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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의 감동/문화나눔 후기

[후기] 온가족 인형극 "이불꽃" 감상기


[사랑티켓]



순박한 닥종이 인형들이 선사하는 가족사랑에 함박웃음 짓다

온가족 인형극 <이불꽃> 감상기 



                                                                                                                                 - 윤지영(사랑티켓 회원)



2010 아시테지 여름축제를 사랑티켓으로 예매하면서 가장 눈에 띄었던 공연이 <이불꽃>이었습니다. 순박하면서도 다소 평면스러워 보이는 <이불꽃> 인형들이 보기만 해도 정감이 간다고 할까요. 사랑티켓으로 예약하면서 살짝 설레었습니다. 사랑티켓은 아이들 공연을 보러 다니기 시작하면서 알게 되었는데 복권 기금과 정부 지원으로 작품의 공연료에서 7천원 저렴하게 예매할 수 있는 곳입니다. 가입조건은 서울경기 · 광역시외 지역 거주자, 만 3세~24세, 65세 이상만 가능하므로 저희는 4세, 7세 아이들만 회원 가입을 해두었습니다.


<이불꽃> 공연도 사랑티켓이 적용되기에 사랑티켓 사이트에서 예약하고 아이들과 함께 공연을 보러 갔습니다. 무대의 빨랫줄에 이불 홑청이 고즈넉이 널러 있습니다. 낮은 담에도 햇살 밝은 날을 기다리듯 이불이 널려 있었습니다.


어릴 적, 엄마는 햇볕 좋은 날이면 이불 홑청과 빨래를 마당 한 켠에 널어두셨습니다. 밝고 화사한 햇살 아래 뽀얗게 말라가는 이불 홑청과 빨래들....... 그래서 그런지 저도 햇빛이 좋은 날이면 환장할 정도로 이불이 널고 싶어집니다. (이렇게 적고 보니 이런 추억 하나 없이 네모난 아파트에서 살아가는 제 아이들이 안쓰러워지기도 합니다.) 어린 시절의 향수를 자극하는 무대를 보니 단박에 호감이 갑니다. 투박하지만 정겨운 얼굴로 표현된 닥종이 인형들이 나와서 극을 이끌기 시작합니다.


바닷가 마을에 사는 순심이네와 강자네. 두 가족이 공통적으로 첫째 아이는 딸, 둘째 아이는 아들로, 남매를 두었고, 생계를 책임지는 아버지들은 어부입니다. 강자네 어머니는 안 계신 반면에 순심이네 어머니는 가족과 함께 삽니다.


중앙 무대를 네 등분해서 왼편 위에서부터 강자네와 순심이네 집 외부 전경을, 오른편 위에서부터는 순심이네 집 방과 강자네 집 방을 꾸며놓았습니다. 관객이 x자형으로 서로의 집을 들여다볼 수 있게 만든 독특한 무대 구조입니다.
고기잡이를 나가는 아버지들, 동생을 잘 돌봐주는 강자, 효심이 지극한 순심이, 티격태격하지만 잘 노는 동생들....... 아랫집 사는 강자네와 윗집 사는 순심이네는 사이좋게 살아갑니다.


꿈속에서 저승사자에게 쫓기던 장군을 숨겨준 순심이 엄마는 아기를 갖게 됩니다. 평화롭게 물고기를 잡으며 삶을 꾸려가던 아버지들은 북으로 끌려가게 되고 다시 돌아오지만 배도 잃었고 기억도 잃습니다. 순심이 엄마는 저승사자로부터 장군을 숨겨준 대가로 아기라도 내놓으라는 독촉을 받습니다. 필사적으로 아이를 지키려던 엄마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불꽃을 피운 채 죽어갑니다.





닥종이 인형의 정감어린 모습과 실감나는 대사는 60~70년대 어르신들 살았던 모습을 자연스럽게 재현해 놓았습니다. 가끔 잔뜩 잡은 고기들을 놔주고 싶어진다는 강자 아버지의 말은 욕심 없이 순박하게 살아갔던  어르신의 생활을 잘 보여줍니다. 다정하고 포근한 느낌의 닥종이 인형극들은 움직임만 봐도, 무대도 바라만 봐도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작지만 정성스럽게 만든 소품과 무대,  인형들의 섬세한 연기를 보노라면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극이 매끄럽지 않다고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두 어부가 알 수 없는 곳에 끌려가 옥살이를 하는 장면은 당시 군부정권에 억울한 누명이 씌어져 희생당한 시민의 삶을 보여주는 가 싶었지만 단순히 시대 상황만 보여주는데 그칩니다. 꼭 이 장면을 넣어야 하는가에 대한 설득력이 좀 약한 것 같았습니다.  


강자 어머니가 저승사자에 맞서는 장면은 무사들이 서로 싸우는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했습니다. 신선한 시도였으나 그전에 잔잔하게 진행됐던 극의 느낌과 달라 좀 튀게 다가왔습니다. 최근엔 다양한 장르와 융합을 시도하는 인형극이 많기에 극 속에 애니메이션을 넣는 것이 어색하지 않았습니다만, 극의 흐름과 어울리는 장면이었으면 더욱 좋았겠다 싶었습니다.


항상 순종적이고 가족을 살뜰하게 챙기는 강자가 방에 들어와선 돌변, 혜은이의 '열정'을 부르는 장면에선 '얌전한 고양이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는 속담이 생각났습니다.  그전의 모습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 강자! 방문 꼭 걸어놓고 부모님 몰래 팝송 틀어놓고 친구들과 신나게 몸 흔들던 제 학창시절 추억이 떠올라 한바탕 신나게 웃었습니다. 반전의 묘미가 돋보인 강자의 노래는 다시 생각해도 미소가 떠오릅니다.


극단 금설의 <이불꽃>은 기대치가 높았던 탓에 조금 아쉬운 부분도 있었지만 오랜 시간 공을 많이 들여서 만든 듯 보이는 소품과 무대 장치, 닥종이 인형에는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아이들에겐 전래동화책에서만 만날 수 있었던 저승사자와 태몽의 의미를 알 수 있는 시간이었고, 아이를 낳아본 엄마에겐 어떠한 상황에서도 아기를 지키려는 어머니의 모습이 바로 내 자신의 이야기와 비슷해 공감 200%의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또한 힘들고 고달픈 현실에서조차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꿋꿋이 살아온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의 예전 모습을 만날 수 있어 더욱 좋았습니다.


닥종이 인형에 대한 무한 애정과 암울한 시대 상황에서도 피어난 따뜻한 가족 사랑을 오롯이 담은 <이불꽃>! 극단 금설의 작품은 이번 2010 아시테지 여름축제에서 처음 만났는데 다음 작품도 기대가 갑니다.




사랑티켓은 보다 많은 시민들이 문화예술을 접할 수 있도록 복권기금과 지방정부 예산으로 국민들의 공연·전시 관람료 일부를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전국 16개 시·도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가 주관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사업내용과 이용방법은 사랑티켓 홈페이지(www.sati.or.kr)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