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뭐야?" "왜?" 딸아이가 아주 어렸을 때는 이런 질문을 입에 달고 다녔습니다. 가끔 자다 말고 벌떡 일어나 "이게 뭐야?" 하고 소리치기도 했죠. 어릴 때 그토록 많았던 호기심은 다 어디 갔을까요? 왜 지금은 세상과 일상이 당연하고 자명해 보일까요? 살면서 겪은 수많은 실패와 시행착오와 체념이 궁금증을 앗아간 걸까요? 왜 질문은 줄고, 고정관념은 늘어갈까요? 나, 지금, 여기, 너, 밥 먹는 일, 바람 소리, 나를 보는 강아지의 궁금한 눈빛. 이 모든 평범한 것들이 감추고 있는 참을 수 없는 경이로움. 여기에 시가 솟구치는 원천이 있을 것입니다. 시는 그 빈틈을 급습하려 하지요.
2010.07.05 문학집배원 김기택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경이로움」 (낭송 이문경)
<flash>
경이로움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최성은 옮김)
무엇 때문에 그 누구도 아닌 바로 이 한 사람인 걸까요?
나머지 다른 이들 다 제쳐두고 오직 이 한 사람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나 여기서 무얼 하고 있나요?
수많은 날들 가운데 하필이면 화요일에?
새들의 둥지가 아닌 사람의 집에서?
비늘이 아닌 피부로 숨쉬면서?
잎사귀가 아니라 얼굴의 가죽을 덮어쓰고서?
어째서 내 생은 단 한번뿐인 걸까요?
무슨 이유로 바로 여기, 지구에 착륙한 걸까요? 이 작은 혹성에?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나 여기에 없었던 걸까요?
모든 시간을 가로질러 왜 하필 지금일까요?
모든 수평선을 뛰어넘어 어째서 여기까지 왔을까요?
무엇 때문에 천인(天人)도 아니고, 강장동물도 아니고, 해조류도 아닌 걸까요?
무슨 사연으로 단단한 뼈와 뜨거운 피를 가졌을까요?
나 자신을 나로 채운 것은 무엇일까요?
왜 하필 어제도 아니고, 백 년 전도 아닌 바로 지금
왜 하필 옆자리도 아니고, 지구 반대편도 아닌 바로 이곳에 앉아서
어두운 구석을 뚫어지게 응시하며
영원히 끝나지 않을 독백을 읊조리고 있는 걸까요?
마치 고개를 빳빳이 세우고 으르렁대는 성난 강아지처럼.
1923년 폴란드의 중서부 쿠르닉에서 태어났으며,1945년 폴란드일보에 「단어를 찾아서」로 등단. 시집으로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콜론』 등 11권의 시집을 출간함. 독일 괴테 문학상, 독일 헤르더 문학상, 폴란드 펜클럽 문학상 등을 받았으며, 1996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함.
낭송_ 이문경
출전_『끝과 시작』(문학과지성사)
음악_ 박세준
애니메이션_ 강성진
프로듀서_ 김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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