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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의 즐거운만남] 다섯 개의 시선 "영상+퍼포먼스+이미지움직임" 프로젝트


[장애인창작 및 표현활동지원]


다섯 개의 시선 "영상+퍼포먼스+이미지움직임" 프로젝트

걷다 보다 먹다 말하다 느끼다 표현하다
  

                                                                                                                               -노유리(노들야학 교사)


11월 15일 늦은 7시, 평소 해오던 수업 대신 ‘다섯 개의 시선’팀이 공연을 한다기에 설레는 마음으로 야학에 올라갔다. 노들야학에서 교사로 활동하고 있는 나는 시험에 나오는 주요과목을 가르치고 있지만 예술적이고 문화적인 경험이 학생분들에게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해 오던 터라 이 공연이 참 반가웠다.  

 
공연이 시작되고 교실에 들어서자 친숙했던 풍경이 완전히 새롭게 변화해 있었다. 벽을 둘러싼 반사필름(?)과 조명들이 시작부터 ‘새롭다’는 기대감을 품게 했고 호기심을 끌어내 극에 몰입할 수 있도록 했다.
 

  

사이버틱하고 몽환스러운 분위기에서 등장한 배우들은 모두 흰옷에 비닐을 쓰고 있었다. 이것 또한 무대장치처럼 새로웠다! 그들은 커다란 비닐을 쓰고 관객에게 말을 거는 것이 아니라 비닐 안에서 혼자 노는 듯 했다. 마치 엄마 뱃속의 태아처럼... 아무도 신경쓰지 않은채... 그들은 자유롭고 독단적인 느낌이었으며 평온했다. 비닐 속에서 과감하게 걷고 보고 먹는 행위를 연기하는 배우들은 진지하게 각자의 본래 표현에 충실했으며 무대에서 표현되는 원초적인 욕구들과 행위들은 뒤에 비춰지는  
 

영상들과 더해져서 더욱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장애로 인해 뒤뚱뒤뚱 걷는 장면, 휠체어를 타고 보는 비장애인과 다른 높이의 시선들, 먹는 장면을 클로즈업해서 입만 보이게 하는 영상들이 장애를 가진 배우들이 본래 가진 그대로를 더욱 사실적으로 표현해주었다. 걷는다는 것, 본다는 것, 먹는다는 것은 일상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표출되는 행위들인데 다수의 사람들과 조금 다른 방식이라는 것 때문에 움츠러들고 두려움에 사로잡히게 되는 모습들도 공연 중간 중간 비춰지면서 안타까움이 느껴졌다.  

 

네 번째 ‘말하다’는 테마로 넘어가면서부터는 관객들과의 소통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배우들은 뭔가를 말하고 비닐을 걷어내려고 몸부림 쳤다. 몸부림치는 퍼포먼스, 세상과의 소통을 시작한 것이었다. 그 과정에서 혼돈과 분노 좌절과 슬픔 흐느낌까지 모조리 쏟아졌다. 나는 배우들이 자기 자신과 진정으로 교감하면서 연기한다는 것, 아니 연기가 아니라 진짜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여태까지 내 옆에서 같이 공부하던 언니가 낯설게 보이는 순간이었지만, 자신을 속박하고 있던 모든 것들을 쏟아내면서 한결 편안해 보이는 얼굴이기도 했다. 이 연극을 준비하는 과정들 속에서 자기를 보려고 부단히 노력했기에 실제 무대에서도 몰입이 가능했던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진지함과 열정에 감정이 울컥했다. 그렇게 배우들은 자기의 껍질인 비닐을 벗고 표현하고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연극은 그렇게 조용하고 평온하게 자신을 찾아 끝이 났다.  

  
 

여태껏 내가 보았던 장애인 극단의 무대에는 스토리가 있고 대사가 있고 관객에게 직접적으로 배달해주려는 메시지가 있었다. 딱히 관객이 따로 해석할 여지가 별로 없는 명쾌한 연극. 그래서 편한 연극. 이런 종류의 연극을 봐오던 나와 학생분들이나 모두 이번 연극은 편하지 않았다. 어려웠다. 그래서인지 연극이 끝난 뒤 이양미 선생님께서는 학생분들이 궁금해 하는 부분에 대해서 매우 친절하게 설명해주셨다. 그리고 마지막에 ‘그냥 느끼세요!!!’ 라는 말씀도 곁들여주셨다.  

 
 

그래도 우리들은 뭐가 뭔지 어리둥절하고. 보는 내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무엇보다 새롭고 충격적이었다.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혼란스럽고 불분명한 생각과 감정들이라 어려웠다. 그러나 이 연극을 본 모두들에게는 배우들이 절규하다가 비닐을 찢고 나올 때의 가슴 찡함이 남아있을 것이고 자기안의 그런 감정과 만나게 되었다면 그 하나로 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장애가 있는 우리의 몸을 들여다보고 사랑하고 우리 안의 감정들을 평소와 다른 모습으로 해방시키고 표현해보는 시간들이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 이런 시간들이 가능했던 것은 복권 수익금 중 일부가 새로운 소통과 시도들을 위해 쓰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들었다. 앞으로도 문화 예술에 소외된 계층에게 새롭고 즐거운 경험을 나눌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주었으면 하고, 이런 좋은 기획이 실행될 수 있게 함께한 분들께도 고맙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