 것은 죽음이 삶의 연장이라는 보여주기 위해서 입니다. 죽음은 곧 마침의 문이며 자연의 순리입니다. 운명에 순응하며 죽음이 곧 쉼이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죽음은 결국 모든 순간들의 쉼입니다

2.복권기금 문화나눔 기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기금을 문화사업에 사용하시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소외계층인 노인 분들에게도 즐거운 시간을 같이 향유하면서 삶에 활력을 불러 일으켜줍니다.. 그래서 노인 분들도 문화예술을 즐겨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노인분들 자신이 결정을 해야 하는데, 한 두 번 접하다 보면 자력으로도 미술을 찾아볼 수 있는 의지가 생깁니다.

 상대적으로 노인 분들은 산업화 시대에 한창 때를 보내며 문화에 관심을 둘 수가 없는 환경에 있었습니다. 우리 박물관에 오신 노인 분들께서는 죽음에 대해 많이 배우고 느끼고 간다는 관람객이 많습니다. 특히 죽음을 꽃상여로 통해 아름답게 승화시킨 것, 기왕 보내드릴 바에야 꽃가마에 보내드리자는 옛 선조들의 마음이 그렇습니다. 조선시대 후기 까지만 해도 장례식을 축제로 생각했습니다. 기왕 슬프니까 거지도 배불리 먹이자는 생각이 컸지요.

 

3.마지막으로 복권기금 문화나눔 사업에 대해 바라는 점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첫번째로 지원받는 복권기금이 부족하다는 점을 꼽을 수 있습니다. 사실 이러한 미술관 프로그램도 자비를 보태서 할 수 있는 미술관만 가능합니다. 또 사립 박물관이 지원받을 수 있는 복권기금의 기준이 까다롭습니다. 프로그램 기획 이외에 관람객을 대접하는 음식 등은 모두 사비로 마련하고 있습니다. 기금을 받기는 어렵지만 문화를 자주 접하지 못하는 70대 이상의 노인 분들에게는 이러한 문화공간이 필요합니다. 쉼 박물관에서는 특별히 전통문화에 관련된 죽음에 대해 추억을 더듬으며 문화를 향유할 수 있습니다. 또 하나 어려운 점이 있다면 기금을 받기 위한 서류를 작성할 때 기존의 작성한 가격에 맞추지 않으면 안되어 융통성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복권기금 문화나눔 사업을 통해 다른 미술관에서도 우리 프로그램을 보고 시행하는 경우가 있어, 이러한 좋은 현상이 박물관에서 이어지기 때문에 보기 좋습니다.

 

 어린시절부터 상여와 관련된 물건을 모으기 좋아했다는 박기옥 설립자님의 수집품은 이제 전원주택을 개조하여 전시를 해도 될 만큼의 숫자가 되었다. 한 사람의 취미가 수십년의 세월을 거쳐 미술관을 만들고 작품이 되어, 지금 쉼 박물관을 방문하는 관람객들에게 죽음에 대한 새로운 생각과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되는 계기를 마련해주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죽음이 끝이 아니라 인생의 마침이자 휴식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서울 광화문 근처 도심 속에서 잠시 자신이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고자 할 때 들린다면 좋은 추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쉼 박물관 가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