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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읽는 문화예술 이야기] 알기 쉽게 이해하는 문화복지



알기 쉽게 이해하는 문화복지


                                                                                               - 김 세 훈 (상명대학교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 

 


요즈음에는 문화복지라는 단어가 낯설지 않은 단어가 되어버렸지만, 처음 문화복지라는 단어가 쓰여질 때만 해도 단어 자체에 대한 낯섦이 매우 컸다. 일반적으로 복지하면 사회복지를 떠올리고 사회적으로 어려운 계층에게 물질적, 경제적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것을 생각하기 쉽상인 여건에서 문화 복지란 생소한 것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문화복지라는 단어의 출현이 쉽지 않았던 것과 마찬가지로 이 단어가 뜻하는 바에 대한 부정적 견해도 적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삶의 양식’이나 ‘생활 방식’으로 이해되는 문화가 어떻게 복지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 하는 문제에서부터, 사회주의 국가나 전체주의 국가에서처럼 문화를 통치나 조작의 수단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오해가 그것이다. 이처럼 우호적이지 않은 환경에서 사용되기 시작한 ‘문화복지’라는 단어는 그러나 오늘날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공감을 얻고 있으며, 널리 사용되고 있다. 물론 이 단어에 대한 학문적 논의와 검토가 심도 있게 진행된 적은 거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사회적 실재’로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것이다. 
 

생소한 단어, '문화복지'


‘문화복지’는 학문영역보다는 정책영역에서 먼저 사용되기 시작한 용어이다. 정부는 1996년 ‘문화복지기획단’을 구성하여 ‘문화복지’ 개념을 구체화하고 이를 문화정책의 중요한 지향으로 제시하였다.1) 기존의 ‘사회복지’가 일반적으로 취약계층에게 경제적, 물질적 지원을 제공함으로써 이들의 생존권 보장에 초점을 맞추어 왔다면, ‘문화복지’는 취약계층을 포함한 국민 전체가 가지는 정서적, 감성적 차원에서의 욕구를 충족시킬 필요가 있다는 차원에서 제기되었다. 사실, 취약계층이라고 해서 물질적, 경제적 차원의 수요/욕구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장애인은 자신이 바라보는 행복한 삶이 ‘신체적으로 건강한 삶’ 다음으로 ‘정신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꼽음으로써 경제적인 측면보다 정신적인 측면에 더욱 중요한 가치를 부여하고 있음이 나타난다. 2) 마찬가지로 경제적으로 중상위층이라고 해서 정서적, 감성적, 문화적 측면의 욕구가 당연히 충족되어 있다고 보는 것도 타당하지 않다. 종종 우울증이나 자살, 사회범죄와 같은 영역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음을 볼 때, ‘문화적’ 측면에서의 사회서비스는 이들에게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1990년대 중반 이래 체험형 문화공간인 ‘문화의집’이 전국적으로 건립되기 시작한 것은 이러한 배경과 맥을 같이 한다. 당시만 해도 고급문화예술 작품을 ‘보여주는’ 기능을 주로 담당했던 문화시설들 속에서, 일반인들의 문화적, 예술적 잠재력을 북돋아 주는 역할을 담당하는 시설은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다. 처음 도입되었을 때, 문화의집이 문화예술에 대한 직접적 ‘체험’을 중요시하고, ‘감수성’과 ‘창의력’을 강조했던 것은, 지금은 일반적인 이야기이지만, 당시로는 이전의 문화예술 지원과는 다른 맥락을 제시하는 것이었다.3) 
    
  

 
문화복지와 문화나눔사업

오늘날 문화복지는 매우 다양한 현장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고급 또는 순수 문화예술프로그램 관람기회를 제공하는 것에서부터 노숙자를 위한 인문학 강좌나 초중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다문화가정을 위한 다양한 문화예술활동들까지 문화복지 프로그램의 유형은 매우 다양하다. 4) 뿐만 아니라 일반인이나 아마추어들의 문화활동, 생활 속 문화활동에 대한 지원 등도 문화복지가 강조하는 매우 중요한 영역들 가운데 하나라고 보면, 문화복지의 영역은 매우 광범위하다고 할 수 있다. 

  
 

 
문화복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가함에 따라 이를 지원하는 공공프로그램들도 크게 증가하였다. 특히 2004년부터 정부 각 부처에서 발행하는 다양한 복권들을 통합하여 하나의 복권기금을 조성하고 이 가운데 일부를 문화예술분야에 지원함으로써 문화복지를 위한 환경은 크게 개선되었다. 5) 예를 들어,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관하는 ‘문화나눔’ 사업은 복권기금으로 지원되는 대표적 문화복지 프로그램인데, 이 사업 안에는 ‘소외지역을 찾아가는 문화순회 사업’, ‘문화소외계층 대상 문학·전통·공연·전시 나눔 사업’, ‘지역문화기반시설 활용 예술프로그램 제공 사업’, ‘생활문화공동체 만들기 사업’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운용되고 있다. 2009년말을 기준으로, 문화나눔 사업에는 총 218억원의 예산이 투입되었다. 
 
  
 
복권기금 문화나눔 사업 

 구 분  세 부 사 업
 소외지역을 찾아가는 문화순회  소외지역 문화순회 사업
 문화소외계층 대상 문학 전통 공연 전시 나눔  사랑티켓
   문화바우처
   문학나눔사업
   전통나눔 사업
 지역문화기반시설 활용 예술프로그램 제공  지방문예회관 특별프로그램지원 사업
   공공박물관 특별전시지원 사업
 생활문화공동체만들기  생활문화공동체만들기
 장애인창작 및 표현활동지원  장애인창작 및 표현활동지원 사업

  

이 가운데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대표적 문화복지 프로그램으로 ‘문화바우처 사업’이 있다. 문화바우처 사업은 경제적 여건으로 인해 문화체험기회로부터 소외된 저소득층(기초생활수급권 및 차상위계층)에게 공연·전시 등 문화예술 향수기회를 제공하여 이들의 문화향수권 신장 및 삶의 질 제고를 목표로 한 사업으로, 회원으로 등록한 사람(기초생활수급권 및 차상위계층)에게 1인당 연간 5만원 이내에서 공연·전시·영화·도서 등 문화예술프로그램을 선택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특히, 필요한 경우에는 교통편 등 이동수단이나 식사 제공 및 관람안내 등 부대사항 기획·지원에도 비용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수혜자 친화적인 프로그램으로 운영되고 있다. 2006년 26억원 규모로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2010년 67억원으로 2배 이상 사업 규모가 증가하였으며, 2011년부터는 이보다 크게 증가될 예정에 있다. 2010년 기준으로 이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은 사람은 총 316,910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난다.  
  

 

문화복지와 우리사회의 발전

‘문화복지’에 대한 논의 및 실천이 주로 문화예술 영역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문화복지가 제시하는 문제의식은 사실 문화예술 영역을 넘어선다. 우리에게 행복한 삶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대하면 그것이 단지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에 누구나 동의할 수 있다. 안전한 삶은 어떻게 확보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 또한 경찰력이나 CCTV와 같은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 우리 사회가 이전보다 더욱 발전하였다고 하고 경제적으로 더욱 성장하였다고 하지만, 자살률이나 이혼율은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을 차지하고 가족이나 학교, 지역사회 등에서의 폭력과 갈등 상황은 더욱 증가하고 있다. 세계적 수준의 IT 기술과 정보통신망 발달은 우리사회의 세대간, 계층간, 이념간 소통을 증진시키기는커녕, 단절과 대립을 더욱 심화시키는 듯하다.

이와 같은 상황은 우리 사회가 경제적, 기술적으로는 발전하였으나 정신적, 문화적으로는 매우 취약한 상태에 있음을 보여준다. 서로 다른 가치에 대해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고, 의도하는 바를 적절하게 표현하는 방법과 기술에 익숙하지 않으며, 문화적 감수성에 기반하여 상대방을 이해하지 못하는 태도 등은 향후 우리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중요한 저해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문화복지는 우리 사회전반에 걸친 이러한 상황에 대한 분석에서 비롯되었다. 곧, 정신적, 관계적, 문화적 영역에서의 성장과 성숙 없이는 우리사회의 발전이 요원하다는 측면에서 문화복지의 필요성과 중요성은 더욱 강조된다. 6) 이런 점에서 문화복지를 증진시키는 것은 단순히 문화예술분야에서의 체험 및 향유기회를 증진시키는 것에 국한되지 않고, 우리사회의 문화적 성숙을 지향함으로써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하는 것과 밀접하게 관련된다. 이것이 문화복지가 문화예술영역에서 출발하고 있지만, 문화예술영역을 넘어 우리사회 전반의 발전에 대한 문제인식을 공유하는 배경이다. 
  
 

1) 문화복지라는 용어가 처음 사용된 것은 제5공화국 시기로, 이 때 수립된 문화정책에서 ‘문화복지의 균점화’라는 표현이 처음 나타난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문화복지라는 표현만이 나타날 뿐, 이것이 의미하는 바에 대해서는 제시되지 않았다. 

2) 장애인 스스로가 바라보는 행복한 삶에 대한 조사 결과, 신체적으로 건강한 삶(61.4%)〉정신적으로 풍요로운 삶(25.7%)〉경제적으로 여유있는 삶(11.9%)〉기타(1%) 순으로 나타났다. (한국문화정책개발원, 1996)


3) 문화복지 정책을 구현하는 대표적 실천 프로그램으로 시작된 문화의 집이 ‘일반인이 참여하여 문화예술을 체험하고 연습할 수 있는 공간을 무료로 제공해주는 것’을 운영원칙으로 삼았던 것이나 ‘국민 누구나가 참여하여 자신의 창의성을 계발할 수 있도록 공간과 프로그램을 제공해주는 시설’로서 규정된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4) 문화복지가 의미하는 바는 매우 포괄적이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 이후 문화정책이 문화향수나 문화예술교육, 다문화 영역들로 세분화, 전문화되면서 문화복지는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 영역으로 특정화되었다.

5) 문화예술진흥기금 모금은 2004년 폐지되었으나 그 규모만큼 복권기금에서 지원받음으로써 문화예술분야에 투입되는 전체 재정규모는 기금모금 폐지 전후로 크게 변화되지 않았다. 다만, 문화예술분야에 지원되는 복권기금이 주로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문화복지 증진에 쓰여지도록 강조되면서 문화복지 환경 조성을 위한 지원은 크게 증가하였다고 할 수 있다.

6) 이런 점에서 ‘삶의 질’에 대한 문제의식은 ‘문화복지’의 문제의식과 직접적으로 관련된다.