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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의 감동/나눔 선정/당선작

[우리동네 예술동네 수기공모 선정작] 예술가 자매의 우리동네 알아가기_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생활문화공동체만들기]



이번에 소개해드릴 수기는 여태까지 소개된 것과는 조금 다른 사례입니다.
아직 마을 단위에 주민 공동체가 생겼다거나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은 아니지만
예술을 전공한 두 자매가 예술을 통해 마을을 가고, 조금씩 이웃 간에 물꼬를 트고 있는

이제 막 공동체가 시작되는 사례입니다.
편지를 통해 옆집과 교류하고, 자신들의 재능을 활용해 주민들을 교육하며 한분한분과 소통해나갑니다.
그리고 앞으로 마을과 주민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의 포부를 밝힌 두 자매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예술가 자매의 우리동네 알아가기_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딥태 서진화 님)

 

안녕하세요? 저희는 서태경, 서진화 자매이고, 현재 이문동에서 6년째 살고 있습니다. 여동생인 서태경은 한예종에서 회화를 전공하고, 작업실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고, 저는 계원예대에서 무대미술을 전공하고, 공공미술, 플라잉시티에서 일하다가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생겨 지금은 고양시 애니메이션 예술강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동네에 대한 생각이 별로 없었습니다. 회사에서 늦게 야근을 하고 돌아오면 집에 돌아와 씻고 자는게 일과였고, 여동생은 학교생활로 바쁘게 지내왔습니다. 그렇게 3년이 흐른 후 이 동네가 참 신기한 것이 경희대, 한예종, 외국어대 3개 학교가 쏭쏭쏭 모여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경희대의 (의학), 한예종의 (예술), 외국어대의 (어학) 다양한 학문을 배우는 학생들이 이문동 3거리를 함께 걷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회사에서 공공미술을 접하며 청계천사람들과 인터뷰도 하고, 그들을 위한 작은 미니박람회도 준비하고, 청계천역사를 공부하면서 지역과 사람들에 대해 느낀 바가 참 많았습니다.

시간이 몇 년 흘러 애니메이션을 가르치는 선생님으로 아이들을 만나면서 우리 동네 아이들이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최근 고양시 친구들과 함께 만든 애니메이션이 올여름 ‘부산 국제 어린이 영화제’에 초청되는 뜻 깊은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2년 전 이문동 262-22번지로 이사해 작은 보금자리를 만들고, 여동생이 졸업 후 외대골목에 작업실을 내자, 여동생의 친구들이 근처에 이사를 오고 빈 목욕탕을 얻어 남탕, 여탕 작업실로 사용하면서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습니다. 동네 주민 분들이 관심을 가지시고 “여기가 뭐하는 곳이에요?”라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목욕탕작업실에 배추라는 친구는 몇 해 전 ‘개똥프로젝트’라고 해서 학교 앞에 있는 개똥들을 모아 색도 칠하고 주민 분들에게 설문지도 받고 하면서 공공미술을 진행해 전시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렇게 미술을 전공한 친구들이 이문동 골목골목에 작업실둥지를 틀어 작업들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작년 여름 집에 있다가 심심해서 옥상에 올라가 보았더니 옥상에 두 집이 있었습니다. ‘이 집에 몇 명이 살고 있을까?’라는 호기심이 생겨 아래층도 둘러보았습니다. 아래층은 신기하게 복도식으로 생겨 5개의 문이 있었습니다. 내가 살고 있는 이 단독주택 안에 반지하 2가구, 2층 1가구, 3층 5가구, 옥탑 2가구 해서 총 10가구가 산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학교근처다 보니 학생들이 많이 살고 있을 것 같았습니다. 개똥프로젝트를 진행한 배추 친구가 저에게 ‘사람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써보라는 제안을 해서 큰 맘 먹고 집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편지를 보냈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서진화이고, 이 집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궁금해서 편지를 띄우게 되었습니다. 집 구조를 그려주시면 제가 미니어처를 만들어 드릴게요. 좋은 친구가 되었으면 해요~” 하루가 지나고 설마 답장이 올까 설마 설마 했었는데 하나씩, 오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 옥탑에 사는 여자친구가, 그 다음에는 3층에 사는 외대졸업하신 분이 보내주셨습니다. 그리고 편지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 분들이 어떤 분인지 조금씩 알게 되었습니다. 여러 번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나는 여러 사람들을 알고 있지만 다른 분들은 서로 잘 모르실 것 같아 조촐하게 저희 집에서 모임을 가졌었습니다. 치킨을 맛있게 먹으면서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여름에 옥탑 삼겹살파티를 기약하며 옥탑에는 고양이를 좋아하는 영어강사 지용씨와 모던시크쿨가이 외대스페인어과 학생 상철씨, 3층에는 고등학교영어선생님인 현용씨, 그리고 스웨덴어과 재학중인 두현씨를 알게되는 소중한 자리였습니다.




 

지난 주에 동대문노인종합복지관에서 서울문화재단 TA 연극, 애니메이션, 음악 선생님 4분이 함께 모여 어르신과 어린이들 대상으로 ‘살아있는 그림책 만들기’수업을 진행했습니다. 옛날 물건을 가지고 아이들은 그것을 어떻게 사용했을지 상상하고, 어르신들은 아이들에게 경험담을 들려주면서 서로간의 소통을 이끌어 내는 수업이었습니다. 처음 만난 어르신과 어린이가 놀이로 친해진 후 서로간의 다양한 생각들을 듣고 표현해보면서 마지막에는 이 모든 활동들이 그림책으로 나왔습니다. 수업 후 소감을 나누면서 밤팀, 갈치팀, 사과팀, 떡볶이팀 모두 어르신과 어린이가 친 조손가족처럼 친밀감이 형성된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경희대, 외대, 한예종이 함께 있는 3거리, 동양화가 집주인 할머니, 골목에 옹기종기 모여계시는 상인할머니분들, 큰공터옆 만복탕(목욕탕), 한예종 미술전공 서태경 작업실, 배추+해리 목욕탕작업실, 스페이스집 갤러리, 송파산대놀이 인간문화재 김학석선생님, 동대문구청에 장애인대상 연극수업진행하시는 정진영선생님, 레미안2차에 사시는 새색시 연극예술강사 정승원선생님, 애니메이션 예술강사 서진화(나), 백수약국2층 작업실쓰시는 연극원 분, <띠띠리부 만딩이>애니메이션 홍학순 감독님, 외대졸업후 한예종에서 미술이론 공부하시는 대학원생 김은신씨, 외대 졸업하시고 고등학교에서 영어선생님으로 계시는 손현용씨, 스페인어과 모던시크쿨가이 박상철 친구, 스웨덴어과 조두현 친구, 경희대치대 졸업하시고 경희의료원에 계시는 영호씨, 외대 국제교류대학원생 김현주씨, 친절한 써브부동산 아주머니, 80년대 성우목소리주인공 감동튀김 아주머니, 아기 키우시는 지호어머니, 바다어머니, 저녁마다 구수한 청국장을 끓이시는 골목야채가게 할머니, 무뚝뚝하면서도 잘 얘기해주시는 채소가게 할머니, 미소가 아름다우신 건어물가게 할머니, 조용히 말없이 인사해주시는 참기름가게 할머니,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시는 고춧가루 할머니, 30년 동안 세탁소를 운영하신 할아버지, 쌀맛나는 가게 주인아저씨와 아주머니 그리고 아이들, 경희중학교 다니는 재현이와 어머니

 

제가 이문동에 지내면서 만난 사람들, 한 살 아기부터 어르신들까지 다양한 세대들이 계세요. 이 분들이 좀 더 살맛나고 정감 있는 나의 동네를 기억할 수 있도록 해드리고 싶습니다.

1. 송파산대놀이 전수자이신 김학석 선생님은 외대 앞 문화의 거리를 조성하셔서 매달 공연을 주최하시고 계세요. 지금은 어르신들 대상에 맞는 공연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연극, 미술, 음악전공 친구들의 의견을 수렴해 이문동의 좀 더 다양한 세대들을 아우르는 멋진 공연을 만들 수 있어요. (거리공연)

2. 골목 안 비어있는 가게 공간을 스튜디오로 사용하면서 아이들, 중학생, 고등학생, 어르신들 대상으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표현하는 연극, 애니메이션을 만들어요. 그런 후 연극발표회와 상영회를 외대 앞 문화의 거리에서 공연을 할 수 있어요.(예술교육)

3. 내가 사는 동네가 언제 사라질지 모르지만 그 지리적 구조를 상기하면서 작은 우리 동네 미니어처를 완성해요. (전시)

4. 어르신과 어린이가 함께 옛날물건으로 다양한 소통을 나누는‘살아있는 그림책 만들기’를 진행해요. (대상간의 소통)




생활문화공동체는 21세기 우리사회 새 마음, 새 문화운동으로 지역주민들이 문화예술 활동을 통해 읍면동 단위에서 함께 만나고, 교류하며 지역 고유의 특색에 맞는 공동체 형성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청이 주관하고 있습니다.

농산어촌, 임대아파트 단지 등 문화소외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자생적인 문화예술 활동 및 문화공동체 조성을 위한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주민들의 삶의 이야기가 한 편의 영화 혹은 공연이 되어 내가 주인공이 될 수 있고, 우리 동네가 무대가 되는 프로그램, 이웃들이 사랑방에 모여 시를 만들고 낭독하며 삶을 풍요롭게 하는 프로그램 등이 진행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