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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의 감동/문화나눔 톡!톡!

[문화나눔 톡톡] 전국청소년시낭송축제 관련 좌담


[문학나눔]


                   전국청소년시낭송축제 관련 좌담
                청소년들이여, 멋대로 맘대로 시와 놀아라!
                있는 창의력이 샘솟을 것이다.

 

좌담참석자   정우영 (시인, 한국도서관협회 문학나눔사업추진반장), 박성우 (시인)
                   최은숙 (휘경여중 교사), 김별 (시인, 고려대 휴학중)
  
 

 

 

정우영 : 안녕하세요? 오늘 전국청소년시낭송축제(
http://nangsong.munjang.or.kr) 관련 좌담 사회를 맡은 정우영입니다. 그 동안 잘 지내셨지요? 박성우 선생님은 청소년들 호출로 전국을 휘돌아 다니셨는데 여독이 좀 풀리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최 선생님께서도 별일 없으시지요? 시낭송축제 때 뵙고 학생들과의 유대감이 참 좋으시구나 하고 느꼈는데... 그리고 이제 막 시인이 되신 김별 시인 모셨습니다. 젊은 눈으로 우리 좌담을 좀 가볍게 만들어 주시길 바랍니다. 
자, 시낭송 축제 좌담자로 모였으니 우선 시낭송 축제에 대한 소감이랄까? 이런 것을 하나씩 짚어보기로 하지요. 시낭송 축제를 직접 진행했던 최은숙 선생님 어땠습니까? 
 
최은숙 : 저희 학교는 연 1-2회 시낭송회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교장, 교감 선생님은 물론 학교의 많은 선생님들께서 시낭송회나 시인 초대 행사에 관심을 가져주시고 아이들도 적극적으로 즐겁게 참여합니다. 
저희가 해오던 시낭송회가 바로 멋대로, 맛대로, 맘대로 시를 춤으로 랩으로 표현하는 거였는데요. 이번에 이 전국 청소년 시낭송 축제 행사를 보고 일단 많이 놀랐습니다. 우와, 바로 우리가 해오던 것들이 이렇게 축제로 크게 열리고 있었구나 하고요. 지도교사인 제 입장에서는 무척이나 반가운 만남이었다고나 할까요? 같은 마음의 든든한 동지를 만난 것 같아 좋았고요. 여러 크고 작은 지원도 감사했지만 우리들의 축제가 전국구로 중계되는 것 같은 뿌듯함 같은 것들이 있었습니다. 저희 학교는 1학기에 이현승, 신용목 시인과 함께 하는 시낭송회가 있었어요. 그래서 이번 시낭송회는 ‘대회’ 형식을 취했습니다. 24개 팀이 예선에 참가했고 본선 무대에 14팀이 올랐습니다. 아이들이 시로 노래하고 랩하는 것은 이전에도 보았지만 작곡까지 하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어서 보는 저도 많이 신기했답니다.
 
박성우 : 그럼 아이들은 얼마나 오랫동안 준비과정을 거치나요?
 
최은숙 : 아무래도 선생님 말씀대로 ‘준비과정’이라는 게 필요할 텐데요. 저희 학교는 평소 수업에서 아이들이 연극이든 노래든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주는 편입니다. 중학생들은 ‘시’에 대한 두려움과 거부감이 있습니다. 동시와 시의 경계에서 ‘어떻게 읽어야 하나, 어렵다 어려워’ 싶어 일단 도망가고 싶어 하죠. 저는 그래서 어느 연령대보다 중학생, 그 중에서도 중1학생들에게 시를 어떻게 가르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의 ‘시와의 평생 만남’을 제가 결정할 수 있다는 책임감을 느끼는 거죠. 수업시간에 긴 시든 짧은 시든 오래된 시든 최근 시든 읽어줍니다. 그런데 이 아이들은 어려보이지만 이 시들을 더 깊이 받아들이고 이해합니다. 처음에는 노래처럼 시작한 시가 아이들의 감수성을 자극하는 거죠. 실제로 아이들이 써오는 시들을 보면 순식간에 변화하고 발전합니다. 뿌듯한 일들이죠. 새로 바뀐 교과서에는 시를 노래로 랩으로 표현하도록 단원 활동이 설정되어 있습니다. 시가 좀 더 아이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거죠. 그래서인지 이번 대회도 20여개 팀이 지원하여 예심을 치렀습니다.
 
박성우 : 그럼 선생님께서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는 말씀인가요?
 
최은숙 : 그런 저희 학교 분위기나 수업 방식이 그래서인지 아이들이 경쟁적으로 참여를 합니다. 10월 본선 2주 전쯤 공지를 했고, 일 주 전쯤 이틀 동안 학년별 예심을 보았습니다. 예심 때 아이들의 자작시라든지 보여주는 내용들에 대해 코멘트를 해주었고요. 몇 몇 개인적으로 찾아오는 팀들은 시를 더 봐주었지만 일단 아이들이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음을 강조했습니다. 파워포인트든 안무든 음악이든, 저도 매년 깜짝깜짝 놀라는 건 아이들의 태도나 열정, 보여주는 내용의 수준이 상상 이상이라는 거예요. 기간을 따져보자면 한 달 정도 시간이 걸렸지만 서너 번 정도 모여서 함께 이야기하고 준비한 것 같아요.
 
정우영 : 중요한 건, 휘경여중 같은 경우엔 수업시간에 기본적으로 시 읽기 분위기가 조성된다는 거잖아요?
 
최은숙 : 그게 아니라면 아이들이 그렇게 참여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어렵고 두렵다 생각해서요. 
 
박성우 : 그런 경우도 있지만, 자발적인 경우도 꽤 있는 것 같아요. 부산에 있는 어떤 고등학교 시 행사에 강연을 간 적이 있는데, 좀 일찍 도착했죠.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점은 학생들이 앞쪽의 좋은 자리를 잡으려고 한두 시간 전부터 가방을 막 갖다놓는 거예요. 알고 보니까. 1학기 때 웅비 인문학교실이란 것을 5일정도 한 적이 있는 모양인데, 그때 인문학에 대한 맛을 본 거죠. 그러니까 이제는 아이들이 인문학이나 문학관련 행사를 하면, “뭔가 새로운 것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라고 깨달은 거예요. 경험의 문제죠. 그러니까 사소하지만 맛을 보느냐 안 보느냐가 매우 중요한 것 같아요.
 
정우영 : 실제로 오랫동안 학교에서 시 수업을 하고는 있지만, 아이들에게 시가 가지고 있는 깊은 맛을 잘 안겨주지 못하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아무래도 선입견으로 시를 만나게 되는 거죠. 당연히 시는 재미없다는 생각을 벗어버리기 쉽지 않죠. 우리가 시낭송 선전 문구를 ‘멋대로, 맛대로, 맘대로’라고 걸었는데 선생님들은 굉장히 공감하시더라고요. 적합하다고요. 특히 젊은 선생님들의 동감은 우리에게 큰 힘이 되었습니다.
 
최은숙 : 현장에 있는 선생님들은 “오, 이런 게 있었어?" 라고 생각을 할 거예요. 또 “시를 가지고 꼭 이렇게 해도 되나?” 하는 사람도 있을 거고요. 그리고 교과목이 국어가 아닌 경우엔 더더욱 ‘시’는 어려운 그들만의 장르라고 보는 경향이 강한 것 같고요. 저희 학교 선생님들 중에는 올해 시인 초청한 행사를 보시고 자신의 학창시절 교직 생활 통틀어 시라는 게 이런 것인 줄, 그 맛을 처음 알았다고 좋아하시는 분도 계셨어요. 그래서 이런 행사나 아이디어들이 많이 홍보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정우영 : 자성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이렇게 열심히들 준비하시고 진행하시는데 상대적으로 우리 홍보가 너무 부족한 것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면 지금은 휴학 중이지만 시인이 이미 되어버린 김 별 씨. 학교 다닐 때 본인이 배웠던 시 수업이라든지 학교에서 시를 바라본 학교 선생님들의 시선이라든지 하고 전국시낭송축제 간에 차이가 좀 있지 않을까 하는데 어때요, 김 별 시인? 시인이라고 해야 하나, 학생이라고 해야 하나?
 
김별 : 휴학생이라고 하셔야……(웃음)
 
정우영 : 그럼 휴학생 김 별 씨, 한 말씀.(웃음)
 
김별 : 학교 수업내용이란 게 사실 선생님들이 방향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서 많이 달라질 수 있는 것 같아요. 학교 문학시간에 이루어지는 수업은 시분석이나 수험준비에 맞춰질 때가 대부분이고, 깊이 있게 지도하시기는 어렵죠. 그건 사실 학생들도 그런 제대로 된 수업을 원하는 모습을 잘 보여주지 않기 때문이기도 해요. 당장 성적이 나와야 되는 거라고 학생들은 생각하고, 선생님들도 그렇게 생각을 하시고요. 1회 행사 때 제가 콘서트를 보러 갔었는데요, 시 낭송회라고 하면 기본적으로 생각하는 틀이 있잖아요. 저도 시 낭송회를 그렇게 생각했었구요. 물론 이번 행사의 가장 큰 취지는 학생들에게 시 읽기의 즐거움을 알게 해주는 것이지만 일단 저는 구경하러 왔으니까, (웃음) 구경꾼 입장에서 말씀드리자면, 여기는 학생 낭송회니까 학생들만이 보여줄 수 있는 낭송의 특별한 점이라든가, 장점, 힘 같은 것을 보고 싶었던 것이죠. 그 당시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평범한 시낭송 비중이 더 높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기존의 틀을 많이 깨는 느낌을 받았죠. 물론 독창적으로 한다는 것은 생각을 바꾸면 누구라도 할 수 있는 것이지만 학생들은 왠지 그게 당연하다는 듯이, 그러니까 틀을 벗어나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는 듯 행동하는 게 학생들만의 장점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정우영 : 올해에는 어떤 것 같아요?
 
김별 : 특히 올해는 더욱 그런 모습들이 많았는데 제가 이번에 감상한 청소년 UCC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게요, 고려가요의 (가시리)를 주제로 했는데, 이 UCC엔 낭송부분이 없어요. 남학생들 몇 명이 등장해서 자기네들끼리 때리기도 하고 욕도 하고, 공 가지고 놀고, 그걸 찍고, 그냥 자기들이 일상적으로 노는 모습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그게 전부예요. 그래놓고 밑에 달아 놓은 설명을 ‘좀비 같은 모습을 보였다’고 해 둔 거예요. 사실 그것을 어떻게 보면 지나치게 코믹하다거나 무성의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저는 오히려 그런 것이 학생들만이 보여줄 수 있는 대담한 에너지라고 생각해요. 저 역시 얼마 전까지 학생이었지만 그 학생들과 달리 저는 그런 에너지를 누리지 못했죠. 저는 그 차이가 선생님들이 생각하는 방향의 차이라고 봐요. 학생들이나 학교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지만 그래도 역시 제일 중요한 것은 선생님들의 생각이겠죠. 선생님이 얼마나 이끌어 내느냐에 따라서 학생들은 달라지는 것 같거든요. 
 

최은숙 : 마음이 있어도 현장에서는 하지 못하는 게 많습니다. 
 
김별 : 네, 저도 압니다. 선생님들의 역할이란 게 되게 힘든 거잖아요.
 
정우영 : 저는 얼마 전 울산에서 감동적인 경험을 했습니다. 울산에 있는 ㅎ고등학교에서였는데요, 선생님 한 분이 학교를 시의 에너지로 꽉 채워놓으셨더군요. “공부와 성적만이 전부가 아니다. 시적 감성의 공유가 사람을 만든다”고 생각하고 시낭송축제를 추진한 거예요.  
그런데 그 학교 학생들이 만들어 놓은 UCC는 우리가 생각하는 차원을 넘어서는 것이었어요. 시의 내용은 특별한 게 없지만 아이들의 낭송과 랩과 연기는 참 뛰어나더라고요. 시를 랩과 리듬과 연기로 소화하는 게 아마추어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걔들이 고등학교 1학년입니다. 그래서 난 높은 점수를 줬는데 함께 간 박성우 시인은 좀 곤혹스러워하고 있더라고요.
 
박성우 : 옆에서 보니 그 팀에게 정우영 선생님이 최고점을 주시더라구요, 그래서 저도 줬죠 뭐.(웃음) 선생님 한 분의 자발적 지도가 참 좋은 결과를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선생님 말씀을 굉장히 잘 들은 것 같아요. 반 아이들이 거의 다 UCC에 나오거든요. 저는 그 모습이 제일 좋았어요. 문학이 근본적으로 해야 할 일을 그 시낭송 축제가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었거든요. 경쟁 구도에 놓은 친구들이 아니라, 함께 뭔가를 만들어 가고 부대끼며 관계로 나아가는 과정. 아, 이 녀석들 이렇게 크면 감수성이나 창의력 부분이 월등해지겠구나 싶었습니다. 
 
최은숙 : 그럼 결국은 그게 교육이네요. 선생님들이 해가 바뀔수록 깜짝깜짝 놀라는 게 바로 아이들 표현력이에요. 요샌 과학과목에서도 수행평가로 아이들이 UCC를 찍는데요. 예상치 못한 것들, 다채로운 아이디어와 기술들이 나오더라고요. 학교들도 교육 내용도 많이 변화하고 있어요. 교과서도 변하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이것이 교육계의 새로운 과도기일 수도 있겠네요. 음악이든 영상이든 아이들이 기계를 이용해서 새로운 창의성을 발현해내고 배우고 익히는 것. 김별 시인은 중고등학교 때 창의성을 발현할 만한 계기가 있었나요? 특히 시에 대한.
 
김별 : 사실 저는 그럴 만한 계기가 별로 없었어요. 그래도 저는 다행스럽게 한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그 선생님은 무조건 시를 가르치는 게 아니었습니다. 수업시간에 이비에스(EBS)에서 하던 (문화사 시리즈)라고, 그걸 틀어주시곤 했는데, 시에 대해서만 알려주신 게 아니라 시인들에 대해서도 보여주신 거지요. 시를 좋게 생각하게끔 만들고, 당시의 낭만성을 아울러 매력으로 느낄 수 있게 하신 거지요. 전 거기서 좋아하는 시인을 찾게 됐고, 더불어 시와, 시인과 그 당시를 동경하게 되는 마음도 생겼습니다. 

최은숙
: 어떤 시인을 좋아하셨어요?

 
김별 : 그때 좋아한 시인이 김수영이었어요.
 
박성우 : 그때 그게 드라마 (명동백작)이었나요?
 
정우영 : (명동백작), 마로니에 공원에서 찍었는데…….
 
김별 : 네, 맞습니다. 그 이후에 나온 시리즈도 (지금도 마로니에는)이라는 거였어요. 그래서 전 그걸 계기로 해서 자연스럽게 시를 쓰게 되었고요. 그게 고등학교 2학년 때였어요. 사실 저는 그 선생님이 기대한 영향을 받은 학생이 된 셈이지만, 더 많은 학생들이 그런 영향을 받으려면 좀 더 체계적인 움직임이 필요하죠.
 
정우영 : 그 선생님께 감사를 드려야겠는데요, 좋은 시인 하날 떡하니 만드셨으니. 선생님의 가르침은 이런 데서도 발현됩니다. "ㅎ"고 아이들이 뒤풀이 장소에서 그러더라고요. 이번 시낭송축제를 준비하면서 처음으로 친구들과 함께 어울려 고민을 나눌 수 있었다고. 아마 아이들은 이런 식으로 자기 고민을 공유하면서 우정을 더욱 돈독하게 가꿀 수 있었을 거예요.
 
최은숙 : "ㅎ"고에서는 한 반만 그렇게 어울렸어요?
 
정우영 : 아니요, 1, 2학년 전체가 아우러졌지요. 반대표는 뽑았다고 하지만. 그것도 문과계열 학생들이 아니라 이과 쪽이었어요. 그냥 시 발표하고, 읽고, 쓰고, 그랬는데 그런 시간이 참 좋았다는 거지요.
 
최은숙 : 수행평가도 아니고 그냥 그런 시간을 가진 건데요?
 
정우영 : 네.
 
박성우 : 행사자료집도 수제로 직접 만드셨더군요. 대신, 그 비용을 아껴서 아이들에게 읽힐 도서나 선물용 도서를 최대한 구입하셨더군요. 정말 대단한 애정과 정성이었죠. 
 
정우영 : 우리가 지원금을 너무 조금 드렸나 봐요. 이 선생님이 학교측에 요구해서 100만원을 더 받았다고 하더라구요. 그래도 아이들과 함께 준비하다 보니 예산이 모자라서 책자 같은 건 일일이 다 손으로 만들었다고 하는데, 참.
 
김별 : 몇 권이나 만들었어요?
 
정우영 : 200여 권 정도. 마치 우리 옛날에 등사하듯이 선생님이 프린트하고 복사해서 띠지로 붙여서 책을 만든 거예요. 또 걸어놓은 현수막도 이렇게 보니까 왠지 어설퍼요. 그래서 가까이 가서 봤더니 대형 프린트로 출력해서 종이 네 장을 이어 붙여 놓은 거였어요. 아니 왜 이렇게 힘들게 만들었어요? 물어봤더니 아이들과 같이 작업하는 게 너무 좋았다고 하더라고요. 현수막, 사실 그거 그냥 맡겨 버리면 그걸로 끝이지만 아이들과 함께 작업하면 추억이 켜켜이 쌓이는 거 아니겠어요? 이 학교의 학생들에게는 이런 과정이 하나하나 추억으로 남을 거 같아요. 이 아이들이 시인이 될지 안 될지는 모르겠으나 이 아이들의 감성 속에는 굉장한 싹이 하나 자리하고 있는 거죠. 저는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침내 우리가 이 행사를 추진하면서 바라던 그 어떤 것들이 학교에서 이뤄지고 있구나 하고. 뒤풀이에서 보니 이미 아이들에게서 사람과의 거리, 혹은 시와의 거리는 상당히 좁혀져 있었습니다. 박 선생님은 어떠셨어요?
 
박성우 : 전, 더 좋았던 게 담당 선생님이 저나 정우영 선생님은 신경도 안 쓴다는 거였어요. 오직 시낭송 축제와 아이들만 생각하는 것 같았어요. ‘너무 바쁘니까, 저쪽에 좀 있다가 오시라’, 이런 식으로 말씀하시고 그래요. 참 독특한 애정 표현이었지요. 그러니까 더 신뢰도 가고 오히려 애정을 느끼게 되었죠.
 
최은숙 : 정우영 선생님, 휘경여중은 재미없으셨어요?(웃음) 동시에서 시로 넘어오는 힘겨움을 극복하게 하는 데 올해 큰 도움을 준 것이 바로 박성우 시인의 ??난 빨강??이었습니다. 우리 학교 도서관에서 가장 많이 산 시집이고, 대출도 가장 많이 되는 시집이고요. 아이들이 선생님 초청했으면 좋겠다고 수업 때들 막 얘기해요. 다음에 꼭 우리 학교도 와주세요.(웃음) 
 
정우영 : 박 선생님, 안 가시고는 안 되겠는데요?(웃음)
 
박성우 : 그게 중요한 것 같아요. 초등학교 4학년 때까지 동시를 접하고 5학년이 되면 재미가 없는 거예요. 쉽게 말하면 유치하고 시시하고 다 착하고······. 사실은 청소년들이 안타까운 게 어떻게 보면, 학생으로 치면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3학년, 이 6년이 벙 뜨는 건데 이때는 시도 안 읽고 소설도 안 읽으면서 긴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사실 이 아이들이 중학교 1학년인 바로 그때, 시를 접할 때가 중요한데, 만날 밑줄 긋고, 동그라미 표시하고, 그거 꼭 빨간 펜으로 쳐야 돼요. 그 아이들에게 기성시인들의 시를 읽히긴 어렵고, 옛날 시를 보자면 어휘도 모르겠고, 또 현대시에서도 난해성의 문제들이 분명히 존재하잖아요. 청소년 시기에 접어든 아이들에게 배려를 꼼꼼히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요새 시 관련 서적이 엄청 나오는데 어느 출판사라고 할 것 없이 모두 입시와 연결을 시켜요. 그 자체가 아이들에게 거부감을 더 주면 더 주지 친근하게 하지는 않는다 싶어요. 멋있게 재미있게 시가 별거 아니라는 것을 아이들에게 알려줘야 하는데 청소년기에 들어서면서부터 끝날 때까지 그게 이루어지지가 않아요.
 
최은숙 : 선생님과 김별 시인의 말을 듣고 책임감을 느낍니다. 중1 수업 때 시를 어떻게 가르칠까가 제일 고민이 된답니다. 이 아이들이 사회인이 되고 난 다음엔 시를 어떻게 접하게 될까, 생각하면 안타깝지요. 최근에 아이들에게 읽어준 시가 이제니 시인의 시입니다. 아이들이 어려워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길다고 무조건 고개를 내젓는 것도 아니고요. 읽어주면 뭔가 느낌이 온다고 매력을 느낀다고 말합니다. 좋아하는 시를 골라보라고 하면 짧고 쉬운 것만 고르지는 않아요.
그러나 우리가 학교 다닐 때 배운 것처럼 우리 문학사의 주요 시인들의 시는 분명히 읽어주고 가르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시인의 쉬운 시부터. 저 어릴 땐 정지용 하면 ?유리창?부터 떠올랐는데 요새는 ?호수?부터 배우게 됩니다. 시를 통해 시대를 이해하고 문학사를 이해하고, 또 다양한 시들을 통해 감수성과 창의성을 자극받게 되는 거지요. 전 대학원에서 시를 전공해서 시가 좋지만 국어과만 해도 전공이 다 다르잖아요. 시 안 좋아하시는 분들은 또 “그래서 시를 어떻게 가르쳐야 하나요?” 라고 묻습니다. 박성우 선생님의 시집처럼 청소년을 위한 시가 계속 나온다면 아이들도 선생님들도 좀 더 친근하게 시를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시낭송 축제도 공문을 통해 학교들에게 더욱 폭넓게 알리는 것 또한 실질적인 면에서 중요한 일이겠고요.
 
정우영 : 홍보의 축을 바꿔야 할 것 같아요. 우리도 우리가 확보하는 정보 바깥에 퍼져나갈 수 있는 포인트를 찾아서 홍보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학창시절에 겪은 시련의 이야기도 나눴고, 시인이 바라보는 시 교육에 대한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아까 박성우 시인이 잠깐 언급했는데, 출판 현실을 좀더 살펴볼까요? 너무 현실에 치우쳐서 시집 출판을 하지 않나 싶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것만큼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싶은 게, 최근 한 출판사에서 내놓은 것과 같은 여러 시인들의 시를 함께 묶어놓은 시선집 발간입니다. 여러분 생각은 어떠신지? 
 
최은숙 :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시를 가름하기 때문에 싫어하시는 건가요?
 
정우영 : 음, 그게 뭐냐면, 시의 한 쪽면만 보게 해 버린다는 거지요. 그걸 토대로 해서 한 권의 시집을 보려고 하질 않아요. “아, 이제니 시 봤어. 딱 두 편. 좋더라.”로 끝나는 거예요. 물론 시선집만 봐도 좋을 수 있겠지만 그건 곤란하다고 봐요. 시집 한 권에 시가 5,60편 실리는데 거기에는 다양한 시선이 담겨 있습니다. 그러니 시를 모아 둔 책을 추천할 게 시집을 추천해야 하는 거죠. 시집 한 권은 그 자체로 유기체이니까요.
 
최은숙 : 물론 그러한 책들이 시를 더 깊이 있게 보지 못하게 할 수도 있겠지만, 시가 뭔지 어떻게 읽어야 할지 모르는 아이들에게는 시에 대한 친근감을 갖게 하는 좋은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아이들은 정말 그러한 책을 읽다가 자기 마음에 드는 시인이나 시가 있으면 그 시인의 책을 찾아서 보더라고요. 그런데 그런 계기조차 없다면 아이들이 그냥 시인의 시집을 선택하여 읽긴 어려울 것 같아요. 그러한 류의 책들을 통해 아이들이 시를 읽는 기준도 세우고 다른 사람의 시를 보는 다양한 생각도 배울 수 있지 않을까요?
 
김별 : 저는 일단 가장 좋은 시 읽기는 시집 읽기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얼마 전까지 고등학생이기도 했지만 고등학교에서 수업 이상의 문학교육을 받는 아이들은 시를 본격적으로 쓰려는 아이들뿐이에요. 그러나 시 쓰는 애들이 아니라도 시 읽기는 교육이 잘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나라의 문학교육은 일반적인 수업이 있고, 그리고 소수를 위한 시 쓰기 교육이 있을 뿐, 시를 읽는 교육이 따로 이루어지진 않거든요. 좋은 시들은 계속해서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시 읽기는 어떻게 보면 자기가 질리지 않고 끝없이 즐길 수 있는 취미를 얻게 해주는 건데, 그런 식의 교육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면 나중에 나이가 들어서야 비로소 시 읽기를 받아들이는 게 대부분인데, 주로 아까 말씀하신 시선집 종류를 많이 읽게 되죠. 그런데 그 이후에 시집을 골라서 더욱 안목을 높이기보다는 그냥 그 상태에 만족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어요. 그래서 학생들에게 시 읽기를 연습시키는 건 오래 걸리더라도 차근차근히 해야 할 것 같아요. 시집이 어렵다지만, 그래도 읽기 쉬운 것부터 점차적으로 읽어나가면 시 읽기가 어렵다는 인식도 사라질 거라고 봅니다.
 
최은숙 : 김별 시인 말이 맞아요. 시집부터 읽어야 하지요. 그런데 시집이 너무 많아요. 시인도 많구요. 저에게 시집을 추천해 달라고 하는, 시집 읽는 아이들은 정말 소수거든요. 좋은 시를 고르는 안목이 중요한데 그러기에 우리 아이들은 읽어야 할 것도 공부할 것도 너무 많아요.
 
정우영 : 창작자와 수용자의 경우가 다른 것 같아요. 창작하는 우리들 입장에선, 그 시인이 갖고 있는 굉장히 다채로운 시의 묘미 중에 극히 일부만 뽑아서 아이들에게 전달하는 것에 대해 선천적인 거부감 같은 게 있을 수 있어요.
 
박성우 : 그런데 그렇게라도 읽히는 자체가 고마운 일 같은데요?
 
최은숙 : 시를 전체적으로 보고 자기가 좋아하는 시를 골라야 할 것 같아요.
 
박성우 : 사실 시라는 것은 주관적인 것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저는 그렇게 해서 공감대 형성이 될 거라는 분명한 생각을 가지고 시를 가르치거나 아이들이랑 시를 함께 읽으려고 합니다. 그게 계기가 되어 시를 볼 수 있다면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고 보거든요. 사람이 경계를 허문다는 것은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의 벽을 깨고 들어가지 않느냐 하는 거죠. 정우영 선생님이 우려하시는 부분도 분명히 공감은 하는데 그렇게라도 시를 알리는 것 자체가 저는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여럿이서 함께 시를 읽어내고 그 부분을 또 같이 공유한다는 것은 참 고마운 일이라는 생각도 드는 거죠.
 
김별 : 물론 올바른 문제의식에서 나온 방법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그건 차선이라고 생각해요. 쉽지는 않겠지만, 학생들이 잘 계획된 시 교육을 차근차근 받아서 많은 학생들이 시집을 읽고, 즐길 수 있는 능력이 생기게 되면 시인들의 소득도 또 늘어나고(웃음), 그게 최선이라고 봅니다. 
 
정우영 : 진짜 어두운 현실은, 소설의 경우는 소설 선집이 잘 안 나오는데 시 선집은 나온다는 점입니다. 그만큼 최근에 시를 대하는 시적 현실이 어둡고 약해지고 관심의 정도가 멀어졌다고 보여집니다.
 
박성우 : 청소년기에 들어선 학생들이나 고3들한테 시를 읽으라고 하는 것 자체가 사실 말이 안 돼요. 우리 현실에서는. 저는 출판사에서 해야 할 일은 시의 맛을 알려주는 것이라고 봐요. 시의 맛만 알려주면 알아서 찾아 읽게 되는 거지요. 읽지 말라고 해도 다 찾아 읽을 거거든요. 그러면 문제는, 시의 맛을 처음에 어떻게 붙여 주느냐일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에는 윤동주의 「서시」가 마음을 정말 짠하게 했어요. 「서시」로 또 다른 시를 만난 것이지요. 그러니까 시의 맛을 알면 당연히 시를 보는 눈이 생기고 그렇게 된다면 소위 아이들이 말하는 논술, 논리, 창의력 이런 걸 강요하지 않아도 시를 통해서 배울 수 있다고 봐요. 시는 논리적이고, 창의적이고, 상상력의 산물에다가 경험까지 들어가 있습니다. 시를 축적하는 과정에서 저는 이런 모든 능력을 기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굳이 학업과 연결해서 할 필요는 없겠지만 창의적으로 봤을 땐 그 아이들이 문학, 국어, 이런 게 아니라도 여러 분야에서 차이 자체가 엄청 크게 나타날 것 같아요. 그 기본에는 시를 어떻게 해야 재밌고 맛있게(맘대로 멋대로) 먹을까 하는 궁리가 있습니다. 음식이 정말 맛있었으면 잊지 못하고 또 먹고 싶어지는 것처럼, 시의 맛을 익히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해요.
 
최은숙 : 맞아요. 그런데 문제는 도서관에 소설집과 시집이 있으면 아이들 손이 시집으로는 가지 않는다는 거지요. 시는 어렵다고 느끼는 거예요.
 
박성우 : 애들이 처음부터 잘못 접해서 그래요.
 
김별 : 슬픈 건, 이런 시 선집 같은 시도들이 계속 나온다는 것은 그만큼 시를 안 읽는다는 이야기라는 거죠.(웃음)
 
최은숙 : 아이들 입장에서는 한 사람의 시집을 뽑는 게 무서운 일이거든요. 학생들 눈높이에 맞는, 좋은 시를 보는 안목을 기를 수 있는 책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김별 : 아쉽게도 시를 그만큼 안 읽는다는 건 결국 시가 어렵다는 인식 때문인데, 학교의 선생님들만큼은 시가 어렵다고 생각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사실 처음부터 쉬운 건 없거든요. 무엇이든 처음에는 다 어렵고 낯선 법인데, 유독 시에 대해서만 무조건 어렵다고 느끼고 바로 속성과정을 택하는 것이 아쉬워요. 물론 그만큼 시교육의 현실을 걱정하는 선생님들의 문제의식에서 나온 것이겠지만……. 
 
최은숙 : 그 '선생님'들을 대표해서 한마디 하자면요.(웃음) 국어과 선생님들 모이는 자리에서 이런 시낭송회 얘기를 하면 무척들 놀라요. 7,80년대에 선생님들이 ‘문학의 밤’을 많이 진행하셨다고 들었는데 그동안에 그런 게 많이 없어진 것 같아요.
 
정우영 : 문예반이 다 사라졌더군요.
 
최은숙 : 네. 그리고 이 시대의 아이들은 입시를 준비하기 바쁘고요. 학교 현장에서는 어떻게 특별히 관심을 둘 여력이 없는 것도 문제고요. 폭넓은 방안이 필요해요.
 
박성우 : 저는 조금 다른 생각인데요, 애들에게 읽으라고 강요를 하면 맛을 아는 경우는 드물어요. 읽는 것과 함께 쓰는 것에 대한 공포감도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시뿐만 아니라 생활 글이든, 짧은 이야기 글이든, 일기 든요.
 
최은숙 : 맞아요. 애들한테 뭐 써오는 건 그냥 다 하기 싫은 숙제에요. 너무 싫어하죠.
 
박성우 : '쓰기에 대한 편견을 좀 깨라, 시가 어려운 게 아니다, 그리고 시가 세상을 완전히 바꿀 만큼 그리 대단한 것도 아니다, 여러분 안에 시가 있고 여러분이 시다'라는 얘길 해 주고 싶어요. 어렵지 않은 시를 읽으면서, 저는 생활 속 시 쓰기를 한다면 쉬울 것 같은데 일기보다 한 단계 높인 정도의 글쓰기를 평소에도 쓰게 한다면 시에 대한 경계가 허물어지지 않을까 해요. 기성 시인이 쓰는 것보다 자기가 쓴 게 더 마음에 들고 좋을 수도 있잖아요. 그런 과정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최은숙 : 선생님 말씀이 맞는 것 같은 게, 좋아하는 시인이 생기고 시를 쓰고 대회에 나가고 상도 타보고, 그러다 보면 글쓰기에 대한 나름의 매력을 찾아가더라고요.
 
박성우 : 제가 말하는 건 대회 때뿐만 아니라, 평소에 직접 써보고 그걸 예쁘게 꾸며보는 노트도 만들어보고 하는 거예요. 저도 청소년 시절에 시집이랍시고 노트로 두 권을 만들었었는데 아주 유치찬란하죠. 그게 아직도 남아 있어요. 그걸 태워야 하는데.(웃음) 그러면서 감수성도 키우고요. 그러니까 저는 뭐 대단한 글쓰기를 하자는 게 아니라 평소에 아무 때나 편하게, 시를 접하자는 거죠.
 
최은숙 : 맞아요, 저도 그게 늘 고민이라니까요.
 
박성우 : 그런데 아이들을 만나서 쓰는 걸 보고, 제가 몇 가지 얘기해 주면서 보면 아주 잘 써요.
 
최은숙 : 시간이 많으면 참 좋은데 말이에요.
 
정우영 : 시간이 없지요. 
 

최은숙 : 더불어 시를 봐줄 시간이 너무 없더라구요. 아마 이건 저뿐이 아니라 모든 선생님들의 고민일 텐데요. 하나하나 봐 주다 보면 신선한 게 좋은 게 너무 많은데. 저희 반은 노트에 매일의 느낌을 적으라고 시키는데요. 매일 하는 녀석은 드물죠. 너무나 바쁜 요즘 아이들에게는 매일 뭔가를 쓰라고 강요하기도 힘들어요. 
  
정우영 : 현장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적인 문제예요.
 
박성우 : 저도 생각해보니까 중학교 때 다독상을 받고 싶어서 일주일에 몇 개씩 쓰고 그랬어요. 무슨 말인지도 모르고 읽고 쓰고 했지요. 좋은 책은 뒤에 좀 요약이 되어 있는 책이고 아닌 책은 요약된 게 없잖아요? 안 되어 있는 책은 이걸 독서록에 쓸까 말까… 그렇지만 사실 이게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이걸 성적에 적용시키면 엄청난 부작용이 나올 것 같아요. 인터넷도 있고 숙제도 돈 받고 팔고 이러는데. 전문 과외단이 분명히 생겨날 거예요. 
 
김별 : 지금도 있습니다. 맞아요.
 
박성우 : 독서량은 엄청 늘어 있어요. 그런데 문제는 독서가 문제가 아니라 입시를 위한 독서일 뿐이지 그 이후에 이루어지는 독서는 사실상 없다는 거예요. 안타까웠던 게 작년에 청소년 시들을 읽으며 청소년들도 이렇게 월등히 수준이 높아졌구나 했거든요. 그런데 모의고사 시들만 뽑아서 읽게 되고, 입시만 생각하게 되고. 정확하게 수치화하려고 하는 게 문제예요.
 
최은숙 : 교육계와 관련해서 다행스러운 것들이 있다면요. 저희 학교 독서록을 제작하면서 여러 학교 것을 봤는데요. ‘책을 읽고 그 내용을 시로 쓰기’ 같은 것들이 많더라고요. 그런 노력들이 분명히 많다는 것이 중요하고요. 그리고 올해부터 선택으로 바뀐 국어 교과서가 있는데요. 저도 한 출판사의 집필자로 참여했는데, 평소 수업 때 쓰던 시관련 자료들, 이를테면 랩이라든지 놀이들을 교과서에 실어주려나 하면서 써봤는데 다 수용이 되었어요. 다른 교과서들도 더욱 감각적이고 재미있게 시를 접할 수 있도록 구성한 것 같고요. 시낭송 축제도 그런 노력 중의 하나가 되겠지요. 이러한 일들이 더욱 확대되기를 바랍니다. 
 
정우영 : 관계자들은 확대되길 바라는데 사실은 쉽지 않죠. 예산의 쓸모 입장에서 보면 ‘왜 이걸 해야 하지’ 하는 생각을 할 수 있거든요. 기본은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기 어려우니까. 그런 부분들을 우리가 조심스럽게 진척시켜서 청소년시낭송 축제가 지금보다 훨씬 나아질 수 있도록 해야죠.
 
박성우 : 교육과학기술부에서도 예산 배정해 주면 좋을 것 같아요.
 
정우영 : 그러면 교과부 시선으로 사업을 기획할 걸요? ‘멋대로 맛대로 맘대로’가 아니라, 교육 효과로만 봐서 결정을 하려 할 거예요. 
 
김별 : 그런데 근본적으로 보면 이런 문제들이 결국은 교과서 책임이에요.(웃음) 원칙적으로 생각해 보면, 중학교 고등학교 교과서만 잘 따라가면 시를 읽고 쓰는 데엔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 거잖아요.
 
최은숙 : 그래도 이제 ‘교과서’가 변하고 있으니까 좀 다행이라고 생각해도 되지 않을까요. 교과서에 황인숙 시인의 시가 실렸는데, 아이들이 매우 좋아한답니다. 그걸 보는 저도 좋구요. 그러니까 아까 언급한 ‘공문’처럼 더 분명한 홍보가 필요합니다.
 
정우영 : 알겠습니다. 분명한 홍보를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좌담 시작한지 벌써 한 시간 삼십 분 가까이 흘렀습니다. 더 하실 말씀 많겠지만 이 정도쯤에서 마무리하도록 하시지요.
 
김별 : 저는 두 가지를 말하고 싶어요. 하나는 시낭송 축제가 끝나고도 학생들이 시들해지지 않고 계속 시를 읽을 수 있는 후속 프로그램이 마련되었으면 좋겠다는 것. 기왕 일을 저지르셨으니……(웃음) 책임을 질 수 있는 그런 후속 프로그램이요. 나머지 하나는 학생들 이야기도 들어봤으면 좋겠다는 것. 당사자인 학생들의 생각도 들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최은숙 : 이 행사가 많이 알려진다면 시 교육에 어려움을 느꼈던 사람들이 상당히 관심을 가질 것 같습니다. 이런 행사가 있다는 것 자체로 굉장히 반가워하고 좋아할 사람이 많을 거예요. 그 사람들에게 계속 힘을 실어줄 거라 믿으며, 더 큰 축제, 즐거운 축제가 되어 아이들이 시를 가까이 여겼으면 좋겠습니다. 박성우 시인도 청소년 시를 계속 써 주시겠죠?(웃음)
 
박성우 : 제가 느낀 몇 가지는요, 첫째, 시낭송축제를 시로 한정짓지 말자. 전주지역에 자그만 학교를 가봤는데 30명 정도 시를 갖고 토론도 하고 낙서도 하고 노래도 하더라구요. 그 자리에는 학부모, 지역 주민, 자원봉사자들도 참여했었죠. 그때 생각한 점은 청소년보다도 부모님이 시를 알아야 한다는 거였어요. 지역 주민, 청소년 관련 자원봉사자들도 알아야 하고요. 청소년들을 이해하는 관계로써 청소년과 시로 소통하는 건 매우 중요하거든요. 청소년과 소통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시를 주제로 해서 얘기하다 보면 청소년들은 물론 특히 부모나 요새 결손가정이 많은데 가정에 있는 어른들과도 소통이 돼요. 기성시인의 시든 청소년들이 직접 쓴 시든 읽다 보면 분명히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넓게 보고 크게 보자는 거지요. 이게 엄청난 기대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둘째, '청소년 문제'라고 얘기하면, 전부 문제인 거예요. 학교 문제, 입시 문제, 가족 문제 등등… 그런데 사실 그다지 문제가 많진 않아요. 청소년에 대한 것을 문제의식으로만 보고 있는데, 문제라는 단어를 빼고 같이 고민해야 할 부분들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이런 부분을 시로 풀어나갔으면 좋겠어요. 아이들도 할 말이 많을 테니까요. 셋째, 특정 주제를 갖고 접근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꿈, 우정. 사랑 등. 잘된 UCC를 제작해서 공유하는 것도 좋을 것 같고요. 단순히 시낭송 축제만 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결과물들을 많이 내면 좋은 거잖아요.
 
김별 : 잘된 UCC들을 모아서 DVD로 만들면 좋을 것 같아요. 학교 수업시간에 보여주기만 해도 교육 효과가 있을 테니까요. 
  
 
 박성우 : 아마 그걸 본 학생들은 시에 대한 생각이 바뀔 거예요. 이걸 문학나눔사업과 연계해서 ‘시인에게 편지쓰기’라든지, ‘시화’라든지 하는 행사들을 활성화시키면 좋을 것 같아요. 결과물들이 없는 건 예산이 없어서 그런 거잖아요?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예산 확보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정우영 : 우리 매년 DVD로 만들고 있답니다.
 
박성우 : 국어 담당 선생님들만 의견을 모아서 책자로 교환해도 좋을 것 같아요. UCC나 진행하는 과정 같은 걸 보여주거나, 시인에게 편지쓰기 엽서쓰기 책자 제작, 홈페이지 제작 등등 으로 경계를 허무는 것도 좋죠. 
 
 
정우영 : 우와, 알겠습니다. 박 시인님 아이디어를 내년엔 잘 살려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렇게 시를 사랑하시는 여러분이 계시는 한 시는 영원하고 청소년시낭송축제도 더욱 성장하리라 봅니다. 박성우 시인님, 최은숙 선생님, 김별 시인님, 오랜 시간 애쓰셨습니다. 이것으로 좌담을 마치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