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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집배원/시 배달

[시배달] 안도현「가을의 소원」 (낭송 안도현)



벌써 바람에서 마른 풀냄새 같은 게 묻어오는 듯 합니다. 봄과 여름이 성장을 향해 있다면, 가을은 생명의 포물선이 한풀 꺾이면서 소멸을 향해 기우는 계절이지요. 그래서인지 시인의 소원 또한 단출하고 담박합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이 소원들 중 어느 것 하나 손쉽게 이룰 수 있는 게 없군요. 도시에 살면서 온전한 적막과 게으름은 꿈도 꾸기 어려워졌고, 소낙비를 흠씬 맞거나 혼자 울어본 지도 언제였는지 까마득하기만 합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침묵할 줄만 안다면 그는 충분히 아는 것”이라는 외국 속담처럼, 가을은 아무 것도 모르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마침내 아무 것도 아닌 존재가 되기에 더없이 좋은 때입니다. 

 
2008. 9. 1. 문학집배원 나희덕.




안도현「가을의 소원」  (낭송 안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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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소원

                           

안도현


 

적막의 포로가 되는 것

궁금한 게 없이 게을러지는 것

아무 이유 없이 걷는 것

햇볕이 슬어놓은 나락 냄새 맡는 것

마른풀처럼 더 이상 뻗지 않는 것

가끔 소낙비 흠씬 맞는 것

혼자 우는 것

울다가 잠자리처럼 임종하는 것

초록을 그리워하지 않는 것



출처_ 『간절하게 참 철없이』, 창비 2008

詩. 낭송_ : 안도현 - 1961년 경북 예천에서 태어나 198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 시집『서울로 가는 전봉준』『그대에게 가고 싶다』『외롭고 높고 쓸쓸한』『바닷가 우체국』『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하여』『간절하게 참 철없이』등이 있으며, 소월시문학상, 이수문학상, 노작문학상 등을 수상함.


 


<문학집배원> 사업은 문학과 멀어진 국민들이 우리 문학의 향기를 더욱 가깝게 느끼며 문학적 감수성을 계발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독자들이 문학을 좀더 쉽고 가깝게 만나고 삶의 여유를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사업입니다.


지난 2006년 5월 8일 도종환의 시배달로 시작하여, 현재는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주2회) 신청하신 분의 이메일로 시와 문장을 발송해드리고 있습니다.


보다 자세한 사업 안내와 <문학집배원> 신청은 사이버문학광장 문장 홈페이지(letter.munjang.or.kr)를 이용해주시기 바랍니다.





 


















<문학집배원> 사업은 문학과 멀어진 국민들이 우리 문학의 향기를 더욱 가깝게 느끼며 문학적 감수성을 계발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독자들이 문학을 좀더 쉽고 가깝게 만나고 삶의 여유를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사업입니다.


지난 2006년 5월 8일 도종환의 시배달로 시작하여, 현재는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주2회) 신청하신 분의 이메일로 시와 문장을 발송해드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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