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복권기금 문화나눔 블로그

[문장배달 Best 20] 이문구,「우리 동네 김씨」 (낭송 양말복, 최경원) 가능한 한 천천히 읽어보십시오. 천천히 듣고 천천히 씹으십시오. 사투리를 몰라도 상관없습니다. 뜻을 다 몰라도 상관없습니다. 우리말이 얼마나 맛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고샅길 한구석에 조용히 피어 있는 민들레 같은, 동네 입구에 수굿이 서 있는 가래나무 같은 이런 한 대목이 우리 문학을 깊게 하고 힘있게 합니다. 굳이 외국의 문학과 견주어 잘났다 못났다 할 필요가 없음을 느끼게 합니다. 문학은 국민(한 언어권에 속한 모든 사람이니 어민이라고 할까요) 모두의 자산입니다. 이런 문학을 가진 어민은 결코 가난하지 않습니다. 2007. 5. 17 문학집배원 성석제 이문구,「우리 동네 김씨」 (낭송 양말복, 최경원) 대강 정돈이 된 듯하자 면직원은 부면장을 돌아다보았다. 매양 그랬듯이 부면장은 뒤에서 서서 잇긋도.. 더보기
[생활문화공동체만들기] 우리 아파트에서 놀 사람 여기 붙어라! 우리 아파트에서 놀 사람 여기 붙어라! 최주희 (등촌 주공아파트 11단지 거주) 내가 어릴 때부터 결혼하기 전까지 살았던 친정집은 조그마한 단독주택이었다. 내가 초등학교 2학년 때 아빠께서 손수 지으신 그 집은 우리 동네에서 제일 멋지고 좋은 집이었다. 적어도 내가 보기엔... 학교를 마치고 골목길에서 “우리 집에서 놀 사람 여기~여기 붙어라!”하고 엄지손을 치켜세우면 아이들이 나에게로 뛰어와 내 엄지손가락 위로 차례차례 손가락 탑을 쌓아 올렸던 기억이 난다. 그러면 나는 아이들 모두를 우리 집으로 데려와 신나게 놀곤 했었다. 그 때는 거실 옆에 붙어있는 입식 주방도, 수세식으로 된 화장실도 나에게는 크나큰 자랑거리였다. 학교를 마치면 모두들 나와 함께 다방구며 ‘꼼꼼히’, ‘얼음땡’, ‘무궁화 꽃이 피.. 더보기
[전통나눔] 2010 대한민국 정가축제 정가 드라마 “꽃을 잡고 - 선우일선” 공연의 완성도와 기획력, 통쾌한 승리를 거두다 2010 대한민국 정가축제 정가 드라마 “꽃을 잡고 - 선우일선”을 보고 주정훈 (문화유산활용연구소 연구원) 퇴근 무렵, 별다른 약속이 없는 내게 직장 선배가 공연 표 한 장을 내민다. 정가 드라마라. 낯설다. 에이, 고민 말고 가자. 그렇게 창덕궁 서편 북촌 한옥마을 들목에 자리 잡은 북촌 창우 극장을 예정 없이 찾는다. 예술경영을 전공하는 친구에게서 들은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5년에 한 번 연극을 보고, 30년에 한 번 무용공연을 본다고 하던데 정가는 몇 년 만에 한 번 보는 걸까, 이런 잡스런 생각 속에 매표소를 지나, 객석에 앉는다. 공연 시작 10분전. 예상 밖으로, 객석은 꽉 차 있다. 지난 세기 초의 것이 분명한 어느 여가수의 흘러간.. 더보기
[소외계층 문화순회사업] 함남북청 민속예술보존회의 요양원 방문공연 그리운 마음 담아 사자가 찾아 왔어요 - 함남북청 민속예술보존회의 요양원 방문공연 후기 - 김나래 (마이홈 노인전문 요양원 사회복지사) 여름의 햇볕이 작렬하는 오후 두 시, 더위와 식사 후의 식곤증이 어르신의 어깨에 무거움을 더할 즈음, 함남북청민속 예술보존회 분들의 공연이 시작되었습니다. 간단한 사업소개를 시작으로, 곧 이어진 첫 번째 공연은 동선본 님의 퉁소독주! 옛날 옛적, 추억의 선율로 연주된 ’청성곡’은 어르신들을 회상에 빠지게 했습니다. 다음에 이어진 퉁소합주는 평소 우리가 접했던 합주와는 뭔가 다른 통통 튀고 상큼한 무대로 어르신들뿐만 아니라 젊은 직원들까지 여러 세대가 한데 어울려 들을 수 있는 연주곡이었습니다. 합주 후 어린이 두 명이 자신의 몸보다 두 배는 더 길어 보이는 상모를 돌렸습.. 더보기
복권기금 문화나눔사업 2008, 2009년도 복권기금 성과평가 2년 연속 1위 복권기금 문화나눔사업이 08년도에 이어 09년도에도 복권기금사업 성과평가에서 2년 연속 1위를 차지하는 쾌거를 이뤘습니다. 09년도 복권기금 성과평가는 법정배분사업을 수행한 9개 기관의 30개 사업과 공익사업을 수행한 11개 기관의 19개 사업을 대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복권기금 문화나눔 사업은 전체 사업 중에서 90점이 넘는 최고 평가점수로 유일하게 1등급을 받았습니다. 복권기금은 04년도에 제정된 「복권 및 복권기금법」에 따라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가 복권사업으로 조성된 재원을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관리, 사용하기 위해 설치한 기금입니다. 복권기금 문화나눔사업은 복권기금사업 가운데 ‘문화예술진흥 및 문화유산 보존’을 위한 공익사업에 해당합니다. 복권기금 문화나눔사업은 04년도부터 시작됐으며, 09년도에는.. 더보기
[문장배달 Best 20] 윤후명,「별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낭송 이영석) 뼈만 남은 물고기는 어디로 갔을까요? 혹시 친구들이 알아봐 주었을까요? 친구들은 동정을 했을까요, 낙담을 숨겼을까요, 어이없어 했을까요, 웃었을까요? 정답은 없습니다. 정답이 없기 때문에 더 어려운 질문입니다. 이런 질문이 내게 무슨 상관이냐, 라는 말을 한 마디로 하자면? ………………………… 이 소설의 앞부분에 정답이 있습니다. 집어쳐! 2008. 4. 10 문학집배원 성석제 윤후명,「별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낭송 이영석) 그다음 과제는 그림 보고 느낌 말하기였다. 의사는 가방 속에서 다른 책자를 꺼내 이쪽저쪽 펼쳐보였다. 그것은 아무런 구체적 형상도 아닌 부정형의 형상으로서, 말하자면 제멋대로 된, 그림 아닌 그림이라고 하는 게 옳을 것이었다. 의사 역시 이건 정답은 없는 거라고 안심을 주기도 했던.. 더보기
[문장배달 Best 20] 파블로 네루다, 「추억」 (낭송 전국환) 파블로 네루다의 시를 읽기 전, 저는 서울 신림동의 헌책방에서 네루다의 자서전을 우연히 발견했습니다. 미완으로 끝난 그 자서전을 덮으면서 저는 이 시인이 제 인생에서 아궁이와 등대 속의 불꽃과 같은 존재가 될 것임을 예감했습니다. 시인으로서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치열하고 낙천적으로 살며 곳곳에 이야기를 만들어 뿌리고 또한 이야기를 건져 올리는 방랑자로서. 그의 시는 더없이 매혹적이지만 저는 자서전의 저자로서 파블로 네루다를 더욱 좋아하고 존경합니다. 그 존경의 근원이 제게 소설을 쓰게 만들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위대한 이야기꾼의 솜씨를 살짝 맛보십시오. 2008. 4. 17. 문학집배원 성석제 파블로 네루다, 「추억」 (낭송 전국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오마르 비뇰레라는 괴벽스러운 작가를 만난 적이 .. 더보기
[우수문학도서] 2010년 3분기, 시 부문 : 「스쿠터 언니」 외 7편 선정 스쿠터 언니 박현덕 지음 문학들 (광주) | 2010년 4월 6일 출간 선정평 는 시조시집을 접할 때 쉽게 가지게 되는 고답적 인상을 파기하는 작품집이었다. 시조의 사회학적이고 정치학적 가능성을 실험하면서 거칠고 명료한 시어들 속에서 삶의 활기를 전달하는 작품들이 눈길을 끌었다. 그의 시들은 간이직절한 형상화가 지리멸렬한 언어적 조탁보다 더 큰 시적 환기력을 지닐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1987년 등단한 박현덕 시인은 중앙시조대상, 한국시조작품상, 광주문학상, 시조시학상 등을 수상한 중견시인이다. 소외된 삶의 현장에서 바라본 풍경들을 절제되고 섬세한 언어로 그린 시편들을 묶었다. 문학평론가 고명철 씨는 이번 시집의 해설 제목을 이라고 붙이고선, "한국사회의 문제적 현실을 시조의 양식을 통해 증언하고 .. 더보기
[시배달] 김혜순, 「잘 익은 사과 」 (낭송 문지현) 크고 잘 익은 햇사과를 사각사각 깎고 있다고 상상해 보세요. 사과에서 “백 마리 여치가 한꺼번에 우는 소리”, “자전거 바퀴가 치르르치르르 도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지 않나요? “천 년 동안 아가인 사람의 냄새”가 나는 것 같지 않나요? 둥글게 둥글게 껍질 깎이는 자리가 자전거타고 상쾌하게 지나가는 좁고 구불구불한 시골길 같지 않나요? 시는 말로 되어 있고, 그 말은 사물을 닮은 가짜이지만, 시인의 욕망은 독자에게 ‘사과’라는 말이 아니라 진짜 사과를 주는 것. 그러므로 이 시를 즐기려면 사과라는 '말'을 버리고, 눈과 코와 귀의 감각을 최대한 확장시켜야 합니다. 그러면 둥글게 깎이는 작은 사과가 자전거를 타고 가는 내 “고향 마을만큼 큰 사과”로 바뀌는 마술을 체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 - 2010... 더보기
[시배달] 문정희, 「흙」 (낭송 문정희) 흙에서 어떻게 울음소리가 들릴까요? 내주기만 하고 대가를 바라지 않는다는 점에서, 흙은 어머니를 닮았습니다. 열매와 짐승과 사람에게 다 퍼주고도 밟히기만 한다는 점에서도, 그들의 똥오줌을 받아내 제 안에서 삭히기만 한다는 점에서도, 흙은 어머니를 닮았습니다. 이 시인은 어머니이기 때문에 흙이라는 이름에서 “흙 흙 흙” 하는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고, 심장 깊은 곳에서 차오르는 눈물냄새를 맡을 수 있는 겁니다. 제 몸의 양분과 정기를 씨앗에게 부어 아이를 낳고, 제 몸과 영혼을 팔아 아이를 기르고도, 받을 것은 거의 없고 줄 것은 많이 남은 어머니이기 때문에. 2010. 5. 3. 문학집배원 김기택 문정희, 「흙」 (낭송 문정희) 흙 문정희 흙이 가진 것 중에 제일 부러운 것은 그의 이름이다 흙 흙 흙 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