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문학도서] 2010년 3분기, 수필 부문 : 「밥과 장미」, 「느리게 걷는 사람」 선정
복권기금 문화나눔2010. 11. 24. 14:50
밥과 장미
오도엽 지음
삶이보이는창 (서울) | 2010년 5월 1일 출간
선정평 빛의 세계에 있으면 어둠의 세계가 잘 안 보인다. 잘 안 보이면, 어둠에서 살아가는 존재가 없다고 생각한다.
2000년대에 들어 우리 사회는 극심한 양극화 현상과 내부 진통을 겪고 있다. 오도엽의 이 책은 우리에게 어둠의 세상에 대해 열어준다. 보이지 않는 사람들, 경계에 선 사람들, 허공에 뜬 사람들과의 만남과 대화를 읽을 수 있는 책이다. 현관문을 두드리고 급하게 택배물을 전하고 다른 집으로 뛰어가는 아줌마가 쌍용자동차 해직 근로자의 아내일 수 있다고 가르쳐 준다. 또한 왜 어떤 사람들이 망루에 올라가는지 그 사정과 역사도 가르쳐 준다. 이 책은 '편파적인 책'이다. 빛의 세계만을 장식하는 주류의 저널리즘이 너무도 편파적이기에, 우리는 어둠의 세상 안에 따스한 빛이 있다는 것도 알려주는 오도엽의 편파적인 이 책을 읽어야 한다.
대한민국의 단면을 생생하게 드러내다
『밥과 장미』는 시인이며 기자, 르포작가로 활동 중인 오도엽이 4년간 만났던 노동 현장의 사람들을 생생하게 기록한 책이다. 저자가 발로 뛰며 만났던 사람들은 공기업, 대학교, 제약회사, 전자회사, 병원, 골프장, 학습지 회사, 건설 현장, 구청, 고속도로 휴게소, 자동차 공장 등 우리 사회를 움직이는 곳곳에서 일하고 있다. 저자는 우리 아버지이자 어머니이며, 우리 형제이자 직장 동료들인 이들의 목소리를 통해 현실을 들려준다.
비정규직 시대를 살아가는 작은 전태일들
공기업 금융기관에서 일하고 있는 이재석 씨는 ‘비정규직법’ 시행 1년 만에 해고 위기에 놓여 있고, 전자회사에 다니는 김윤자 씨는 새벽 5시에 일어나 식구들의 아침밥을 차리던 중 회사가 간밤에 이사를 갔다는 황당한 소식을 듣는다. 또 같은 학교 출신인 대학교 행정조교 서수경 씨는 동료 직원 40여 명과 함께 해고통지서를 받고, 학습지 교사인 김진찬 씨는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해 연월차 휴가도 국민연금이나 의료보험 혜택도 받지 못하고, 백화점 판매사원인 이미숙 씨는 쉬는 날도 없이 하루 종일 서서 서비스 노동을 한다.
이들은 열심히, 그리고 순박하게 가족과 자신의 꿈을 위해 일하고 있지만 현실은 어둡기만 하다. 자신의 최소한의 권리를 찾기 위해 법에서 인정하는 정당한 요구를 해도 이내 묵살 당하고 짓밟힌다.
송경동 시인은 “이 책은 860만 비정규직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 작은 전태일들에 대한 고귀한 기록”이라고 말한다. 이 기록의 주인공은 내 ‘가족’이고 ‘나’일 수 있는 우리들이다. 저자가 다루는 현실은 어두운 ‘현재’의 이야기지만 스스로의 권리를 찾기 위해, 그리고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해 때로는 울고 웃으며, 때로는 싸우는 사람들의 아름다운 서사이기도 하다. 이 어둡고 절망적인 서사가 희망인 까닭은 권리를 찾기 위한 이들의 몸부림이 이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오도엽 고등학교 시절 내내 책가방 대신 사진기를 어깨에 걸고 다니던 날라리에게 어느 날 문득 ‘대학생이 되고 싶다’는 꿈이 생깁니다. 도서관에 처박혀 몇 달 동안 단답형 문제지만 냅다 푼 뒤 꿈을 이룬 그는 한 권의 책을 만납니다.『어느 청년 노동자의 삶과 죽음』. 대학 중앙도서관에서 전태일을 읽다 솟구치는 눈물을 참지 못해 열람실을 뛰쳐나온 그는 다시는 도서관에 가지 않았습니다.
1980년대 최루탄 가스가 가득한 곳에서 데모꾼, 수배자가 되어 떠돌다 1990년 12월 위장취업자가 되어 공장에 들어갑니다. 창원공단에서 용접공으로 지내다 1994년 봄 새벽 느닷없이 침입한 이들에게 등 뒤로 수갑이 채워진 채 대공분실로 끌려간 그는 대전교도소에서 비전향장기수들을 만난 뒤로 생전 처음 글을 쓰게 됩니다. 감옥 담장을 몰래 넘어온 시는 1997년 전태일문학상을 받습니다. 징역을 살고 나온 뒤에도 그는 용접공, 도장공으로 살다 2005년 가을 공장을 뛰쳐나와 길을 떠돕니다.
사진기와 녹음기를 들고 농민과 노동자의 얼굴과 목소리를 담던 그는 2006년 우연찮게 전태일의 어머니 이소선을 만나 그곳에 주저앉아 글을 쓰기 시작합니다. 『삶이 보이는 창』, 『작은책』, <경향신문>, <참세상>, <오마이뉴스>, <위클리 서울>에 시, 르포, 칼럼을 싣는 그를 사람들은 시인, 기자, 작가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이소선이 자신에게 부쳐준 ‘건달’이라는 이름이 맘에 꼭 든다고 합니다.
시집 『그리고 여섯 해 지나 만나다』, 기록 『지겹도록 고마운 사람들아-이소선 여든의 기억』을 펴낸 그는 『밥과 장미-권리를 위한 지독한 싸움』을 펴내며 이 책이 자신에게 ‘밥’이 되고 노동자에게 ‘장미’가 되기를 소원합니다.
느리게 걷는 사람
신정일 지음
생각의나무 (서울) | 2010년 6월 24일 출간
선정평 필자 신정일의 일생체험과 독서경험에 대한 산문이다. 가난 속에서 제도권 교육을 받지 못하고 방황하던 청소년시절부터 성년이 되어서는 산천을 돌아다니며 유랑하며 지내온 여정을 보여준다. 책 스승도 없이 스스로 책을 찾아서 읽고 길을 떠돌아 다니며 자신보다 더 험난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필자는 가장 체험적인 삶의 현장과 만나고 있다. 생생한 노동현장이자 삶의 가열찬 고민의 지점이다. 자기 스스로가 우물을 파고 집을 지어야했던 한 사내의 험난한 삶의 기록이다. 읽는 이들에게 분명 삶의 용기가 되리라 믿는다.
우리나라 도보여행의 1인자, 옛길 걷기 운동가
온 산천을 누비고 다니는 문화사학자 신정일의 인생 독학기!
이 나라 산천이 내겐 학교이자 연구실이자 도서관이다!
우리땅 걷기 전도사 신정일. 온 산천 아름다운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우리땅 걷기 예찬론을 펼치고 있는 그는 요즘도 한 달에 3~4번은 자신이 운영하는 ‘우리땅 걷기’의 회원들과 이 나라 구석구석을 답사하러 다닌다. 춥든지 말든지 시도 때도 없이 걷기를 20여 년. 그는 어느새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문화사학자이자 도보여행의 1세대가 되었다.
그런데 문득 이 사내, 어쩌다 이렇게 하염없이 걷고 또 걷게 되었을까? 이 책은 저자의 열아홉 살 때까지의 일들을 담은 자전적 에세이로 그의 삶의 화두인 길, 강, 자연과 더불어 살아온 남다른 추억들을 스냅사진처럼 흥미롭게 그려내고 있다. 그는 남들이 갖고 있는데 안 갖고 있는 게 몇 가지 있다. 우선 어린시절 사진이 없다. 사진 한 장 남길 수 없을 만큼 가난했기에 그 흔한 돌사진조차 없다. 게다가 남들은 정규교육을 받으며 중고등학교 졸업장을 땄지만 그는 초등학교 졸업장이 전부다. 대신 그는 온 산천을 돌아다니며 스스로 배웠고 덕분에 먹어도 될 약초와 먹으면 안 되는 약초를 그 누구보다도 잘 구분한다. 그는 남들이 갖고 있지 않은 특별한 이력도 있다. 지금껏 『한국사의 천재들』 『다시 쓰는 택리지』 등을 비롯하여 40여 권의 책을 썼다. 또한 우리나라 산 400여 곳을 올랐고, 8대강을 몇 번이나 걸었다. 이 땅 구석구석을 누비며 옛사람들이 남긴 흔적과 자연이 내뱉는 신음소리를 충실히 전달해온 신정일. 그의 지난날이 문득 궁금해진다.
잊고 싶은 지난날을 나는 이제 기꺼이 사랑하련다
이 책은 총 3부로 나뉘어 있다. 1부 ‘머물고 싶던 아름다운 시절’에서는 어린 시절 자연과 벗 삼아 놀았던 날들에 대한 그리움이 묻어나 있다. 지금이야 별의별 장난감이 많지만 저자가 살던 시절만 해도 자연이 놀이터였다. 새, 뱀 무서울 게 없이 종횡무진하며 온 산천에서 뛰놀았다. 산삼 하나를 마을 사람 누군가가 발견하면 다음날 산삼을 발견한 그 산에 온 마을 사람들이 모여 땅을 팠던 일, 일 년에 한두 번씩 공터에 천막을 친 가설극장이 들어오면 검표하는 사람 몰래 영화를 보던 일들은 지금은 잘 볼 수 없어 더 그리운 기억들이다.
2부 ‘그대 자신이 등불이 되라’에서는 인간 신정일의 이방인같이 겉돌기만 했던 유년시절에 대한 혼돈의 기록이다. 저자는 아버지의 노름으로 중학교에 가지 못하고 열네 살에 가출, 열다섯 살에 절에 출가를 한다. 하지만 스님께 “너는 절에 맞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절을 나선다. 그리고 여수, 울산, 경주, 대구를 한 달여간 떠돌다 고향으로 돌아온다. 우주 속에 내던져진 고아, 세상의 아웃사이더였던 한 소년이 그 후 삶을 택한 방법은 걷고 읽는 것 말고는 없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주체적으로 사는 법을 터득한다.
3부는 저자에게 영향을 줬던 수많은 사람들에 대한 일화를 소개한다. 욕쟁이였지만 호박죽을 맛있게 끓여주시던 할머니, 한평생 풍류객이었던 아버지, 가수 지망생이었던 막내삼촌 등 기억 속 아련히 남은 이웃, 그리고 길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일화가 흥미롭게 담겨 있다. 그중 대구 시내를 정처없이 돌다가 만난 구두 닦는 청년들과의 일화가 흥미롭다. 끝없이 방황하다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대구까지 도착한 그는 우연히 구두 닦는 청년들을 만난다. 청년들은 그를 나쁜 길로 빠지게 하지 않고 한 가지 충고를 해줬다. “고생을 더하는 것이 좋을 끼다. 대구에서 고향까지 걸어가봐라. 시간은 걸릴 끼다. 그러나 큰 체험이 될 끼다.”
아픈 그대여, 이제 그대 자신의 등불이 되라
“어떤 길을 걷고 어떤 풍경을 만나더라도 길을 걷는다는 건 내 두발을 움직여야 합니다.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고, 한발짝도 건너 뛸 수 없습니다. 그래서 길은 누구에게나 평등합니다. 같이 걷는 사람들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순위를 매기거나 경쟁하지 않습니다.”(저자 인터뷰 중에서 ) 빠르게 변해가는 오늘날 ‘걷기’라는 행위만큼 아날로그적인 일이 또 있을까? 그런데 그는 길에서 걸으며 이 세상을 배웠다고 말한다.
왜 그가 그토록 끝없이 걸어야 했는지 그의 지난날을 따라가다 보면 그 이유를 어느 정도 짐작하게 된다. 저자는 독자들에게 살아낸 것도 이긴 것이나 다름없으니 사회가 정해놓은 경쟁의 틀에 얽매이지 말고 그대 자신이 스스로 등불이 되라고 말한다. 또한 운명보다 강한 것이 있다면 그건 운명을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용기라며 잊고 싶은 지난날을 이제 기꺼이 사랑하고 껴안으라고 한다. 인간 신정일의 아프게 아름다운 인생 독학기! 사람과 삶에 대한 애정으로 지난날의 잊고 있던 기억을 조심스럽게 복원해낸 그의 삶은 어쩌면 우리네 어머니, 아버지들의 가난했지만 아름다웠던 자화상일지도 모른다.
신정일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문화사학자이다. 현재 사단법인 ‘우리땅 걷기’의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활발한 역사 관련 저술활동과 함께 이 땅 구석구석을 걷는 작가이자 도보여행가이기도 하다. 1980년대 중반 ‘황토현문화연구소’를 설립하여 동학과 동학농민혁명을 재조명하기 위한 여러 가지 사업들을 펼쳤고. 1989년부터 문화유산답사 프로그램을 만들어 현재까지 진행하고 있다. 한국의 10대 강 도보 답사를 기획하여 금강에서 압록강까지 답사를 마쳤고, 우리나라의 옛길인 영남대로와 삼남대로를 도보로 답사했으며 400여 개의 산을 올랐다. 2010년 현재 소외된 지역문화 연구와 함께 국내의 문화유산 답사 프로그램과 숨은 옛길 복원 등의 사업을 진행 중이다.
지은 책들로 『조선을 뒤흔든 최대의 역모사건』 『한국사의 천재들』『똑바로 살아라』 『그곳에 자꾸만 가고 싶다』『대한민국에서 살기 좋은 곳 33』,『섬진강 따라 걷기』, 『풍류』, 『다시 쓰는 택리지』 『대동여지도로 사라진 옛 고을을 가다』 『한강 따라 짚어가는 우리 역사』『영남대로』『삼남대로』『관동대로』『꿈속에서도 걷고 싶은 길』 등 40여 권이 있다.
<소외지역(계층)우수문학도서선정보급사업>은 매분기 출간되는 다양한 한국문학도서 중에서 공정한 심의 과정을 거쳐 선정된 도서를 구입, 전국문화소외지역에 무료 기증하는 사업입니다.
분기당 전 장르(시, 소설, 수필, 평론, 희곡, 아동ㆍ청소년문학)의 우수도서를 30종 내외 선정하여, 선정도서별로 각 1,000~2,000부씩 구입, 문화소외지역이나 문화소외계층 관련 시설에 무료로 보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