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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의 감동/문화나눔 후기

[후기] 이팔청춘, 교실에서 시를 노래하다


[문학나눔]


 

이팔청춘, 교실에서 시를 노래하다



- 서형오(데레사여자고등학교)



시와 맺은 인연이 예사롭지 않은 것 같습니다. 까까머리 중학생 때 시를 썼고, 고등 학교 때 문학회에 가입해 수업 빼 먹고 글짓기 대회에 나가는 행복(?)을 누렸습니다. 대학에 진학해서 시를 공부했고, 졸업 후 국어 교사가 되어 수업 시간마다 학생들과 함께 시 한 편을 감상한 후 교과서를 펼쳤습니다. 웅변을 잘해 시 낭송도 잘 할 수 있다는 학생을 데리고 나가 길거리, 놀이터, 아파트 입구 등 지나가는 사람들이 구경하기 좋은 곳에서 1인 시 낭송회를 열어 학생의 마음이 시에 흥건히 젖게 한 후에 시 낭송 대회에 나가게도 했습니다. 또, 국화 향기 그윽한 가을 교정에서 처음 열었던 교내 시 낭송 대회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2008년 4월, 독서논술연구소로 한 건의 공문이 배달되었습니다. ‘시 낭송 축제’라… 오래 떨어져 지내던 옛 친구를 만난 것 같았습니다. 5월 29일(토)에 참가 신청서와 행사 계획서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6월 9일(월)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나눔사무국 전국 청소년 시 낭송 축제 담당자로부터 시낭송 축제(http://nangsong.munjang.or.kr) 참가 학교로 선정된 것을 축하한다는 전자 메일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해서 시 낭송 축제와의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시 낭송 축제를 준비하기 위해 1학년 3반 학생들과 함께 계획을 짰습니다. 출연자는 낭송 4팀(야외 녹화 1팀 포함), 판소리 1팀, 시극 1팀, 팬터마임(무언극) 1팀, 시노래 1팀으로 구성하고, 낭송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 학생들은 모두 도우미(스텝)로 활동한다는 원칙을 세웠습니다. 또, 교실 시 낭송회를 시 수업 방법 개발을 위한 수업 연구 형태로 기획하였습니다. 이어 10월 16일(목) 4교시에 ‘시집 읽는 시간’ 행사를 열었고(학급 학생들은 모두 자신의 수첩에 10월 16일을 ‘시집 읽은 날’로 기록함), 일주일 후 교실 시 낭송회를 성황리에 마쳤습니다. 진행을 맡은 반장, 시 낭송을 한 학생들, 도우미 학생들은 낭송, 연극, 노래로 시 작품을 표현하면서 큰 즐거움을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시에 대한 친밀감이 매우 깊어진 것도 특별히 다루어 기록할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시집 읽는 시간’(시집을 읽고 좋은 시를 골라 옮겨 적기, 감상 나누기, 사진 찍기)에서 ‘교실 시 낭송회’(다양한 형태의 시 낭송, 형성 평가, 정리)로 이어지는 수업으로 일반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2009년 전국 청소년 시 낭송 축제에도 참여하였습니다. 2008년도와 달리 1학년 10개 학급 350명 학생이 모두 축제를 즐겼습니다. 이번에는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의 자질과 장래 희망에 맞추어 역할을 설정했습니다. 이를 테면 아나운서가 되고 싶다는 학생이 시 낭송회 진행을 맡았고, 연출자가 되고 싶다는 학생이 모둠 구성원들을 이끌었습니다. 지원금 30만원은 상품과 DVD를 구입하고 포스터를 제작하는 데 썼습니다.


2010학년도 1학기에는 2학년 자연반 4학급(7반부터 10반까지) 143명을 대상으로 문학 수업 시간에 교실 시 낭송회를 열었습니다. 4월 5일(월)부터 9일(금)까지 일주일 동안 열린 교실 시 낭송회는 1부(4팀 낭송, 20분), 휴식(5분), 2부(3팀 낭송, 30분) 순서로 진행되었습니다. 이 행사에서 학생들은 〈해〉(박두진), 〈보리피리〉(한하운), 〈신부〉(서정주) 등의 작품을 낭송, 연극, 무언극 등의 다양한 형식으로 재구성하여 표현했고, 문학 시간에 쓴 자작시를 낭송한 학생들에게는 갈채가 쏟아졌습니다.


지난 6월 5일(토)에는 부산시민회관 소강당에서 ‘제24회 부산 청소년 예술제 시 낭송 대회’가 열렸습니다. 행사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재작년에 호흡을 맞추었던 학생들도 시 낭송의 즐거움을 다시 맛보기 위해 참가했습니다. 3학년 박지혜, 정빛나 학생이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고재종 시인의 작품 〈한바탕 잘 끓인 추어탕으로 놀다〉를 판소리 가락으로 바꾸어 창을 하고, 이영화 학생이 북 장단과 추임새를 넣어 가면서 멋들어지게 낭송하여 구경꾼들로부터 굉장한 호응을 얻었고, 심사위원들로부터도 아주 좋은 평가를 받아 특별상(부산광역시 교육감상)을 수상했습니다.


물질적 가치관과 이기주의가 매우 거세게 일어나 순수하고 고귀한 인간 정신을 훼손하고 있는 척박한 이 세상에서 학생들과 함께 시 읽는 수업의 즐거움을 누리는 기회를 제공해 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한국도서관협회 문화나눔사업추진반에 고마움을 느낍니다. 올해부터 복권기금으로 운영되는 문화나눔 사업과의 만남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문화예술을 수용하는 큰 기쁨을 누리면서 자신들의 삶을 새롭게 바꾸어 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지원 규모도 더 확대되어 문화나눔 사업이 계층과 지역 사이의 문화 예술적 격차를 해소하고 정신 세계를 풍요롭게 하는 데 이바지하기를 바랍니다.



문화의 뿌리이자 창조적 상상력의 모태인 문학의 향기를 온 국민과 함께 나누고자 문학을 쉽게 접할 수 없는 독자, 문학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독자 그리고 늘 문학과 함께하는 독자를 대상으로 온·오프라인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사업입니다. 인터넷문학놀이터인 사이버문학광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오프라인 사업으로는 소외지역 우수문학도서보급사업과 문학향수사업(문학집배원, 전국청소년시낭송축제 등) 그리고 문화멘토사업이 있습니다.

한국도서관협회- 우수문학도서 보급사업, 전국시낭송축제(www.kla.kr)
사랑의책나누기운동본부 - 문화멘토사업(www.booknanum.org)
한국문화예술위원회(문학나눔) - 문학집배원, 사이버문학광장(www.munjang.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