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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집배원/문장 배달

[문장배달 Best 20] 파블로 네루다, 「추억」 (낭송 전국환) 파블로 네루다의 시를 읽기 전, 저는 서울 신림동의 헌책방에서 네루다의 자서전을 우연히 발견했습니다. 미완으로 끝난 그 자서전을 덮으면서 저는 이 시인이 제 인생에서 아궁이와 등대 속의 불꽃과 같은 존재가 될 것임을 예감했습니다. 시인으로서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치열하고 낙천적으로 살며 곳곳에 이야기를 만들어 뿌리고 또한 이야기를 건져 올리는 방랑자로서. 그의 시는 더없이 매혹적이지만 저는 자서전의 저자로서 파블로 네루다를 더욱 좋아하고 존경합니다. 그 존경의 근원이 제게 소설을 쓰게 만들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위대한 이야기꾼의 솜씨를 살짝 맛보십시오. 2008. 4. 17. 문학집배원 성석제 파블로 네루다, 「추억」 (낭송 전국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오마르 비뇰레라는 괴벽스러운 작가를 만난 적이 .. 더보기
[문장배달 Best 20] 김연수,「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 (낭송 김내하, 임진순, 주성환)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다들 지지 마시길. 비에도 지지 말고, 바람에도 지지 말고, 눈에도, 여름 더위에도 지지 않는 튼튼한 몸으로 사시길. 다른 모든 일에는 영악해지더라도 자신에게 소중한 것들 앞에서는 한없이 순진해지시길. 문장배달을 시작한 이후 1년 동안, 수많은 일들이 일어났지만 결국 우리는 여전히 우리라는 것. 나는 변해서 다시 내가 된다는 것. 비에도 지지 말고, 바람에도 지지 말자는 말은 결국 그런 뜻이라는 것. 우리는 변하고 변해서 끝내 다시 우리가 되리라는 것. 12월 31일 밤, 차가운 바람을 온몸으로 맞고 선 겨울나무가 새해 아침 온전한 겨울나무의 몸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처럼. 다들 힘내세요. 2009. 4. 30. 문학집배원 김연수 김연수,「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 (낭송 김내하.. 더보기
[문장배달 Best 20] 루쉰,「아Q정전」 (낭송 이영석, 강신구, 강지은) 문호(文豪)의 작품이라고 해서 재미가 없는 게 아닙니다. 대표작이라 해서 엄숙하게 큰 줄거리만 이야기할 뿐 세세한 묘사를 소홀히 하는 것도 아닙니다. 어떤 작품이든 작은 물방울 하나에서 출발하는 게 아닐까요. 물방울이 모여 샘이 되고 샘물이 개울물이 되며 개울물이 강물이, 강물이 바닷물이 되고 마침내 수증기가 되고 저 높은 곳에서 구름으로 떠돌듯 소설도 아주 기본적인 것에서 출발해서 만인을 감득시키는 걸작이 되겠지요. 그렇게 함부로 재단을 하다니, 뼈다귀가 근질근질하냐고 누군가 묻는 것 같군요. 허나 그대여, 군자는 말로 할 뿐 손을 쓰지 않는 법이라오! 양지쪽에 앉아 뭘 하든 좋을 시절이군요. 저 부러운 시절 속으로 나가 보시지요, 부드럽게. 2008. 4. 3 문학집배원 성석제 루쉰,「아Q정전」 (낭.. 더보기
[문장배달 Best 20] 심상대,「양풍전」 (낭송 심상대, 염혜란) 소설의 어머니는 이야기입니다. 이 작품에서는 소설의 젊은 목소리가 계모니 칼이 어쩌느니 저쩌느니 따지는군요. 어머니는 모르는 척 하며 너그럽게 아들을 끌어안습니다. 그런데 이 어머니의 이야기가 소설보다 훨씬 중독성이 높겠군요. 생명력 역시 길 것이고요. 마지막 부분에서 어머니 이야기와 아들 소설은 ‘끝’이라는 공통점으로 만납니다. 헤어지는 건 언제나 슬픈 법일까요? 더 이상 이야기를 들을 수 없게 되었다는 것, 소설을 이만 덮어야 한다는 사실이 코끝을 알싸하게 만드는군요. 모두 잘 먹고 잘 살았다는데도. 2008. 4. 24. 문학집배원 성석제 심상대,「양풍전」 (낭송 심상대, 염혜란) 옛날에 어떤 집에, 옛날에 양풍이 집에, 아버지가 작은집 하나 뒀는데, 이 여자가 하도 지독스러워 가지고- 엄마는 살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