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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집배원/문장 배달

[문장배달 Best20] 성석제「그곳에는 어처구니들이 산다」 (낭송 이연규, 선종남)



언젠가 스페인에 가서 한 할머니를 만났어요. 그 할머니에게는 놀라운 재능이 있었죠. 상대의 모든 말을 한 번 더 따라하면서 박장대소하는 재능이었어요. 그 웃음에 전염이 돼서 급기야는 제가 먼저 웃음을 터뜨리며 말하기 시작했어요. 그랬더니 할머니는 그게 정말 우스운 일이라도 된다는 듯이 더 큰 소리로 웃었어요. 저도 지기 싫어서 손뼉을 쳐가면서 웃었어요. 할머니의 눈가에는 주름이 자글자글. 전 취미가 소원리스트 만들기인데, 그 때 소원이 하나 더 추가됐어요. 눈가에 주름이 자글자글한 할아버지 되기. 식당에서 사람들이 모두 돌아볼 정도로 크게 웃는 법을 배우기. 이건 누군가 웃으면 반드시 따라 웃어야만 이룰 수 있는 소원이죠.

 

2009. 3. 19. 문학집배원 김연수.



「그곳에는 어처구니들이 산다」 성석제





우리나라 사람이 쓴 책에는 웃음소리를 직접 인용한, 형용한 대목이 적다. 특히 진지하고 정통에 가까운 소설일수록. 그나마 자주 나오는 것은 미소. 미소 짓다, 미소를 흘리다, 미소하다, 소리없이 웃음 짓다, 웃음을 머금다, 빙그레 웃음 짓다 등으로 아까울 것도 없는 웃음소리를 아끼고 있다. 웃음을 터뜨리는 것이 점잖지 못하다고 여겨서인가. 그래서 감정 표현에는 점잖은 소설과는 비교할 수도 없이 솔직한 만화를 대상으로 웃음소리를 찾아보았다. 웃음소리가 가장 많은 책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1_숨을 모아 한꺼번에 내보내는 소리에 가장 가까운 ㅎ자음에 다섯 모음을 결합한 형태. 빈도수가 가장 높다.

 

하하, 허허, 헤헤, 호호, 후후, 흐흐, 히히.

 

2_1의 경우에 ㅅ을 결합, 강조한 것.

 

핫핫핫, 헛헛헛, 헷헷헷, 호호홋, 후훗, 흣흣, 힛힛힛.

 

3_1의 경우에 웃음에 충분한 숨을 만들기도 전에 튀어나오는 웃음소리를 형용한 것. 목적이 있는, 억지웃음에도 쓴다.

 

아하하, 으하하, 와하하, 어허허, 에헤헤, 우후후, 으흐흐, 이히히.

 

4_파열음 ㅋ, ㅍ을 ㅎ 대용으로 쓰고 있는 경우.

 

카(크)하하, 크카카, 카카카, 크크크, 파하하, 푸(프)하하, 푸후후.

 

5_몇몇 작가만이 쓰고 있는 경우.

 

우후훙, 후아, 헐헐헐, ㅎㅎㅎ, ㅍㅍㅍ.

 

6_헛웃음, 냉소.

 

피식, 픽, 푸시시, 피시식.

 

7_실제로는 들을 수 없으나 문자로는 쓰는 경우.

 

깔깔깔, 낄낄낄, 끄끄, 깰깰깰, 킬킬

 

8_위의 경우를 모두 이용하여 만든 간단한 소극(따라 읽는 것이 효과가 큼).

 

하하……허허……헤헤……후후……흐흐……히히……핫핫핫……헛헛헛……호호홋……후훗……흣흣……힛힛힛……아하하……으하하……와하하……어허허……에헤헤……우후후……으흐흐……이히히……우후훙……헐헐헐……푸하하……푸후후……ㅎㅎㅎ……ㅍㅍㅍ……피식……픽……푸시시……피시식.

 

9_응용(반드시 따라 읽어야 효과가 있음).

 

하헤히호후후히힛헤헤이히히픽아하하하하하하하오호호호호호호흐흐흐흐히힛헤헷으흐으으으이아와으이호훗흐헷훗홋핫헐헐헐핫핫핫피시시.


 



출처/ 이 책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 미디어2.0 2007

 

 

작가/ 성석제
1960년 경북 상주에서 태어나 1986년 『문학사상』에 시로 등단, 1994년 소설집 『그곳에는 어처구니들이 산다』를 내면서 소설을 쓰기 시작함. 소설집『재미나는 인생』『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참말로 좋은 날』 등이 있음. 제33회 동인문학상, 제39회 현대문학상, 제13회 오영수문학상 등을 수상함.

 

낭독/ 이연규
배우. 『착한사람, 조양규』『8인의 여인』『네바다로 간다』『이아고와 오셀로』 등에 출연.

선종남 - 배우. 『우리사이』『다홍치마』『사랑을 주세요』『과학하는 마음 3』 등에 출연.

 

음악/ 존 스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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