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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의 감동/문화나눔 톡!톡!

[예술과의 즐거운 만남] 우리 세가족의 가을 나들이



[사랑티켓]



                   우리 세가족의 가을 나들이


                                                                                                                        - 이숙현 (경기도 화성시) 
 


2010년 가을 바람이 솔솔 불어오기 시작하는 9월 우리 부부는 '대구국제오페라축제'에 가기 위해서 준비를 시작했다. 작년에 투란도트를 본 후 '우리 내년에도 참석 할 수 있으면 꼭 하자' 하며 나름 가을이벤트를 하나 마련했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올 9월부터 오페라 축제 홈페이지를 열심히 다녀가며 프로그램 일정이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러다가 발견한 프로그램 일정표. 우리 부부는 대구에 사는 게 아니기에 우선 주말 프로그램이어야 하고 시간은 너무 늦은 시간이 아닌 오후 것이어야 하는 등 선택의 폭은 좁았지만 다행히도 주말에 좋은 공연이 있었기에 조금의 아쉬움도 없었다. 

  

 그렇게 해서 우린 '세빌리아의 이발사'를 선택했다. 오페라의 오자도 제대로 모르는 나는 세빌리아의 이발사가 어떤 오페라인지 전혀 몰랐다. 한두 번쯤 이름은 들어본 것 같기도 했지만.. 이제 예매를 하면 되는데 갑자기 눈에 확 들어오는 것이 팝업창. 50% 할인 이벤트가 아닌가.. 20대 초반에 직장 생활을 처음 시작할 때쯤에 나도 소위 얘기하는 '도시여성'처럼 문화생활을 즐기는 여성이 되리라 하며 문화생활 혜택이 많은 카드를 하나 구입한적이 있었다. 헌데 직장 생활을 하다 보니 도시여성은커녕 하루하루가 시간에 쫒겨 사는 평범한 직장인일 뿐이었다. 가끔 주말에 친구들과 영화를 볼 수 있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했었다. 연극, 뮤지컬 등 공연 문화생활은 꿈도 꿔보지 못했다. 그러다가 사랑티켓에서 할인 이벤트를 한다는 내용을 다시 한번 꼼꼼히 읽어보고 이벤트 한다고 하는 날 바쁜 월요일임에도 불구하고 반휴를 내어서 정각 3시에 사랑티켓에서 가장 좋은 자리로 예매를 했다. 좋은 공연을 보는 것 자체 만으로도 참 좋은 일이지만 될 수 있으면 좋은 자리에서 보고 싶었다. 오페라를 비롯한 다른 공연들을 볼 때도 좋은 자리는 워낙 비싸서 저 멀리서 봐야 했는데 언젠간 나도 저기 저 가운데 앉아서 봐야지 했었는데 이번에 좋은 기회가 생김으로 해서 나도 정중앙 가장 좋은 자리에 앉아 보게 되었다. 반휴를 낸 것이 전혀 아깝지 않은 잘 한 일이 었다. 
 

그렇게 표를 예매하고 나니 이젠 가는 방법이 문제였다. 경기도 화성에서 대구까지 가는 게 결코 만만치는 않았다. 뱃속에 9개월된 아기가 있었는데 어떻게 가야 가장 현명한 방법인지 도무지 알 수 가없었다. 버스로 가자니 오랫동안 가만히 앉아 있어야 하는 게 힘들 것 같았고 차를 가져가자니 주말 낮에 교통으로 인해 제 시간에 맞춰갈 자신이 없었고 기차로 가자니 불편하고 비쌀 것 같아서 고민고민을 하다가 하루 전날에 버스로 가는 걸로 결론을 지었다. 


드디어 당일 아침. 일찍 일어나 임신 막달 검사를 위해 산부인과로 가서 이것저것 검사하고 바로 수원터미널로 향했다. 아침 일찍부터 서둘렀는데도 버스 시간에 맞춰 11시까지 가는데도 참 바빴다. 막달 검사를 위해 금식을 하고 버스를 못 타면 어떻게 하지 하는 불안감에 신경이 예민해진 나를 위해 남편이 햄버거 하나를 사줘 그걸 들고 버스로 올랐다. 대구가 어딘지는 잘 몰랐지만 그래도 먼 것 만은 알았는데 이렇게 멀 줄이야.. 버스에서 햄버거 먹고, 책 읽고, 자다가 휴게소에 내려서 운동 좀 하고 또 자고 수다도 떨고 했는데 아직도 고속도로 위. 그렇게 가고 있으니 점점 몸이 배배 꼬이는 것 같았다. 너무 오래 같은 자세로 앉아 있어서 그런지 다리가 코끼리처럼 붓기 시작했을 때 대구 톨게이트가 보이기 시작했다. 버스에서 내리니 하늘은 가을 하늘 답게 푸르고 구름은 하얗고 바람은 시원했다. 내가 언제 짜증이 나려 했던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런 감상도 잠시 공연 시간을 위해 택시를 타고 오페라 하우스로 고고.. 
 

인터넷으로 예매한 표를 받는데 뜻밖의 선물도 받았다. 여권 케이스였는데 선물이라는 게 지금 간절히 필요한 게 아니더라도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서 받게 되면 그 감격이 두배가 되는 것 같은 느낌. 그런 느낌을 받으니 기분이 참 좋았다. 표랑 선물이랑 받고 돌아서려는 순간 '사진 찍어드릴까요?' 라는 말에 둘이 동시에 돌아보고 '네' 라고 말하고 둘이 다정히 포즈를 취했다. 폴라로이드 사진 2장을 받아 들고 우리는 오길 참 잘했다고 생각했다. 좋은 선물도 받고 사진도 받고..^^ 드디어 불이 꺼지고 공연이 시작되었다. 이 공연을 선택했을 때는 잘 몰랐다. 도입부에 나오는 음악이 이 음악인줄은.. 예전에 광고 음악으로 들은 적이 있었는데 그 음악이 이것인 줄은 몰랐던 것이다. 처음부터 아는 음악이 나와서 그런지 시작부터 왠지 재미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 예감은 역시 맞아 떨어졌다.  

 

'피가로~ 피가로~'하며 노래를 부르는데 잘하고 재미있었다. 내가 좀더 많은 오페라의 지식을 가지고 있다면 좀더 풍부한 표현을 할수 있을텐데 그렇지 못한 게 좀 아쉬울 정도였다. 나오는 캐릭터들이 어찌나 유쾌하던지. 주인공 피가로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생동감 있게 연기를 하는데 누군가 제일 잘하는 사람 꼽으라고 한다면 그건 참 힘들 것 같았다. 

 

시간이 조금 지난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근데 기억이 나는 캐릭터는 2명이 있다. 한명은 주인공 피가로이고 다른 하나는 양아버지 바르톨로였다. 피가로역을 연기한 사람은 여호와라는 외국 배우였는데 공연을 볼 때까지 우리나라 사람인줄 알고 보았고 나중에 집에 가서 인터넷으로 저 사람 누군지 찾아봐야지 했는데 외국배우여서 인터넷에 자료는 전혀 없었다. 시원하게 노래하고 거침없이 연기하는 게 와~~ 대단해 라는 말 밖에 할 수 없었다. 캐릭터 자체가 유쾌하고 거침없는 사람이어서 그렇게 보였겠지만 임기응변에 강하고 지략을 제대로 쓸 수 있는 얄밉지만 미워할수는 없는 사람. 

 
그리고 또 한명 기억나는 캐릭터 바르톨로. 그는 여주인공 로지나의 양아버지인데 처음에는 뭐 저런 사람이 있나 했는데 보면 볼수록 미워할 수 없는 재미있는 캐릭터라는 것을 알았다. 엉거주춤하게 걷는 모습하며 정말 노인이 노래하는 것처럼 연기를 하는데 '하하하'를 연발하게 만들었다. 이렇게 재미있는 공연이어서 그런지 뱃속에 있는 우리 아가도 연신 즐거워 하는 것 같았다. 남편 손과 내 손을 배에 얻고 아가의 태동을 느끼면서 우리도 오늘 공연을 온 것에 뿌듯함을 느끼고 있었다.
 

  

 뱃속에서 우리 아가는 신나고 즐거운 음악이 나오면 같이 춤을 추는지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고 웃긴 내용이 나오면 우리와 같이 박수치는 것 같았다. 그렇게 열심히 셋이서 연신 박수를 쳐가면서 공연은 끝이 났다. 둘만의 마지막 여행이라며 무리하며 왔는데 우리가족 세명의 첫 오페라 공연 나들이었던 것 같았다. 공연이 끝나고 공연장을 빠져나오며 우리 부부는 '오길 참 잘했다'는 말을 연발하며 포스터 앞에서 기념사진 한 장을 찍었다. 정말 완벽한 하루였다. 아이를 출산 하기전의 여행이었는데 버스에서는 조용히 있어줬고 공연 내내 즐거워 움직여 줬으니 말이다. 지금은 아기를 출산해 당분간은 이런 공연을 또 보기에는 힘들겠지만 아이가 좀더 자라서 우리가족이 손을 잡고 나갈 수 있을 때 그때도 이런 좋은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다. 여행이나 공연을 보게 되
 
면 가장 큰 문제는 뭐니 뭐니 해도 금전적이 부분인데 사랑티켓에서 좋은 공연을 저렴하게 보게 해줘서 대구까지 가는 교통비가 약간 비쌌지만 그래도 괜찮았는데 이제 아기까지 낳아서, 돈이 들어갈 때는 더 많고 시간은 없어질 것이고 할 텐데..  
 

그때도 이렇게 할인이벤트가 있으면 좀더 쉽게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하기 위해 우리 남편이 매주마다 사는 복권을 계속 구입하라고 부추겨야 하는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